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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황급히 자리 떠나는 길환영 KBS 사장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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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6일 오후 3시 40분]

KBS 보도본부 부장단이 16일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사퇴했다.

뉴스 제작을 책임지는 보도본부 부장단이 총 사퇴함에 따라, 당장 이날 <뉴스9>를 비롯한 뉴스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는 KBS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로 알려졌다. 길환영 사장은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길 사장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KBS 양대 노조인 KBS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KBS 기자협회도 제작 거부를 결의한 바 있다. 또한 이날 야당 추천 KBS 이사 4명도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새노조 관계자는 "제작본부, 시청자본부 등의 부장들도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입장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 KBS 구성원 욕보이며 자리 지켜"

KBS 보도본부 소속 18명의 부장들은 이날 오후 발표한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에 대해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그는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면서 "우리는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만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부장단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길 사장을 향해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그것뿐"이라며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은 당장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KBS 새노조는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에 대해 "오늘, KBS 아니 한국 언론사에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보도본부 부장 전원 총사퇴'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이어졌다"면서 "시청자에 대한 사죄와 함께, 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신들을 구속했던 길환영 사장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참담하다. 20년 이상을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지금 우리의 보람이자 긍지여야 할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KBS가 끝내 쓰러지는 것일까. 피해는 결국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일련의 세월호 보도,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 논란과 충격적 폭로 등이 지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관이었을 뿐이다. 폭약은 이미 차곡차곡 쌓였고 터질 때를 기다려왔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때마다 KBS는 폭발을 향해 한발씩 나아갔던 것이다.

누구 탓을 하랴.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

그리고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그는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만하다고 본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

얼마 전 길 사장은 사과는커녕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버티다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렸다. 왜 그랬나? 청와대가 가질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는가? 그런 그에게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그것뿐이다.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한번 길 사장에게 말한다. 당장 사퇴하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도 촉구한다. 혹여 우리의 이런 결의가 당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알기 바란다. 보도국장 재직 시절 사장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를 직접적으로 굴절시킨 책임자는 당신 아닌가. 세월이 좋을 때는 사장의 충실한 파트너였다가 일이 틀어지니까 폭로에 나선 것 아닌가. 보도국장이라면 모름지기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당신은 공영방송 KBS의 보도책임자로 부적격자였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KBS 뉴스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 아래 그동안 자중해왔다. 하지만 그 자중은 지금까지로 족하다. 뉴스를 지키기 위해, KBS를 살리기 위해, 시청자를 섬기기 위해, 그리고 언론인으로서의 자존과 보람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나아갈 것이다.

2014년 5월 16일  KBS 보도본부 부장단 일동

    이준희 뉴스제작1부장, 유석조 뉴스제작2부장, 곽우신 뉴스제작3부장, 김혜례 라디오뉴스부장, 이춘호 정치외교부장, 박찬욱 북한부장, 신춘범 경제부장, 조재익 사회1부장, 장한식 사회2부장, 이기문 문화부장, 강석훈 과학재난부장, 정인철 네트워크부장, 이재강 국제부장, 정창훈 경인방송센터장, 홍사훈 시사제작1부장, 김형덕 시사제작2부장, 황상무 '시사진단' 앵커, 최재현 대외정책실장


태그:#KBS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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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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