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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구업계의 무너진 가격을 바로세울 ‘유통질서특별위원회’ 발대식이 지난 4월 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산업용재협회 유재근 협회장은 덤핑자제 등 공구판매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요하지만, 제조사의 밀어내기 관행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구업계의 무너진 가격을 바로세울 ‘유통질서특별위원회’ 발대식이 지난 4월 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산업용재협회 유재근 협회장은 덤핑자제 등 공구판매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요하지만, 제조사의 밀어내기 관행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영욱

최근에는 산업용재시장에서 주력품목이나 다름없었던 전동공구마저 끼워팔기 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공구시장의 가격 파괴가 이제 돌이길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동공구는 빨리 손을 떼는 게 망하지 않는 지름길이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던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문을 닫는 공구상들도 급증했고, 그나마 업을 유지하는 공구상들 마저도 제조원가 이하로 재고를 덤핑판매하는 등 부도직전의 위기에까지 내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을 포함한 중소 공구판매상의 목을 옥죄는 제조사의 판매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이들은 지금도 리베이트를 미끼로 매년 판매목표치를 올리고 있으며, 또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밀어내기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힘없는 중소 판매상들은 어쩔 수 없이 덤핑판매로 재고를 처분해야 되며, 그로 인한 손해는 리베이트를 통해 또 다시 메우는 악순환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업계의 거상으로 통하는 일부 종합공구판매사들의 끼워팔기 관행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제조사의 직판이 중소 판매상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한 마디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재근 한국산업용재협회장도 공구업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공구시장은 이미 대형마트에서나 있을법한 덤핑판매, 끼워팔기, 역마진(리베이트)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라며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현업 종사자들로부터 공구판매업계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제조사도 공구판매업계의 가격정상화에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효성기기 이효용 대표
제조사도 공구판매업계의 가격정상화에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효성기기 이효용 대표 ⓒ 김영욱

이효용 효성기기 대표 "제조사도 가격정상화에 동참해야"

- 공구시장의 가격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들었는데, 그 원인은
"IMF 이후 제조사는 어음 등의 여신을 대폭 줄이고, 현금결제 방식으로 유도했다. 어느 정도 반발이 예상되자, 제조사는 제품을 대량으로 주문하면 총 공급가의 몇%를 DC해주는 프로모션과 판매목표치를 달성하면 몇%를 되돌려주는 리베이트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공구판매상들의 반발도 줄었지만, 무엇보다 프로모션과 리베이트를 통해 환급되는 돈이 보너스라는 인식이 업계 내부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에 대해선 전혀 모른채…."

- 공구판매상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 그 당시엔 그것이 공구판매상의 목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약 4~5년 전부터 이것이 미끼였음을 알게 됐지만, 공구시장의 유통질서는 이미 덤핑판매, 끼워팔기, 제로마진 등의 폐단으로 인해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일차적 원인제공자가 제조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체개발 아이템 제품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던 거상들이나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연연했던 공구판매상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협회 내부적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난 4월 2일 유통질서특별위원회까지 발족하게 된 것이다."

- 제조사의 프로모션과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미끼로 시작된 판매정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시작하자, 제조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품 밀어내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리점이나 중소 공구판매상의 재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성장기조' 정책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 결과, 판매상들의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결국 판매상들도 어쩔 수 없이 원가이하로 제품을 덤핌판매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에, 수익은 줄고, 경비는 늘자 폐업은 속출했다. 지금도 내 주위에는 "더 이상 못버티겠다"라며 폐업까지 고려하는 판매상들이 상당수 있다."

- 실제로 폐업이 있었나
"그렇다. 이곳 청계천 공구상가만 하더라도, 그 숫자가 매년 줄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았다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있다. 공구시장의 가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폐업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 제조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 공구시장의 유통질서 붕괴에 대해 그 어느 누구보다 제조사들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결자해지란 말이 있지만, 공구판매업계의 자정노력을 통한 가격정상화에 제조사들도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

 제조사의 밀어내기 관행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는 신화기기 허부영 대표
제조사의 밀어내기 관행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는 신화기기 허부영 대표 ⓒ 툴신문

허부영 신화기기 대표 "중소 판매상 입장에서 가격정상화 노력 기울여야"

- 제조사의 판매정책 문제에 대해
"우선 세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 일부 대리점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리점 중에서 규모가 있는 대리점의 사례지만, 서울에 있는 업자가 부산 지역에까지 제품을 파는 것은 상도의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대리점이나 중소 공구판매상의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제조상의 직배송도 문제다. 일부 큰 대리점을 통하든 직접 주문을 받든, 제조사들은 제품을 그냥 실어 보내고 있다. 해당 지역에 대리점을 왜 두는 지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다.

셋째,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도외시한 제조사의 리베이트와 프로모션도 문제다. 공급과 수요가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은 거의 매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밀어내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재고의 부담을 떠안은 대리점이나 중소 공구판매상은 어쩔 수 없이 덤핑판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 일부에선 끼워팔기도 큰 문제라고 하는데...
"PB(자체개발브랜드)나 OEM(생산자주문방식)을 통한 일부 거상들의 상품 아이템 개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템을 팔면서 기존 전동공구나 절삭공구 등을 헐값에 넘기는 끼워팔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전동공구 단일품목을 파는 업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폐업을 선택한 사업자 대부분도 전동공구 등 단일품목을 판매하던 사람들이다. 앞서 언급한 제조사의 세 가지 문제점과 거상들의 끼워팔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제조사와 유통은 분명 공멸할 것이다."

- 종합공구판매상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해결될 것 같은데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이미 공구시장은 거상, 대리점, 중소 판매상으로 포화상태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판매상들 중에는 공구종합판매로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이들만 살면 그만인가. 단일품목을 판매하는 중소형 판매상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 나도 이런 문제 때문에 영역 확장을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거상들을 포함해 규모가 있는 판매상들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거래처와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 판매상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 발족한 유통질서특별위원회도 중소 판매상이 살아날 수 있는 측면에서 가격정상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전동공구 끼워팔기#한구산업용재협회#제조사 밀어내기#공구판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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