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먼지로 못 살겠다! 송곡리를 보호해 달라! 레미콘 공장 결사반대, 우리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 생존권을 확보하라!"주민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공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들은 가결 6명, 부결 2명으로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10일 오전, 공주시청에 얼굴이 검게 탄 70~80대 어르신들이 '결사반대'가 적힌 붉은색의 머리띠와 '레미콘 공장 결사반대' 어깨띠를 매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면서 사업자와 공주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공주시 도시계획위원회(제2분과) 개발행위허가 심의를 앞두고 뜻을 관철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1리에 있는 (주)세연산업은 지난 1월 17일 레미콘 공장증설(현재 3,874㎡, 비금속광물 분쇄물 생산업 일명: 암반 파쇄업) 및 업종 변경(7,957㎡ 규모로 레미콘 제조업)을 신청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이달 9일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된 이날 집회는 오전 10시부터 심의가 끝난 오후 4시 40분까지 이어졌다. 어르신들은 "기존의 레미콘 공장에서 날리는 먼지로 병까지 걸려서 살 수가 없다"며 "우리 좀 살려줘요"라고 눈물 짓기도 했다.
"돌가루 때문에 빨랫줄 없는 마을"
현장에서 만난 이정규(94)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양반만 살았던 조용한 마을에서 농사짓고 평화롭게 살았는데, 20년 전에 레미콘 공장 두 개가 들어왔다"며 "돌가루 때문에 장독대를 열어놓지 못하고 산다"고 말했다.
한상희(80) 할머니는 "우리 동네가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빨랫줄이 없다, 아침에 쓸고 닦고 돌아서면 다시 쌓이는 돌 먼지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산다"라며 "22살에 시집 와서 3남3녀를 낳고 살았는데, 그놈의 레미콘 공장이 들어오고 나서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동네로 변해 억울해 죽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레미콘 공장 반대 대책위 총무 승은무(남 55)씨는 "지하수를 사용하던 마을이었는데 돌가루로 문제가 생겨 5년 전 쯤에 상수도가 들어 왔지만, 지금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이 50%로 정도"라며 "기존의 레미콘 공장에서 날리는 비산먼지로 주민들이 건강에 치명타를 입었다, 공장 추가 증설은 지역주민들 죽이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준원 공주시장도 만나고 시의원도 만나 보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승인이 난다고 해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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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콘 공장 "돌가루 마시고 병 걸려 다 죽어간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1리 주민들이 공주시와 사업자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공장허가를 불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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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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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신청한 A사업자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는 (비금속광물분쇄업 일명 : 암반 파쇄업) 공장과 밖의 도로까지 수시로 물청소하며 먼지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등 주민 민원을 최소화로 하고 있다"며 "(추가 증설) 공장에서 먼지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저감 대책을 세우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주민들의 생각을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곡1리에는 75가구 80여 명이 산다. 동곡요양원과 명주원(장애인생활시설)이 마을에 생기면서 주민등록상으로는 412명이 거주한다. 추가로 들어서는 레미콘 공장은 7957㎡ 면적에 1467㎡의 부대시설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