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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가 인재(人災)로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선상에서 사랑을 키워왔던 고(故) 김기웅·정현선 커플의 '살신성인' 정신이 알려져 슬픔과 감동이 교차하고 있다.

두 사람은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 갑판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승객 구조를 위해 오히려 배안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오후 정씨의 빈소가 차려진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는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정씨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정씨를 목격했다는 그는 정씨 어머니를 붙잡고 "김씨와 정씨가 당시 탑승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배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떠 밀었다"며 "이후 두 사람은 다른 탑승객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런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고 비통해했다.

사고 당시 3층에 있던 김씨는 사고를 인지하고 잠자고 있던 동료들을 깨워 탈출시키고 정씨와 함께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직장동료나 가족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씨는 10년간 선상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또한 '정장군'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평소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정씨의 언니는 "어쩌면 좋으니. 너(동생)의 모든 유품이 물에 잠겨 너를 기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고 슬픈 혼잣말을 쏟아내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먼저 탈출한 선장 등 선박직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한아무개(54)씨는 "단원고 학생들도, 승무원들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 선장과 항해사 등이 배와 탑승객들을 모두 버리고 먼저 탈출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저승에서도 이승의 사랑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평승화원 봉안당에 두 사람을 나란히 안장했다. 4년 동안 연인관계였던 이들은 올 가을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이들의 장례식과 발인을 지켜본 시민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천국에서 행복하게 영면하길 축원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 이들 고 김기웅·정현선 커플과 고 박지영씨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의사자'로 등재시키자는 청원운동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일부 언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 GTN-TV(http://www.gtntv.co.kr), 내외신문(http://naewaynews.com), 최주호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ohmynews.com/rkeldj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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