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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가져온 영정사진을 품은 채 9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영정사진 품고 청와대 향하는 유족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가져온 영정사진을 품은 채 9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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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언론은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9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시간에 박 대통령은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연 자리에서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은 국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그 고통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뒤 정부는 비상식적인 대처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 했다.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보수 논객들은 막말들을 쏟아내며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국민을 '분열 야기 행위자'로 규정한 것이다. 

먼저 묻자. 누가 국론 분열을 야기했나?

사고 이후, 오히려 유족들과 국민은 감정을 절제하며 한 사람이라도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구조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이들은 제 살 궁리나 하고, 진실을 왜곡하려 했다. 보수언론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국민의 소리를 불순한 세력의 음모로 규정했다. 거기에 보수논객들과 인터넷 매체들은 막말을 쏟아내며 국론분열에 앞장섰다.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 대통령

사고 이후 대통령의 행동이나 사과방식 등도 '국민분열'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자기변명에만 능숙한 정부를 바라본는 게 국민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생각해 봤을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행태는 참으로 놀랍다.

경제 대통령을 자부하던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게 경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서민경제를 염두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경제가 아니었던가?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서민들에게는 얼토당토 않은 생색내기에 그친 것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아닌가?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도 이명박 정권이 선박의 사용연한을 대폭 늘려줬기 때문 아닌가? 이런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 정도로 치부하다니.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행인가?

이런 언행은 대국민 협박으로 들린다. 자신들은 잘하는데, 어리석은 국민과 유족이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자신들을 비판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앞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련의 집회 등을 불순한 모임으로 알고 진압하겠다는 겁박으로 들린다. .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나는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를 떠올렸다. 아예 대놓고 '혼자만 잘 살겠다'고 선언하는 듯하여 심히 불편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이 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지 헤아려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헤아릴 마음이 없거나, 그럴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해 좌괴감이 든다.

지금은 유가족과 국민이 위로를 받아야 할 때다. 이런 마당에 극우 보수논객, 보수언론, 청와대가 국민을 자극하고, 얼토당토 않은 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한다면 대국민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오보이기를 바란다. 하필이면, 유가족들이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며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던 시간에 나온 이야기여서 믿어지질 않는다. 왜, 이렇게 자꾸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가.

지금은 경제 타령할 때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를 근원적으로 바꿔야 할 시기이며, 상처받은 유족들과 국민의 마음을 위로할 시기다. 정부는 국민과 유족의 마음에 대못 박는 이들을 단속해야 한다. 유족과 국민의 마음속 응어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과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비상식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사고의 본질을 흐리려 하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은 신속하고도 빈틈없이 진압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앞뒤가 뒤바뀐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 이후 유족과 국민에게 많은 실망감을 주었다. 진정성을 가지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문제의 발언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더 실망감이 깊어진다. 사회불안과 분열을 초래하는 기원이 어딘지 잘 살펴주었으면 한다.

경제가 우선이 아니다. 국가 안보가 튼실하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언론이 제구실하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국민을 섬기는 본연의 일을 한다면, 경제 타령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경제는 일어설 것이다.


태그:#세월호, #소비심리 위축, #사회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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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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