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카르텔, 기득권 이익구조가 낳은 참극이다. 대통령과 정치권력, 행정권력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감독이나 규제와 같은 각종 이권을 위임받은 기생권력의 결합체인 이른바 마피아 권력들, 이들과 결탁해 불법과 탈법으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기업 집단이 낳은 참극이다.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백 독일 뮌헨대 교수는 "한국은 성찰 없는 근대성의 과잉으로 인해 초위험사회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이 초 위험사회의 뿌리가 이들 마피아 권력에게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적폐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잡겠다"는 박근혜의 말은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실패했으니 책임지겠다"고 고백한다 해도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심정인데, '국가개조'를 들먹이니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성장신화, 개발신화, 비리와 부패의 기득권 카르텔 구조 위에 세워진 정권이다. 이들 마피아 세력은 새누리당, 박근혜의 공고한 지지기반임에 틀림없다.
박근혜의 '적폐청산' '국가개조'는 이들 세력의 뿌리를 잘라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저기 단두대가 세워지고 댕강댕강 목들이 잘려나가겠지만 자신의 팔다리, 신경 줄을 스스로 도려내는 일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박근혜의 적폐청산, 국가개조론은 위기탈출용이고, 반(反)문명, 반(反)국민의 자기 이익구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들고 나온 슬로건에 불과하다.
울리히 백 교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위험이란 재앙 그 자체라기보다 재앙이 갖는 정치적 힘(political force)이다." 국민들은 박근혜와 권력과 정부가 위험세력이라고 깨닫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그의 책임을 묻고 있는데, 그는 세월호 참사라는 재앙을 통해 '정치적 힘'을 발휘하려고 하고 있다.
슬로건은 적폐청산, 국가개조이지만, 그 목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권력과 기생권력과 기업의 마피아 기득권 구조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있다. 마치 그의 아버지 박정희가 반공, 북의 위협이라는 '재앙'을 내세워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떠나겠다고 한다. 착한 백성들은 말도 안 되는 참극, 불행에 모두가 죄인이라고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피해서도 될 일도 아니고, 자신을 탓해서도 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은 재앙을 통해 '정치적 힘'을 발휘하려는 힘에 굴복해 버리고 마는 악마의 주술일 수 있다.
지금은 온전히 국가를 향해, 정부를 향해, 권력을 향해 소리칠 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이 탐욕과 욕망을 채운, 무능하고 파렴치한 권력과 마피아들을 향해 분노하고 저항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경환은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겸 대변인,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 전남대 객원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