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월호가  대한민국 양심의 저울대가 된 이유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시민들이 모였다.
▲ 청와대 만민공동회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시민들이 모였다.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침몰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고 진단하는 이들이 많다. 배 한척의 침몰을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침몰은 단순히 배 한척이 침몰한 것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긴 하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세월호 침몰과 동시에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본과 권력과 언론의 끈끈한  삼각관계,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인간의 추악한 탐심과 욕망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경쟁과 속도 이윤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가와 권력자들에게 사회적 약자들인 학생, 장애인, 알바, 이주노동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의 안전이나 권리는 애당초 안중에 없었다.

그저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공부나 해.  때가 어느 때인데  나라를 시끄럽게 해. 안보를 생각해야지, 정치적 권리가 다 뭐야. 나라의 경제가 안정되려면 개인의 희생쯤은 각오해야지. 때가 되면 다 알아서  밥 먹게 해줄테니 그저 가만히 있어. 그렇게 교육받은 어버이들은 자식들에게 "가만히 있어. 어른 말을 들어야지. 선생님 말씀 잘 들어. 가만히 있어.:라고 가르쳐 왔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아 희생되었다.

방향타를 잃어버린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나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조차 없는 선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통째로  맡긴 채 죽음의 질주를 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자신이 곧 또 다른 세월호 실종자 가족인 사회적 약자임을 자각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구교현(알바연대) 활동가는 이렇게 이 시대를 진단한다.

가장 쉽게 쓰고, 가장 쉽게 버릴 수 있는 노동자, 일하다 목숨을 잃었음에도 장례비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 가장 저렴한 노동자가 바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것이다.'대한민국 알바 노동자 500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오로지 알바수준의 일자리 밖에 없는 상황,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유로 박근혜정부가 앞장서 전 국민 알바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 우리는 이 사회에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까. 인간을 비용으로 치부했던 세월호는 결국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사회도 비슷하다. 서서히, 그러나 파멸적으로 침몰하고 말 것이다'

사회의 기득권이 지닌 사고방식이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들을 대해왔던 방식이  드러난 빙산의 일각으로도 시민들은 분노하고 자성하기 충분하다. 병든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세월호 사건, 그 사건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실종되었던 것이 무엇인지, 건져내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국민 모두가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세월호가 대한민국 양심의 저울대가 된 이유다.

송국현씨 죽음이 장애인 복지제도의 저울대가 된 이유.

만민공동회에 참석한 중증장애인
▲ 가만있지 않을거야. 만민공동회에 참석한 중증장애인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시기에  장애복지 사각지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 있다. 4월 17일 자립 홈 화재로 사망한 중증장애인 송국현씨 죽음이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장애등급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을 주최하고 발제를 맡은  토론을 주최한 의사출신 김용익 의원 발제에 의하면 송국현은 장애등급 심사를 총 3번(2010년, 12년, 14년)받았다고 전했다.

맨 처음 인곡자애병원에서 우측 편마비(오른쪽 손과 오른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마비 Right Hemiplegia)와 언어장애 3급을 포함 장애등급 판정을 하는 수정 바델 지수 84점으로 중복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세 번 다 등급의 변화가 없었지만 실제 국현씨  건강 상태는 바델 지수 84에서 12년 80, 14년 성모병원 소견서는 바델 지수 20으로  장애 1등급 정도까지 악화되었다.

14년 검사 결과 이동, 보행, 휠체어 이동 3가지가 움직임(movement) 부분 점수가 0점으로 혼자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또 인지저하로 인한 언어장애와 발성 장애, 초기 치매 증상으로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의사는 진단서 소견을 기록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국현씨는 이동, 보행능력이 전혀 없었고 초기치매 상태로 인지판단능력이 소실된 상태였으며 발성장애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국현씨 장애등급이 바뀌지 않은 것은 돈이 없어 X-RAY 찍기를 거부해 20년 전, X-ray 심사 결과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재심판정 이의신청은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우며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로 이의 신청을 하더라도 이의신청이 수용되는 일이 거의 없어 장애인들은 대부분 이의신청을 포기한다. 국현씨의 경우 재심을 요구하던 중 화재가 났고 결국 장애등급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장애인등급제와 무양의무제라는 족쇄로  중증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하려면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사회다. 국현씨 죽음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이것이 송국현씨 죽음이 장애인 복지의 저울대가 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연내에 3등급까지 활동보조 서비스를 고려하겠다. 하지만 장애등급제로 사망한 국현씨 죽음에 대한 사과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고아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집회
▲ 가만있지 않을거야 고아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집회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8일 오후 5시 경 장애인 단체와 활동가들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라는 약식 집회를 열었다. 이원교(서울장애인차별 철폐 연대) 공동 대표는 말했다.

"장애인들이 평소에 가장 많이  들어왔던 말이 '가만히 있어라' 였다. 이제 우리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송국현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 2의 송국현 동지가 나오지 않도록 투쟁할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도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불타 죽은 벗들과 함께 웃고 싶은 날을 꿈꾸며

9일로 광화문 해치 마당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은 627일차를 맞는다. 해병대 출신으로 학생운동의 정점을 이루었던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도 데모 한 번 한 적 없는 날라리였다는 박경석 (전국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대표는 지난 6일 농성장을 지키며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
▲ 광화문 해치 마당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624일째 광화문농성장이다.

'노들야학 휴직교사 진수는 막차가 끊긴다고 '안녕'하고 집에 간다. 오랜만에 본 진수는 살이 쪘다.

가면서 미안했던지 다음에 꼭 하룻밤 농성장 사수하겠다고 하면서 갔다.

명희는 셧트문 닫힐 때까지 있다가 못내 아쉬워하며 바이바이했다.

사람들 왕래가 끊긴 지하철 공간을 청소부 아주머니가 물청소를 한다.

청소소리 이외에 너무나 조용한 공간이다. 근데 형광등이 24시간 꺼지지 않아 구치소하고 비슷하다.

새벽이 오니 열차 운행하는 소리가 들리고, 셔터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 지나가는 발자국소리가 "뚜벅 뚜벅" 들려온다.

저 소리가 조금 있다 출근시간이 가까워오면 더욱 크게 지속적으로 탱크 지나가는 소리로 들려오겠지.

저 소리가 향하는 곳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어느 날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권력을 꼼짝 못하게 하는 발걸음이 되면 좋겠다는 새벽꿈을 꾼다.

하루가 시작되고, 시간은 흐르고, 삶의 고통과 슬픔은 계속되는데...

이제 되살아나는 불타 죽은 벗들과 함께 웃고 싶은 날이 오면 좋겠다.<박경석 페이스북>

정부종합 청사 앞 만민공동회
▲ 만민공동회 현장 정부종합 청사 앞 만민공동회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세월호가 대한민국의 일반 시민들이 잃어버렸던 양심과 실천을 되찾을 기회를 제공했다면, 송국현씨 죽음은 장애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만민공동회는 세월호 침몰 때 '가만히 있으라'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어른들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고  머리를 맞댄 자리다. 이제 우리는 안전불감증, 정부의 총체적 무능력, 무책임에 책임을 묻고, 탐욕으로 찌든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워야 한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일어나야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첫걸음을 뗀 자리가 '만민공동회'다. 그 자리에 함께 한 장애인들의 바람인 장애등급제 폐지로 '불타 죽은 벗들과 함께 웃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태그:#만민공동회 장애등급제 페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