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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주시장 공천자로 내정된 최양식 예비후보.
 새누리당 경주시장 공천자로 내정된 최양식 예비후보.
ⓒ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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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주시장 후보로 최양식 예비후보가 내정됐다.

새누리당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태환)는 지난 3일 오후 3시 30분부터 회의를 열고 최양식 후보를 새누리당 경주시장후보로 잠정 결정했다. 중앙당의 최종승인 절차만 남았지만, 3일 새벽 박병훈 경선후보 자격을 박탈한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사실상 추인하고 최양식 후보를 공천자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는 2일 오후 8시부터 3일 새벽 4시까지 회의를 열고 선관위에 등록한 선거사무원이 전화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박병훈 경선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최양식 현시장을 공천자로 내정했지만 새누리당 경주시장 후보 경선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방식을 두고 오락가락했다. 지난 4월 4일 당원투표 50%, 시민여론조사 50%를 혼합하는 국민참여선거인단 경선을 결정했지만, 이는 4월 15일 100% 여론조사경선으로 변경됐다.

경선후보 압축을 두고서도 혼선을 빚었다. 지난달 7일~9일 사이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상위 2명을 경선후보로 잠정 확정했지만, 최양식 후보 측이 100%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받아 들여 경선후보 확정 발표를 연기한뒤, 4월 15일 확정발표했다.

당비를 내며 '의무'를 다해온 당원들의 '권리'는 사실상 배제하면서 오로지 시민들의 여론에 자당의 후보 결정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한 뚜렷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경선방식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4월 15일 박병훈, 최양식 2명으로 경선후보가 최종 확정됐지만, 정작 지지도 조사 '대상'인 시민들은 이들 후보들이 왜 경주시장이 되려고 하는지, 경주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공약과 정책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경선후보가 결정된 바로 다음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열흘 이상 양 경선후보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정책이나 공약은 볼 수 없었고, 여론조사 대상인 시민들은 토론회 등 양 경선후보의 됨됨이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

유권자들의 한바탕 축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 빈자리는 양후보측의 감정썩인 날선 공방이 대체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당시의 인명구조 진위여부, 선거사무소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귀가하던 주민들의 금품살포·동궁원 무료 입장 논란, 무더기 착신전환 서비스를 이용한 여론조사 왜곡 시도, 경선방식 변경과정 등을 두고 양 경선후보는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한 쪽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상대가 기자회견을 또다시 공격하는 공방이 경선내내 이어졌다. 공방은 치열했지만 시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실망과 상처였을뿐 결코 생산적인 논쟁이나 토론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경선도 시작되기 전에 최양식 후보가 자신의 인명구조 활동에 의혹을 제기한 박병훈 예비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양 후보 사이에 공방이 뜨거워지면서 한 도시를 대표하려는 시장 입후보자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말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 와중에 경찰은 박병훈 예비후보의 연루 혐의가 있는 여론조사 왜곡 시도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을 경선 여론조사 이틀 전인 지난 4월 30일 오후 5시께 보도자료로 알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경찰이 박 예비후보의 지시 등 직접 개입정황이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4명의 피의자 가운데 1명이 박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 박 예비후보 측은 '권력의 박 후보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경찰 수사발표 다음날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제대로 손을 쓸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는 이틀 예정으로 지난 5월 2일 시작됐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고작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경선여론조사를 실시한 첫째날 밤, 새누리당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박병훈 후보의 경선후보자격을 박탈해버렸다. 여기에는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다.

이 소식은 한 민영통신사가 지난 오전 3시 4분,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관계자의 말을 빌어 최초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경선후보자격을 박탈당한 박병훈 경주시장 예비후보가 3일 새누리당 경북도당사를 항의방문했지만, 경찰에 의해 출입이 저지당하자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박 예비후보 뒤편 당사 입구에 박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붙여 놓은 각종 구호가 보인다.
 경선후보자격을 박탈당한 박병훈 경주시장 예비후보가 3일 새누리당 경북도당사를 항의방문했지만, 경찰에 의해 출입이 저지당하자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박 예비후보 뒤편 당사 입구에 박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붙여 놓은 각종 구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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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경선후보자격을 박탈당한 박병훈 예비후보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자자 100여 명은 전세버스 세 대를 나눠타고 대구에 있는 새누리당 경북도당 사무소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새누리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박 후보의 경선후보 자격 박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각에 맞춰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경주시장 경선후보의 당사 출입조차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았다.

박병훈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은 "후보가 직접 관련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새벽시간에 공천위에서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공당(公黨)에서는 결코 있을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선여론조사가 진행된 첫날 박병훈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최 후보 측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연줄을 총동원해 박 후보를 경선후보에서 탈락시켰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하면서 당사 출입을 막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경북도당공천관리위원회는 약 2시간동안 회의를 통해 이날 새벽 박병훈 경선후보 자격을 박탈한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추인하고 최양식 후보를 공천자로 내정했다.

박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은 '밀실야합 자행하는 새누리당 공심위는 해산하라' '날치기 후보박탈 새누리당은 자폭하라' '최양식 후보 금품살포 수사를 철저히 하라' '후보자격 박탈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경북도당 당사 입구에 붙여놓은 채  이날 오후 6시께 자진해산하고 경주로 돌아갔다.

새누리당 경주시장 경선은 이처럼 파행의 연속으로 막을 내렸다. 당연히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당장 경선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박병훈 경주시장 예비후보는 7일 중앙당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뒤 변화가 없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태세다.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선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경선도중에 정당에서 후보자격을 박탈했으므로 박병훈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데 법적 제한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컷오프에서 탈락한뒤 재심의를 요구했던 황진홍 예비후보도 새누리당의 경선이 최양식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 예비후보는 그동안 "경선후보로 지명된 두 후보는 현재 수사 중인 금품살포와 불법전화착신전환과 관련해 언론에 오르내렸던 사람들"이라며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여론조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때에는 경선후보를을 전면 재심사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이같은 약속을 깨고 어떠한 논의도 없이 단수후보 공천으로 간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최양식 후보를 전략공천해주기 위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황 예비후보 역시 무소속 출마가 유력시된다.

공천자로 내정된 최양식 예비후보는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박병훈 예비후보가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심지어 중앙당의 공정한 공천까지 폄하하고 있다"라면서 박 후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경주시장 경선은 이처럼 경선여론조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 그 사이 당원들의 권리행사도, 시민들의 참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파행경선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계에서는 경주시장 선거 공천자로 내정된 최양식 예비후보가 일단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시각과 결코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공천이 내정된 최양식 예비후보를 제외하고도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황진홍, 박병훈, 최학철 예비후보는 무소속 출마가 예상된다. 새누리당 성향인 4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은 새누리당 공천으로, 나머지 3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구도가 생길 수 있다.

이들 무소속 3명의 후보들은 반 최양식 후보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주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진구 예비후보는 새누리당 경선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 후보직을 사퇴하고 일찌감치 박병훈 예비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박병훈 예비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르도 3명의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경주시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김종득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이 기사는 인터네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4지방선거, #겅주시장 선거, #겅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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