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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은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일명 '사법살인'이 일어난지 3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8년 재심 무죄판결로 피해자들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최근 그들과 가족들이 다시 신음하고 있습니다. 유신시절 고문과 조작의 가해자였던 국가는 2011년 이후 빚을 독촉하는 채권자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이 기획은 그에 대한 고발입니다. [편집자말]
 대법원
대법원 ⓒ 이희훈

30여 년 치 이자가 하루아침에 날아갔지만, 인혁당 재건위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자세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11년 대법원은 그저 "장기간 세월이 경과돼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지연손해금(이자)이 (손해배상소송 2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만 했다.

피해자들이 국가배상금 일부를 출연해 세운 4·9통일평화재단 쪽은 대법원 논리가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한다.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장기간, 상당한이란 개념은 추상적"이라며 "적어도 법원이 배상금 관련해서 판단을 하려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소속 위원들도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피해자들이 ▲ 파기자판(원심 일부 판결을 깨고 대법원 스스로 다시 판단하는 것)으로 변론기일을 박탈당했고 ▲ 사실상 판례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법원조직법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결정해야 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피해자들의 민원도 있으니 대법원이 서면으로 답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6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그 어떤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 박영선 위원장 쪽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 앞으로 온 서면답변서는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서기호·서영교 의원에게 보낸 서면답변자료에서 국가배상금의 최종 액수는 여러 사정을 반영한 적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판례가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처럼 이중배상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나 위자료의 지연손해금 계산 시기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기 때문에 판례를 바꾼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자 중복부과를 막기 위해 기준 시점을 변론 종결일 등으로 잡는 것은 프랑스민법 규정이나 스위스 판례에서도 채택된 보편적 법리이지 인혁당 사건에서 최초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기간'과 '상당한'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렸어도, 정부가 여러 상황을 감안해 배상금 환수에 나서지 않으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인혁당 재건위사건 자체가 국가가 조작한 일이니 "애초에 반환금 소송 청구를 취하하거나 손실 처리해버리면 되는 일 아니냐(안경호 사무국장)"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하고 철저했다. 8일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에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판결 후 2년 간 반환을 기다렸지만 이뤄지지 않아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 소송에서 법원이 화해권고를 결정하며 액수를 조정했던 것처럼, 정부가 스스로 청구 금액 자체를 줄일 수 없냐는 물음에는 "국가 재정 문제라 어렵다"고 답했다.

소송은 국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총 16건 소송 중 현재까지 1심이 끝난 12건에서 정부는 모두 승소했다. 일부 소송에 참여한 양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대법원이 재심을 하지 않는 한 법률적 판단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사법절차에선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폭력으로 인해 희생자와 가족들이 굉장히 곤궁하게 살아왔다"며 정부와 법원이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다른 과거사 사건과 함께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민사소송법 215조(본안판결이 바뀔 경우 법원은 가집행 선고에 따라 지급한 물건 등의 반환을 명령해야 한다)를 현재처럼 그렇게 해석하는 일은 위헌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법원이 너무 보수적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인혁당#대법원#국가배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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