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여수>는 "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우리 고장을 널리 알리고 있는 여수지역 고등학생들의 연합동아리입니다. 바쁜 시간을 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저희를 이끌어 주신 박용성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기자말"호텔에 가서 밥 한 끼 먹고 올래?""저희야 좋죠. 그런데 웬 호텔이래요?""쌤이 행사 초청을 받았는데, 대신 가서 사람도 만나고 취재도 하고 와."그렇게 해서 2013년 10월의 마지막 날, 호텔이란 곳을 처음 가 보게 되었다. 오동도와 인접한 곳이라 먼발치에서 보기는 했지만 막상 들어간다고 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부드러운 곡선의 유리로 만들어져 바다로 나아가는 돛단배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한 호텔의 외양부터 우리를 설레게 했다.
"어서 와." 미리 연락받은 분의 안내로 자리에 가 앉았더니,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한 후원의 밤'이라는 현수막이 정면에 걸려 있었고,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초록어린이재단 전국회장인 최불암 선생님도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름다운 밤이었다"두 시간 동안 계속된 행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30만원씩 후원자 100명을 모시게 되면 여수 아이들에게 음악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다고 메일을 드렸더니, 300명이 넘는 후원자가 참여하게 되어 9000만이 넘는 돈이 모여서 저도 깜짝 놀랐다"며 박완규 동부매일 대표는 "여수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감사드렸다.
밥을 먹으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후원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초청 가수의 노래를 듣고 무희의 탱고 춤을 감상하고 관현악의 선율에 몸을 맡기며,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게 돈이로구나'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이어서 후원금 마련을 위한 기증품 경매가 이루어졌는데, 말이 경매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자리에 나온 분들은 그 누구도 거저 오지 않았다. 후원자들은 후원금으로, 사회자와 공연 담당자는 재능으로 마음을 보탰고, 장소를 마련해 준 호텔 측도 대관료는 물론 식사비를 전액 무료로 하며 동참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만 아무 한 일도 없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취재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악기 하나씩을 안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2014년 1월 17일. 드디어 쉰여섯 명의 아이들이 악기 하나씩을 품에 안게 되었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본부장 소동하)에서 목포, 강진, 담양, 보성, 장성에 이어 여섯 번째 드림오케스트라를 여수에서 창단한 것이다.
여수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선발되어 구성된 여수드림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 1, 2파트, 비올라, 첼로 등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악기는 전남현악기제작소 홍의현 대표가 선물한 것이다.
"왜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입니까?" 행사가 끝나고 초록우산 박수봉 팀장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중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아이들의 정서입니다. 음악은 사람한테 감동을 주잖아요. 그런 음악을 통해서 아이들 스스로 어떤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선택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었어요"시간이 지나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렵게 인터뷰를 허락 받았다. 창단식 때 한 번 뵈었는데, 다시 보아도 김한림 선생님은 천상 음악가였다. 약간 휘어진 긴 머리가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 목포에서 여기까지 와서 가르치신다던데, 많이 힘드시죠?"힘드냐고요? 글쎄요. 아직까지는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하고부터 여태까지 제 생활은 늘 굉장히 빡빡했어요. 음악학교를 다니면서도 친구가 그냥 친구가 아니라 늘 라이벌로 여겨졌으니까요. 그러다가 드림오케스트라에 오게 되면서 음악의 새로운 면을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해 가면서 자기네들끼리 연습하고 어울리고 그런 걸 보다가, 도리어 제가 치유 받는다는 그런 느낌이 문득문득 든 거예요."
- 아이들을 지도할 때 보람도 크시지요?"그럼요. 말수가 전혀 없는 한 아이가 있었어요. 센터에서 온 아이들이라 아무래도 소극적인 아이들이 많아요. 악기를 배우러 온 처음 3개월 동안은 전혀 말이 없더라고요. 목소리조차 몰랐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하루는 제 앞으로 오더니, 선생님 저 '나비야'를 연습했는데 한번 들어 주세요 그러는 게 아닙니까? 아,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을 감추느라 혼났어요."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비가 날개를 움직인다고 모두 태풍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비도 나비 나름이다.
'그 나비'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박완규 <동부매일> 대표를 만나러 갔다. 물어물어 찾아간 신문사는 생각보다 작았다. 컴퓨터 몇 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신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 여수 드림오케스트라가 값진 건 '소수 다액'이 아니라 '다수 소액'으로 만들어졌다는 데도 있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메일 한 통으로 그렇게 많은 분들이 후원자로 나서게 되었어요? "(웃음) 제가 초록우산 여수지회장이 된다고 하니 어떤 분이 그러셨대요. '그분 돈 많아?' 사실, 저는 '돈'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사람'이 많아요. 저를 믿어 주고 저를 챙겨 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 일에 도움이 필요합니다'하고 말씀드리면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서 주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죠. 여수드림오케스트라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동참해 주신 분들이 정말 멋진 분들이지요."
- 어려운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런 일을 하고 계시나요?"아이들을 도울 때는 이런 마음으로 해요. 아이들이 '아, 내가 필요하면 누군가 도와주는구나'하고 의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대신에, 그들 스스로 일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도움을 줬다 이렇게 느끼게 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아, 내가 혼자 큰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도움에 의해서 컸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갖고 있는 원칙이라면 원칙이기도 하고요."
인터뷰를 하는데도 대표님의 핸드폰은 정말 쉬지 않고 울렸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이들에게 공손하게 대했고, 어린아이같이 밝게 웃었다. 몹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그에게서, 고담함도 때로는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귀하지만 좋은 일을 하게 하는 사람이 더욱 귀하다던 어른들의 말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기사 작성 : 여수지역고등학교 연합동아리 <사랑해여수> 4기 박태신, 이대현, 김정원, 정찬, 조승완, 정화영, 강세인 기자)
덧붙이는 글 | 세월호 참사로 그렇게 친구들이 가고, 아직도 많은 친구들은 건져 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런 글을 올리는 게 괜찮나 싶었습니다.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합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준비해 온 바라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봅니다. (팀장 이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