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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누구에게나 있어 항상 초행입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기에 때로는 날벼락 같은 행운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막연한 두려움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만을 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보니 여느 누구나 인생은 내내 궁금하고 불안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초행길이라도 주변이 훤하게 보이는 대낮, 먼 산까지 시야가 탁 트인 탄탄대로를 걷는 길은 그렇게 무섭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도 걸어도 어디쯤 가면 뭐가 있고, 어디쯤에서 어떤 게 나올지를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길이라면 칠흑 같은 밤중에 걸을지라도 그렇게 무섭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길, 어떤 일과 어떻게 부닥뜨릴지 모르는 길,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운 길처럼 캄캄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건 궁금증을 넘어서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초행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이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미리 지도를 봐 주변을 살피고, 손전등을 준비하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인생을 조금 먼저 알거나 대비하기 위해 이런저런 형태의 점집을 찾기도 합니다.

발품팔고 복채 내가며 점 본 답사기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지은이 한동원/(주)웅진씽크빅/2014. 4. 21/1만 4000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지은이 한동원/(주)웅진씽크빅/2014. 4. 21/1만 4000원) ⓒ 임윤수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지은이 한동원/(주)웅진씽크빅)는 뜬구름처럼 떠도는 어떤 소문들을 긁어모아 쓴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고 복채를 내가며 점집들을 답사한 후에 기록한 내용입니다.

저자는 곳곳에서 책 내용이 저자의 주관적 판단(경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최소한 5년 이상 알고 지내 믿을만한 점집 마니아들이 소개해 주는 점집, 점집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점집들 중에서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곳들을 엄선했음을 밝히고 있어 점집 문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체험하려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소위 신발로 점을 봐주는 신점집, 생년월일시 사주로 운명을 점쳐주는 사주집, 이름 석 자로 인생을 풀어주는 성명점집, 얼굴 생김새로 운명적으로 다가올 길흉화복을 점치는 관상집, 손바닥에 난 손금으로 운명을 점치는 손금점집은 타박타박 발자국 남기며 직접 찾아가 점을 치며 경헙 합니다.

그리고 여느 점들과는 달리 서양에서 건너와 유행하고 있는 타로점은 전화 상담을 통해 점친 후 그 과정과 내용을 중계방송이라도 하듯이 낱낱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면접장에 숨어 있는 제3의 면접관은 누구?

면접시험 장소에 면접관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뒤 두텁게 드리워진 커튼, 또는 그 근방의 뻐끔히 열려 있는 옆문, 또는 구석에 세워진 지나치게 사이즈 큰 회사 깃발 또는 금술 달린 태극기 또는, 면접장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의 뒤에는 사람들 앞에 결코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제3의 면접관이 매복해 있고, 이 면접관은 시퍼렇게 벼려진 관상술자의 시선으로 지원자들의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해부해낸 뒤, 각 부위의 광상학적 점수를 매겨 그를 토대로 지원자들의 당락에 대한 최종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161쪽-

저자는 누군가와 동행하기도 하고, 약간의 속임수도 써가며 점의 신통력(?)을 시험하기도 합니다. 점집 주변을 스케치로 보여주듯이 소개하고, 점집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눈치로 엿본 느낌을 전달하듯이 묘사해 가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점을 처음 보는 서툰 초보자처럼 행동하고, 가끔은 능구렁이처럼 맞장구를 쳐가며 점집을 공략해가고 있는 저자의 답사기에선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생긴 대로 살아간다.'고 하고, 누군가는 '살아가는 대로 생기는 게 관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누군가는 '나이 40까지는 생긴 대로 살고, 40이 넘어서의 얼굴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취업성형'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함에도 여러 점들에 대한 신뢰정도는 여전히 합일점이 도출되지 않을 만큼 찬반이 팽팽하니 영원한 미지수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또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신점 ㄱ보살과 사주 ㄴ소장이 한결같이 내년을 '뭔가가 달라지는 해'로 지목했던 것을. 비록 이들은 120년 운명 사이클이나, 운명의 사계절이나, 역계절변화나, 인생 환절기 같은 참신하고도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점만은 일치하고 있으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것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운명과학적 필연인 걸까.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222쪽-

고액 굿과 비싼 부적 강요하는 점집은 사이비 점집

점 마니아가 아니라면 신점과 사주, 성명점과 관상점, 손금과 타로점이 무엇이며, 무엇으로 어떻게 점치는지 조차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점집 분위기가 어떨 거라는 걸 어림하는 것조차 힘들 겁니다. 저자가 답사기로 소개하고 있는 점집들을 머리로 그리고, 상상으로 색칠해 가며 읽다보면 각각의 점집이 어떤 곳이며 어떤 분위기 인지를 어렴풋하지만 또렷하게 구분하게 될 것입니다.

점집 중에는 불안감을 조장해 돈벌이수단으로 하거나 혹세무민하는 곳도 없지 않을 겁니다. 불안감을 조장하고, 굿을 하거나 부적을 난발해 돈벌이를 하려는 점집들은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게 아니라 분안감 만을 더해주는 사회적 병폐입니다.

호기심에서라도 점집엘 들렸다 거액을 들여 굿을 하라거나, 고가의 부적을 사야한다는 걸 강요하는 점집이라면 그곳은 제아무리 용하다고 이름이 나 있는 곳이라도 십중팔구는 돈벌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이비점집일 수도 있다는 걸 저자는 귀엣말로 들려줍니다.

덧붙이는 글 |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지은이 한동원/(주)웅진씽크빅/2014. 4. 21/1만 4000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

한동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14)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한동원#(주)웅진씽크빅#관상#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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