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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연구실에서
연구실에서 ⓒ 이상옥

그때 거기 있은 것이냐
너는 너는...
하늘아, 산아,
- 이상옥의 디카시 <아포리아>

세상에는 참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살아갈수록 점점 의문은 더 커지기만 한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등 선박직 핵심 승무원 15명을 기소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사고의 단초가 됐던 과적과 불법증축, 평형수 부족, 무리한 출항 등 문제점들과 함께 사고 후 승무원들과 해경, 정부, 언론의 허술한 대처가 피해를 키운 정황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잘못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승객 300여 명이 세월호와 함께 물에 잠긴 비극은 나를 비롯한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 건가를 여실이 드러낸다. 종교개혁자 존 칼뱅이 "불순한 씨의 후손인 우리는 날 때부터 죄에 전염돼 있는 것이다"라고 인간의 죄성에 대해 말한 것이 새삼 떠오른다.

신의 침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편, 인간의 죄성은 그렇다고 친다면 '신의 침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세월호와 함께 잠긴 아이들을 그냥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던 신. 민족시인 윤동주가 일제의 만행 앞에 무력한 자기자신과 동족을 그대로 방치해 둔 신의 침묵에 절망하고 그의 기독교 모태신앙이 바닥에서부터 흔들려 신앙의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마당 가에 아무렇게나 만든 텃밭에 심은 감자가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인사와는 상관없이 감자는 자신의 DNA를 그냥 발현한다.
마당 가에 아무렇게나 만든 텃밭에 심은 감자가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인사와는 상관없이 감자는 자신의 DNA를 그냥 발현한다. ⓒ 이상옥

내 작은 머리로는 어떨 때 간헐적으로 돌출하는 나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마음과 행동조차도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어찌 감히 신에게 힐문할 수 있겠는가.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이상화 시인이 일제강점기에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라고 노래한 심정을 이해하겠다.

빼앗긴 나라인데 어째서 봄이 오는 것인가.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좀 속 시원하게 말을 해다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말을 해달라고, 외치는...

 지난 겨울경 심은 꽃잔디가 제법 푸르면서, 쉴 새 없이 꽃을 피운다.
지난 겨울경 심은 꽃잔디가 제법 푸르면서, 쉴 새 없이 꽃을 피운다. ⓒ 이상옥

시골집 텃밭에 심은 감자는 오늘도 쑥쑥 잘 자란다. 연못의 수초, 꽃잔디 또한 하루가 다르게 의젓하다. 아, 아포리아, "사물에 관하여 해결의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이나 논리적 난점. 또는 해결이 곤란한 문제." 이 아포리아라는 철학적 명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나 관점에서 새로이 탐구하는 출발점이 된다"라고 하니, 다시 인간과 신에 대한 탐구를 시도해볼 수밖에...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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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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