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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도시에서 평화의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에서 오는 9월 평화창작가요제가 열린다. 시상금이 총 1700만원이다. 총연출을 맡은 최경숙(43)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을 지난 4월 말 만났다. 어떤 계기로 총연출을 맡았는지 묻자, 친절하게 답변해줬다.

"4년 전, 1회 오월창작가요제에 출전해 3등을 했다. 오월창작가요제 주요 슬로건이 '제2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찾는다'였다. '평화도시 인천 만들기'라는 주제로 인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예술인으로서 일회성 공연에만 참가하다가 평화를 주제로 창작가요제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3년 전에 했다. 작년 여름, 인천시 관계자와 가능성 여부를 의논했고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인천시는 평화창작가요제를 주관할 단체를 공모했고,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와 <시사인천>이 선정됐다. 주최는 인천시다.

'적극적 평화'를 노래하라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총연출을 맡은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총연출을 맡은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 김영숙

노르웨이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 1930~)은 평화를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나눈다. '소극적 평화'란 오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적극적 평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인권과 환경, 비핵 등 사회 갈등과 차별을 없애자는 의미에서 협동과 통합이 강조된 평화다.

최 사무처장은 "인천은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으로 얼마 전 연평도 포격사건처럼 분쟁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자,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신·구 도시 간 갈등 등 다양한 사회 현안을 안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가장 평화가 절실한 인천에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법을 노래로 찾아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적극적 평화'는 더 나아가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음악인들에게 평화라는 주제로 창작해야한다고 얘기했더니,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평화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한다. 창작가요제의 취지는 이런 '적극적 평화'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과 겹쳐, 가요제 일정 앞당겨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우연의 일치일까? 2005년 9월 19일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한다고 약속한 날이다. 더불어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 공격 등을 골자로 한 9.19 공동성명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또한 2007년 10월 4일은 남북 정상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한 날이다. 10.4선언에는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평화창작가요제와 인천아시안게임의 연계성에 대해 최 사무처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원래는 10.4선언에 맞춰 평화창작가요제를 진행하려했는데,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제와 겹치기 때문에 조절했다"며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만든 평화의 노래를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경기장이나 폐막제에서 사용할 수 있게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와 인천시가 얘기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도 있고 이번 아시안게임이 평화 아시안게임이 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아,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평화 노래 보급에 기여할 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창작가요제는 많지만, 평화를 주제로 한 창작가요제는 처음이다. 최 사무처장은 평화창작가요제 개최로 평화를 주제로 한 창작노래가 매해 300곡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평화창작가요제만의 특징에 대해 최 사무처장은 "예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대중적으로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보급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라며 "1등을 가르는 가요제라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순위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분위기를 유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상금도 대상 500만원을 제외하고는 예술상·공동체상·대중상 모두 300만 원이다. 본선에 진출한 10개 팀 중, 수상한 4개 팀을 제외한 6개 팀은 참가상으로 상금 50만 원씩을 받는다. 가장 큰 특징은, 본선에서 심사위원들이 뽑은 4개 팀 중에서 시민심사단(500명)의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팀이 대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공감하기 쉬운 가사와 노래로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와 이어진다.

벌써 참가하겠다는 반응 뜨거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참여가 부족하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 사무처장은 '벌써 뜨거운 반응'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평화 관련 단체와 문화예술단체에 홍보를 시작했는데,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로 홍보활동을 멈췄지만, 조만간 전국적으로 홍보하러 다닐 계획이다. 주최 측인 인천시 관계자가 '창작곡이 그렇게 많이 모일까?' 의아해한다. 지금의 10대나 20대는 작곡을 '놀이'로 한다. 과거와 다르게 창작에 대한 접근이 쉽다."

최 사무처장은 인천시민들에게도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창작가요제는 모든 계층이 참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노래에 평화 가사로 바꿔서 부르는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UCC대회도 할 거다. 또한 1등을 가르는 데 중요한 변수인 시민심사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그리고 전국 최초로 평화가요제가 인천에서 열린다는 걸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 사무처장은 "우리가 얘기하는 평화가 이런 대한민국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 녹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일이 아니어도 공감하고 슬퍼해주고 나와 의견이 달라도 이성적으로 토론해야 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극과 극으로 치닫는 상황을 만들어간다"라며 "평화창작가요제 같은 행사가 진작 열리고 '적극적 평화'를 미리 고민해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안타깝다, 슬픈 일들이 잘 승화돼 국민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평화창작가요제는 6월 10일부터 27일까지 참가 곡을 접수하고, 9월 13일 10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오른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다음' 카페(cafe.daum.net/ic-peacesong)에서 볼 수 있다.(문의ㆍ010-5518-6150)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렸습니다.



#평화창작가요제#최경숙#시사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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