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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에 깊숙이 코를 박고 있는 테리
 토끼풀에 깊숙이 코를 박고 있는 테리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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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아줌마는 개 똥 치우고 있네."
"그럼 그래야지요. 내가 데리고 나온 강아지가 볼 일을 봤는데."
"그렇게 당연한 일이 그렇지 않고 있어요. 바로 그 옆에는 변이 말라 붙어있네요."

옆을 보니 그의 말처럼 언제적 개 배설물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는 아주 마땅치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봐도 적지 않은 불쾌감이 느껴졌다.

반려견 동반 외출 준수사항
 반려견 동반 외출 준수사항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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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놀러 온 강아지 테리를 데리고 이른 아침에 목감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개목걸이, 배설물 봉지, 휴지, 물 등으로 만만의 준비를 하고는 목감천에 들어서니 '반려견 동반외출시 목줄착용, 배설물 발생시 즉시 수거, 위반시 동물보호법에 의해 과태료 부과'란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특히 주말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운동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현수막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좋은 날씨의 주말이라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가족끼리 산책하는 사람 등 한가로운 붐빔이 느껴졌다.

잔잔한 목감천의 풍경
 잔잔한 목감천의 풍경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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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즐기고있는 가족풍경
 자전거를 즐기고있는 가족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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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졸 물이 흐르고 이름모를 풀꽃들이 피어 있는 목감천이 테리는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개 목줄을 꽉 잡았지만 내가 끌려갈 정도였다. 조금 가다가는 영역표시를 하기도 수차례. 풀에 아예 코를 박고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깐 그중에서도 토끼풀을 좋아하는지 토끼풀에 대해 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머리를 깊숙히 쑤셔박고 좀처럼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내가 "테리, 그만 해. 얼른 가자"하고 목줄을 잡아당겼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한 중년의 여성이 "그냥 놔둬요. 개들도 풀을 좋아해서 먹는 개도 있어요. 질경이가 개한테는 아주 좋데요"한다. "그런 풀 먹어도 괜찮아요?"했더니 "괜찮고 말고요. 저렇게 좋아하는데"한다. 정말 개 풀 뜯는다더니 우리 테리가 그짝이 난것은 아닌지.

그렇게 정신없이 좋아하던 테리가 갑자기 뱅뱅 제자리를 돌기 시작한다. 난 장난치는 줄 알았더니 '응가'를 하려고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내가 예쁘다고 키우는 개가 볼 일을 본 것을 치우는 것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배설물을 처리하고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테리는 또 자리를 잡았다. 두번째다. 산책을 나서기 전에 이것저것 준비를 해가지고 나왔지만 과연 '이것들을 사용할 일이 있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마음을 안 것처럼 테리는 두번째 볼일을 보고 만 것이다. 넉넉히 준비해 가지고 왔지만 행여 또 볼일을 볼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두번째 배설물을 잘 처리하고 그것을 들고 다시 산책길에 나섰다. 테리가 더 이상 배설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산책하다 보니 배설물이 여기 저기  여러군데 방치 되어 있었다.

그런 것을 보니 나도 괜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곳을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가 개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견주의 잘못으로 개를 더욱 싫어할 수도 있는 대목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가 하며 개목걸이를 하지 않고 산책길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난 그에게 "개목걸이 안하고 다녀도 괜찮아요?"하고 물었다. 그 견주는 "괜찮아요"한다. 내가 물은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자칫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면 어떻게 하느냐도 포함이 되었는데 그는 그런 생각까지 하지 않은 듯했다.

테리 다른 개와 만나다
 테리 다른 개와 만나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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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종류인 테리는 겁이 없는 편이다. 하여 다른 개를 만나도 먼저 짖는 예는 거의 없다. 저보다 덩치가 큰 개도 그냥 무덤덤 하게 맞는 편이다. 덩치가 작은 편인 테리를 다른 개가 먼저 짖는다거나 피하기가 일쑤이다.

강아지와 산책나온 여성
 강아지와 산책나온 여성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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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개목걸이를 하고 산책하는 다른 견주를 만났다. 그의 손에는 작은 비닐봉지가 들어 있었다. 난 "그게 다 산책에 필요한 준비물인가 봐요?" "네 당연히 가지고 다녀야지요. 내가 키우는 개도 응가를 하면  더러운데 개를 키우지 않은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싫겠어요"한다.

애완견의 인구수는 어느 새 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애완견 동반시 배설물을 즉시 처리를 하지 않는다 거나 개목걸이를 하지 않을 시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며 꼭 그런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개를 키우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이며 내가 사랑스럽다고 키우는 개에 대한 예의란 생각도 들었다.

평일에는 물론 주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길이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세심한 노력으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를 희망해본다.


태그:#강아지와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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