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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가 닥쳤을 때 신부 수녀들은 그들과 같이 할 것이다."
"밀양 주민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공기처럼 퍼뜨려 달라."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은 천주교 신부 수녀들이 기도하고, 이들을 맞은 주민들이 호소했다.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움막 농성장 풍경이다.

이곳은 한국전력공사가 건설하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예정지다. 주민들이 공사 예 정부지에 먼저 들어와 움막농성을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13일까지 움막을 철거하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죽어도 못 나간다'며 거부했다.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장 예정지인 밀양 부북면 위양리 127번,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철탑 예정지에서 움막농성을 하고 있다. 밀양시는 움막농성장을 철거하겠다며 계고장을 보냈다. 최근 움막농성장 강제철거를 두고 다시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는 속에 신부․수녀들이 1박2일 순례를 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서 '엠마오 밀양 기도회'를 열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서 '엠마오 밀양 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은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 32)라는 제목으로 '누이와 형제가 함께 떠나는 밀양 엠마오 기도 순례'를 했다. 엠마오는 '그 옛날 낙담과 절망 사이에서 주님의 얼굴을 알아본 제자들의 여정'을 말한다. 부활절을 맞아 신부 수녀들이 '밀양 어르신'들을 찾는 여정을 보낸 것이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1일 127번, 129번 철탑 예정지의 움막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화악산 아래에서 걸어서 산을 올랐다. 이날 저녁 밀양 감물생태학습관에서는 '엠마오의 밤' 행사를 했다.

115번 철탑 예정지 움막농성장 기도 열려

고답마을 움막농성장 주변 과수원에서 22일 오전 '파견미사'가 열렸다. 신부와 수녀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했다. 주례를 맡은 나승구 신부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드리는 기도가 절실하다"며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도록 다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장동훈 신부는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선다. 이곳 과수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우리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아름다운 환경이 그대로 보전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김인한 신부(울산 남창성당)는 강론을 통해 "모든 것은 보이는 것만으로 바라보지만 희생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며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피눈물로 이 자연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진선 수녀는 "어제와 오늘 길을 걸으면서 만난 예수가 있을 것이다"며 "우리는 이곳에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엠마오'의 길에서 누구를 찾고 만나러 길을 떠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수녀는 "이번 기도순례를 계획해 놓고 오기 전에 다른 한 수녀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사고로 참석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며 "세월호와 강정마을, 밀양, 쌍용차 해고자 모두는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같다"라고 덧붙였다.

 조진선 수녀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공사 현장 부지의 움막농성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1박2일 '밀양 순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진선 수녀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공사 현장 부지의 움막농성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1박2일 '밀양 순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조진선 수녀는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면 또 답답하고 암담할 것 같은데, 가난한 사람들한테 불의가 일어날 때 우리는 같이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밀양 주민이 신부 수녀들 앞에 섰다. 임기련(고답마을) 할머니는 "9년간 싸우다 몇 달 동안 움막 생활을 하고 있다"며 "765kV 송전탑은 힘없는 국민들 쪽으로 지나가고 힘있는 사람들 쪽으로는 지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하는 형태를 보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주민들의 의향을 듣지 않고 있다. 땅은 주민들 소유인데 자기(한전)들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은 공권력을 통해 국민의 삶을 짓밟고 있다. 총을 안 들었을 뿐이지 간접적으로 주민들을 죽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임 할머니는 "우리의 바람은 없다. 그대로 살도록 해달라는 것뿐이다"며 "송전탑 공사로 땅값이 형편없게 되었다. 전답 보고 평생 살아왔는데 정부와 한전이 우리 땅을 빼앗아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처럼 원전사고가 나면 우리는 다 죽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말하면서 왜 우리 핵발전소 문제는 말을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또 그는 "우리는 정말 억울하다, 언론들도 제대로 우리 이야기를 보도하지 않는다"며 "여러분들이 우리의 억울한 이야기를 공기처럼 상세하게 퍼뜨려 달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손을 잡고 함께 불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서 '엠마오 밀양 기도회'를 열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서 '엠마오 밀양 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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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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