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반성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새누리당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서청원 의원이 15일 처음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만이 아니었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선대위 첫 회의지만 선거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대단히 죄스럽다"라며 "낮은 자세로 사과하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선거대책회의가 아니라 세월호 대책회의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21일 앞두고 거세게 불어 닥친 세월호 참사 후폭풍에 바짝 몸을 숙이고 있다.
지방선거 '판' 뒤흔든 세월호 참사...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 '빨간 불'
세월호 참사는 6·4 지방선거 '판'을 완전히 흔들었다. 새누리당은 당초 거물급 인사들을 차출해 '인물론'으로 지방선거 구도를 짜고자 했다. 여기에 거물급 인사들의 '빅매치 경선'과 상향식 공천 등을 통한 컨벤션 효과와 박근혜 대통령의 단단한 지지율을 뒷배 삼아 승기를 굳히는 게 골자였다.
이는 통했다. 중진차출론으로 인한 당내 논란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각 후보들의 지지율도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을 바짝 뒤쫓거나 앞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한 대처 등으로 불거진 '정부심판론'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겨레>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후 투표의사 높아졌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35.3%였다. '더 낮아졌다'는 21.1%였다. 무엇보다 20~40대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쪽에서 투표의사가 높아졌다고 답한 이들이 늘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치불신으로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는 다른 결과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6.4%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53.4%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2.3%였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5.6%로 새누리당을 6.7%p 차로 뒤쫓고 있었다. 이 조사는 지난 12~13일, 유선전화와 무선전화를 절반씩 섞어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하에서 ±3.7%p다. 응답률은 20.3%였다.
<중앙일보>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서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열세가 두드러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하 ±3.5%p, 응답률은 30.3%) '한국갤럽'이 지난 12~13일 수도권 유권자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37.7%를 기록, 박원순 시장(47.4%)보다 9.7%p 뒤졌다. 이는 지난 5일 조사 때보다 3.3%p 정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멀찍이 앞서가던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은 주춤한 상태다. 이 조사에서 남 후보는 36.4%,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는 29.1%를 얻었다. 지난 5일 조사에서 15.9%p를 기록했던 격차가 7.3%p로 줄어들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지율은 38.6%를 얻어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33.5%)를 5.1%p차로 앞섰다.
그러나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향후 열릴 국회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 선거 당일까지 세월호 이슈는 그대로 힘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한 번 더 믿어주십사 밖에... 다행인 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결국, 새누리당이 이날 첫 선대위원회에서 택한 것은 '사과'와 '호소'였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은 "변명하지 않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자세로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라고 짧게 밝혔다. 역시 공동 선대위원장인 최경환 전 원내대표도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되 지방정부를 이끌어 갈 훌륭한 리더를 뽑도록 알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청원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백번이고 천번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 의원은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제의받고 곰곰히 생각했는데 '용서를 구하고 이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저희를 한 번만 더 믿어주십사' 하는 것 외에는 선거방법이 없지 않겠나"라며 "후보 각자가 겸허하게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다만, 서 의원은 "다행스러운 것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양반(박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게 국정철학"이라며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역설적이지만 한 번 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힘을 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정부와 함께 대책을 내놓고 용서를 구하고 새 출발을 할 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