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체육관에서 팔걸이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고, 이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귓속말로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의전을 챙기던 한 수행원 때문에, 장관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 장소에서 태연히 라면을 먹었다는 것은 장관으로서 적절한 처신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심한 뭇매를 맞을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관은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했고, 잠시 짬을 내어 컵라면을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체육관에서 식사를 한 것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자리를 뜨지 못해 그리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라면을 먹는 행위가 거센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그 당시 상황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장관의 지휘를 필요로 하는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면, 그런데도 장관은 라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면, 박 대통령의 말처럼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했을 것입니다.
제가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은 장관이 라면을 먹는 사진 한 장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구조 정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장관의 멘트 또한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언론이 컵라면 먹은 것만을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인상 비평'입니다.
정황이라면 테이블 위에 있던 응급 도구를 치우고 라면을 먹었다는 것인데, 그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적어도 응급 환자가 있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는 정도의 정황이 확보됐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요). 지속적인 비판 거리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라면을 먹는 행위를 통해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은유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본질은 없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무능한 대처를 보였다. 그것이 무엇이냐? 장관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말이 되기 어렵습니다.
컵라면 먹는 행위 말고도 언론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구조 당시 초동 대처는 어떻게 했으며, 구조 컨트롤 타워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고 있는지, 사고 발생시 전혀 작동하지 않은 안전 장비를 갖춘 선박이 어떻게 운행될 수 있었는지 등 현장에서 취재해야 할 것은 차고도 넘칩니다.
컵라면 먹은 장관에만 관심이 쏠린다면, 다른 것은 놓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현장에서 책임질 것이 두려워 몸 사리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에서 언론은 현장의 날카로운 감시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대형 사고로 정부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사고가 나면 그에 따라 대응하는 언론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지금은 단독 경쟁에 사로잡혀 작은 것을 크게 만들 때가 아닙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취재 기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지, 저는 현장에 있는 분들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