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용어 중 '퍼펙트 해트트릭'이라는 말이 있다. 해트트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세 골을 몰아넣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퍼펙트 해트트릭은? 해트트릭을 왼발, 오른발, 머리를 통해 달성하면 퍼펙트 해트트릭이라는 명칭을 얻는다. 양발에 머리까지 잘 쓴다는 뜻이니 축구선수로서는 완전체란 이야기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축구장으로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퍼펙트 해트트릭에 비견될 만하다. 다만 '선수'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결함을 드러냈으며, 기껏 넣은 골이 자책골이었다는 점이 문제다.
첫 골은 말할 것도 없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흑막은 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국정원 직원의 인권 유린' 운운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추악했다. 중앙정보부 시절에나 있을법한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 2010년대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박 대통령은 정통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 후라도 국정원에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면 국정원 사태를 이명박 정부의 일로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박 대통령은 '셀프 개혁'이라는 면죄부를 내렸다.
두 번째 골은 윤창중 사태다. 사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당시부터 뒷말이 많았다. 평소 원색적인 언행과 글을 통해 극단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드러낸 탓이다. '박근혜에게 대놓고 아부한다'는 평도 많았다. 주변의 많은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기어이 윤 전 대변인을 자신의 '입'으로 삼았다.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인물을 요직에 앉혔다가 결국 사고를 치게 만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용인술에 의문부호를 갖게 한 사건이었다. 사람을 제대로 쓰는 능력이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해트트릭을 완성한 대망의 세 번째 골은 세월호 참사다. 300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 비극적인 사태를 통해 박 대통령은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면피에 급급했다.
관련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이 등장했다. 또한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자와 같다'는 실언을 했다가 해외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내놓은 사과는 국민이 아닌 국무위원들을 향한 것이었고 이로 인해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윤창중, 세월호라는 세 개의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정통성 결여, 용인술 부족,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완벽한 퍼펙트 해트트릭이다. 하야 요구가 과격하게만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직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이 암담한 현실을 박 대통령도 하루빨리 직시해야 한다.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휘슬이 울리기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미 넣은 자책골은 빨리 잊어야 한다. 거기에 매달려 책임을 회피하거나 변명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서 그간의 과오를 겸허히 사과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공도 과도 모두 등에 진 채 묵묵히 앞에서 뛰는 것. 바로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