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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일어난 월드컵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일어난 월드컵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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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한 달간 축구공으로 만들 브라질월드컵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본선에 진출한 각국 대표팀은 월드컵에 나설 선수명단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개최하는 브라질에서는 시끄러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과 사회기반시설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각 도시에서는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위는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되면서 브라질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개막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경기장 완공도 못해

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브라질은 전 세계로부터 강한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다. 개막전이 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경기장은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취재단을 맞이할 사회기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잔디도 깔리지 않았고, 관중석도 다 설치되지 않았다. 다른 대안도 없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시멘트가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작업을 하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브라질에 불만을 토로했다.

발케 총장은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마치지 못하고 월드컵 대회가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는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고, 2018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는 브라질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던졌다.

일정에 쫓겨 공사를 급하게 진행하니 안전사고도 계속되고 있다. 상파울루 경기장에서는 지붕이 붕괴돼 인부가 사망했고, 관중석 설치 작업을 하던 인부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지금까지 총 8명의 인부가 월드컵 공사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로 인해 공사가 더욱 지연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4년 전 '늑장 공사'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월드컵 준비가 훨씬 더 늦어지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브라질 언론 <폴랴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은 남미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라며 "경기장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올림픽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드컵 개최 지지도 48%... '축구의 나라' 맞아?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통해 경제성장과 지지율 상승을 동시에 잡으려는 브라질 정부는 무려 110억 달러(약 1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월드컵 준비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해 브라질 민심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 높은 실업률, 극심한 빈부격차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중교통, 전기 등 각종 요금이 계속 상승하자 결국 불만을 참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것이다. 시민들은 월드컵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예산을 교육, 보건, 복지에 사용하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라질의 월드컵 반대 시위는 지난해 6월 열린 '미니 월드컵'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당시 브라질 6개 주요 도시에서 8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급진적 성향의 야권과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과격단체 '블랙 블록'이 가세하면서 시위 규모는 급속히 불어났고, 더 과격해졌다.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브라질에 집중되자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았던 흑인 청소년들도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쌓여온 브라질의 사회적 문제가 월드컵을 계기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버스요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대규모 과격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가 브라질 언론의 촬영 기자가 목숨을 잃는 등 치안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월드컵 반대 시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월드컵을 바라보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선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라 실시한 조사 결과 월드컵 개최 지지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에 머물렀다.

이는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2008년 지지도 79%보다 무려 3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월드컵 우승을 5차례나 차지했고, '축구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가장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하는 브라질에서 월드컵 개최를 찬성하는 여론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질 경기불황, 월드컵도 못 살린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브라질 정부는 더욱 다급해졌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는 경기장 폭력에 대해 관대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장 폭력은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A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국방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 개막을 위한 사전 정화 차원에서 3만 병력을 동원해 마약 밀매, 무기 밀매, 불법이민 단속 등을 위한 대대적인 국경순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월드컵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이 오는 10월 재선에 도전하는 호세프 대통령을 도와줄지는 의문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기간 동안 60만여 명의 외국인이 방문해 약 30억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30억 달러는 2조 달러 규모의 브라질 경제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뿐더러, 더 늘어나도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0.1~0.2%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월드컵이 브라질 경기 부양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비관적이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난 3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에서 가장 낮은 'BBB-'로 강등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지난 2010년 7.5%를 기록한 뒤 계속 곤두박질치다가 결국 1%대까지 온 것이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 속에 막판 준비가 한창인 브라질월드컵은 다음 달 13일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2개국이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브라질월드컵#월드컵#월드컵 시위#국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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