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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재봉사. 낡은 옷을 수선해 준다.
 길거리 재봉사. 낡은 옷을 수선해 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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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한국전쟁 당시 GNI(국민총소득)는 우리나라가 31불이었는데, 에티오피아는 187불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2만3000불인데, 에티오파아는 4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믿기세요?"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병사 후손들에 대한 장학사업 추진업무 담당자인 화천군청 기획감사실 최인한 주무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시를 다녀 온 사람들이 공통적인 말은 한마디로 '그곳은 무질서가 질서다'라는 거였다.

지난 4월 1일부터 10일간의 에티오피아 출장. 다양한 경험을 소개한다. 단순한 흥미위주의 에티오피아에 대한 비하성 글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시리즈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엔 그 나라의 희망과 발전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달러보다 50비르에 더 기뻐했던 사람

에티오피아 수도 아이스아바바시 외곽 어느 가정
 에티오피아 수도 아이스아바바시 외곽 어느 가정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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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우리 일행을 안내한 사람에게 20달러를 주었더니, 시큰둥하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주머니에 있는 얼마 되지 않은 (그곳 화페인) 50비르(Birr)를 주자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고 참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최인한 주무관은 한국전 참전 후손 장학금 지급대상 가정 방문을 위해 현지인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막노동 하는 사람들의 일당이 20비르(한화로 약 1200원)라니 20달러는 큰 돈이라 여겼다. 뙤약볕에 하루 종일 도보로 안내해 준 수고에 비해 많은 돈이 아니란 생각도 했다.  20달러를 받은 그는 대단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란다. 그래서 주머니에 남아있는 50비르를 달러 대신 건네자'Thank you'를 연발했다고.

에티오피아엔 중산층이 없다. 아주 잘사는 소수의 계층을 제외하곤 모두 못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은행에 갈 일이 없다. 사실 은행도 거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그들에게 달러란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거다. 20달러(한화 약 2만여원)와 50비르(한화 약 3000원)의 차이가 상당한데 그는 그 가치를 몰랐다.

고속도로 펜스와 난간을 가로질러 건너는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도로를 건너는 사람들. 예산부족으로 육교 등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도로를 건너는 사람들. 예산부족으로 육교 등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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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엔 차량이 많다. 그 많은 다수의 차량은 우리나라의 폐차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차량들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도로 한복판에서의 고장도 잦다. 몇 시간이고 차량이 정체되어 도로가 마비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 올 때까지 차량을 움직여선 안 된단다. 사고 상황을 사진을 찍고 차량을 도로변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경찰에선 그들 눈으로 본 것만 자료로 활용하지 사진도 믿지 않는단다.

지나가던 버스가 고장이 났다. 승객들이 시동을 걸기 위해 버스를 밀고 있다.
 지나가던 버스가 고장이 났다. 승객들이 시동을 걸기 위해 버스를 밀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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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가 난 차량이 도로 한 가운데에서 바퀴를 교체하는 일도 빈번하다. 자동차 매연 또한 심하다. 차량이 낡은 원인도 있겠지만, 아디스아바바 도시가 24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산소부족으로 인한 유류의 완전연소가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다.

그곳에선 중고차나 새 차나의 가격이 비슷하단다. 수입되는 차량이 한정적이기에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은 우리나라의 1/3수준이란다. 저소득층 사람들에겐 이 또한 큰 부담이다. 폐차수준의 차량을 보유한 사람들은 그나마 좀 사는 사람들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주유소엔 기름이 없는 경우도 많다. 유류수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연을 내뿜고 달리는 차량
 매연을 내뿜고 달리는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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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527㎢)는 서울(605㎢)보다 좀 작은 면적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 신호등이 서너 군데 밖에 없다는 것도 뜻밖이다. 차선도 없다보니 역주행을 하는 차량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서로 알아서 피해 다닌다. 지역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외국인들이나 소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란다. 그런데도 시 정부에선 뚜렷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아디스아바바 외곽도로엔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도로양편엔 높은 펜스가 있고, 가운데는 중앙분리대가 보통 남자의 키 높이로 설치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펜스와 중앙분리대를 자연스럽게 넘어 다닌다. 남자, 여자 심지어 아이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간다.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서일까, 경찰은 그냥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경찰차량이 역주행으로 달려왔다. 우리 일행은 기겁을 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경찰차량이 역주행으로 달려왔다. 우리 일행은 기겁을 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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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건널목은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백 미터 간격으로라도 육교를 만들어야겠지만 2km가까이 달려도 육교라곤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눈에 뜨인 육교. 그 먼 육교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횡단한다.  

6년째 건설 중인 흉물스런 건축물

6년째 공사 중인 건축물. 도시의 흉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6년째 공사 중인 건축물. 도시의 흉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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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매연으로 뒤 덮인 시내를 돌아다녀도 담배꽁초 하나 볼 수 없었다. 일반 쓰레기는 넘쳐나는데, 담배꽁초는 없다. 아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조차 본적이 없다. 의식주가 시급하다보니 기호품인 담배를 피울 여건이 되지 않았던 거다.

가난하기에 서로 의지하고 믿는 마음 때문일까, 아웅다웅 싸우는 사람들도 없다. 시비를 걸지도 않고 휘말리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이 나라 국민성이란다. (기후 탓일까)나태하고 게으른 것 또한 문제란다.

"정부로부터 저가의 토지를 임대받고, 싼 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외국기업들이 많이 진출 할 만도 한데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에티오피아 체류기간 중 우리 안내를 맡았던 (14년간 아디스아바바에서 살아온)하옥선(55)씨는'정부정책도 문제지만 이곳 사람들의 국민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덧붙였다. 일을 하지 않으려는 습성. 감독자가 뒤돌아서면 앉아서 쉬기 일쑤고, 급여를 지급받은 다수의 종업원들은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출근을 하지 않는단다. 피곤하면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인근 가게에서 먹을 것을 사 먹는 그들은 그 생활에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었던 거다.

"저 건물은 벌써 6년째 저 상태로 있네요."

우리나라와 달리 유칼립투스 나무를 이용해 비계[飛階 scaffolding]를 설치해 공사를 하다 방치한 10여 층 정도의 건물 한 동이 도로변에 괴물처럼 서 있다. 이 건물주도 피해자란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인부들에게 한 달간의 급여를 지급하자 그들은 일제히 출근을 하지 않았단다. 새로운 노무자 모집에 또 한 달이 걸렸다. 그 사이 우기철(6월~9월)이 돌아왔다. 이후 자재 값이 폭등을 한 거다. 결국 건물주는 시공을 포기하고 도주했다.

레미콘이 아닌 인력에 의해 시멘트를 이겨 붓고 벽돌로 쌓은 구조. 오랜 기간이 지난 건물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6년째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이유라는 게 하씨의 설명이다.

사람 몸무게를 달아주고 돈을 받는 직업도 있다

어느 상가 앞에 놓인 양철박스. 사람이 사는 집이다.
 어느 상가 앞에 놓인 양철박스. 사람이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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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 같아요?"
"개집인 것 같은데요."
"사람 사는 집이에요."

도심 상가 옆에 양철을 이용해 관 모양으로 만든 물체. 영락없는 개집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더 세련미가 떨어진다. 그곳에 사람이 산다고 했다. 그런 공간이라도 마련한 사람은 그나마 도로변에서 잠을 자는 사람보다 새벽이슬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지 않느냐는 것이 하 씨의 말이다.

아디스아바바 어느 재래시장 풍경
 아디스아바바 어느 재래시장 풍경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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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잔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에티오피아에 처음인 내가'미잔'이 뭔지 어찌 알겠나. 차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하씨는 무엇을 보았는지 그런 질문을 했다. 미잔이란 길거리에서 사람 몸무게를 달아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컷는 말이란다.

서민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체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가정에 저울이 있을 턱이 없다. 당장 다음날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사람들에게 체중관리는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

그래도 간혹 자신의 몸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사람이 올라설 크기의 접시저울 내지는 전자저울을 설치해 놓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한명도 본적이 없다.   

* 다음 에티오피아 그 다섯 번째 이야기는'에티오피아에서 당나귀와 여자로 태어나지 마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화천,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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