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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의 당나귀, 뒤에 있는 당나귀 두 마리는 앞발을 구부리고 있다. 주인이 당나귀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앞다리를 접어서 묶었기 때문이다.
 아디스아바바의 당나귀, 뒤에 있는 당나귀 두 마리는 앞발을 구부리고 있다. 주인이 당나귀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앞다리를 접어서 묶었기 때문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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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2009년부터 추진해 온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 장학사업 추진을 위해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찾았다. 한국의 1960년대를 연상케 되는 도시사람들의 생활상. 우리 일행에겐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디스아바바에선 전화기를 들고 다니지 마라

"가능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일행을 맞이한 한국교민 오태일씨는 주의해야 할 점부터 말했다. 시민들은 왜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는 것에 민감해 하는지 물었더니, 그들의 생활상이 인터넷 등 언론을 통해 전 세계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방법은 있단다. 3비르(한화 180원)정도만 주면 자신들의 집이나 인물 촬영을 허용한다고. 결국 그들은 돈이 목적이었던 거다.

또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 갑자기 채가면 속수무책이란다. 이어 스마트 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해 달라는 요구도 들어주면 안 된다고 했다. 찍은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곤 (확인하는 척하다) 낚아채 줄행랑을 친단다.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그들은 왜 스마트 폰에 연연할까. 칩만 바꾸면 쉽게 사용할 수 있어 고가에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디스아바바 시내에서 와이파이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으로 보내는 짧은 문자마저 전송되지 않는다. (전송이 되더라도) 일주일 만에 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중국과 합작으로 만든 통신사(ETC)의 시스템 에러와 잣은 고장 때문이란다.

카드를 사서 전화기에 삽입해 쓰는 제도. 서민들은 전화를 주로 받는 용도로 사용한다. (받는 것에 대해선) 요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발신음을 보내고 끊으면 (통화의 필요성을 느낀) 상대방이 전화를 한다나. 구멍가게에서 전화를 빌려 쓸 때는 1분에 1비르(60원) 정도를 받는다. 

기념품 구입, 권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에티오피아 구멍가게, 식수 두병을 샀다.
 에티오피아 구멍가게, 식수 두병을 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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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라는 말을 여기 와서 실감하네요."

아디스아바바 시내의 가게구조는 모두 비슷했다. 상점은 정면에 네모로 된 작은 구멍. 말 그대로 진짜 구멍가게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좀도둑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가게 안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필요한 물건을 사는 구조가 아니다. (안에서 빼꼼히 내다보는 주인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하면, 주인은 돈을 먼저 받고 물건을 내어준다. 그릇, 삽, 못, 세제, 빵, 옷, 물, 고무줄, 라디오 등 온갖 물건들로 즐비하다. 구멍가게는 잡화점이다. 옷을 사기위해 의류점으로 갈 필요도 없다. 그냥 구멍가게로 가면된다. 그러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엔 대형 중국시장이 열린다. 길이가 무려 700여m나 된다. 저렴한 가격 때문일까, 우리나라 5일장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과거보다 고객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게 오태일씨 설명이다. 이유는 몇 번 사용하지 않아 고장이 나는 물건들 때문이란다.

우리 일행을 보고 "차이나?"라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겠지만, 하필 왜 '중국 사람이냐?'라고 묻는지 궁금했다. 2002년 에티오피아는 중국과 경제 기술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식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건설, 통신, 의류 등의 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 중국인들이 유독 많은 이유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해선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외국기업이 어느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면 에티오피아 정부에선 엄청난 세금을 부과한다. 결국, 세금폭탄에 몰린 기업은 자국으로 도주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정부에선 그 기업을 인수해 직영체제로 가다 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에티오피아에 외국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란다. 심지어 원조물품에도 세금을 붙이는 나라.

"이거 너무 많이 산 것 아닌가요?"

1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국을 위해 에티오피아 공항에 도착한 날. 경찰인 듯 보이는 한 무리의 정복 사나이들은 우리의 여행가방 수색을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가 직원들 선물용으로 구입한 꿀과 설탕, 커피를 뒤척이며 '많이 샀다'고 생트집을 잡았다. 주객이 전도됐다. 더 사 갈 것을 권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입량에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할 곳은 그곳이 아닌 한국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동안 혼돈스러웠다.    

에티오피아 화폐 비르, 돈에서 냄새가 좀 심하다.
 에티오피아 화폐 비르, 돈에서 냄새가 좀 심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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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에티오피아 화폐인 비르(Birr)는 좀 지저분한 편이다. 불쾌한 냄새도 나는 경우도 있다. 돈에 때가 끼어 글씨가 보이지 않는 지폐도 많다. 왜일까. 낡은 화폐를 교체할 예산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손으로 음식을 먹는 풍습, (씻지도 않은) 그 손으로 돈을 만지기 때문이란다.

수돗물 단수, 따지러 가봐야 얻어터지기 일쑤다

"에티오피아 말 중에 '여자나 당나귀로 태어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선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자와 당나귀란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빈둥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남자들이다.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가 힘겹게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달리는 차량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인의 채찍을 피해 허둥대며 앞으로만 간다.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당나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당나귀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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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일을 하는 것은 옛부터 내려온 이 나라의 풍습 때문이라고 했다. 이 나라에선 남자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나가서 싸워야하기 때문에 좀처럼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단다. 산에서 땔감을 구하거나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가 여인들이다. 시내 한 모퉁이에 여성들이 삽을 들고 서 있다. 인력시장이란다. 삽을 본인이 가져오는 조건으로 공사장을 배정 받으면 하루에 20비르(한화 1200원)는 벌 수 있다.

유럽 등지의 문화적 영향 때문일까, 점차 남성들도 일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는 게 오태일씨의 말이다. 

땔나무를 운반하는 여인, 사진을 찍자 돈을 요구하고 있다.
 땔나무를 운반하는 여인, 사진을 찍자 돈을 요구하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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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에서 10일간의 생활. 늘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 문제라 여겼다. 꼭 그것만은 아닌 듯 했다.

새벽 2시경부터 시작되는 정교(옥토도스) 의식소리. 종교음악이라기보다 소음공해에 가까웠다. 타 종교에 대한 배려도 없다. 도시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틀어 놓은 종교의식 소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3일째 되는 날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전기가 며칠씩 나가는 날도 다반사란다. 또 (에티오피아엔 바다가 없기 때문에)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가 한밤중에 굉음을 내며 도시를 가로질러 날아간다. 

해당 관청에 항의를 할만도 한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따지러 가봐야, '기다려라'는 대답뿐. 항의가 더 길어지면 구타를 당하기 때문이란다. 그냥 팔자려니 하고들 산다.

* 에티오피아 마지막 여섯 번째 이야기는 '에티오피아 학교, 희망을 보았다' 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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