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수리 해준다고 해서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기아차 서비스 담당자는 오히려 고객 책임으로 떠넘기니 답답하네요."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쏘렌토R 차량 앞유리에 금이 생겨서 지난 20일, 기아자동차 영등포 사업소에 들렀다. 때마침 그는, 기아차가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열선 과열로 앞유리가 파손된 쏘렌토R을 대상으로 무상수리해 준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잔뜩 화가났다. 서비스 담당자로부터 앞유리 파손은 무상수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진단 결과를 받아서다. 2009년 11월 출고한 A씨의 쏘렌토R은 무상수리 대상 차량(2009년 4월3일부터 2012년 11월15일까지 생산 모델)이다.
문제는 A씨의 차량이 무상수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A씨 차량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와이퍼 바로 위쪽 유리(사진 참조)에 50cm 가량 금이 갔다. 그는 "작년 12월 성에 제거를 위해 열선 히터를 켜다 앞유리가 '찍~' 하고 금이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아차 서비스 측 주장은 달랐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열선에 의해 금이 갈라졌을 경우 차량 내부 유리에서 파손이 시작되는데 A씨의 차량은 외부에서 먼저 금이 갔다" 면서 "금이 간 곳은 열선이 있는 쪽이 아니어서 무상수리 대상은 아니다"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서비스 측은 앞유리에 표시된 미세한 돌멩이 자국에 의해 금이 간 것일뿐, 열선과는 무관하다고 점검 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차량 앞유리 우측 상단과 하단에는 볼펜 점자국 크기만한 흠집이 나 있다. 주행 중 작은 돌멩이가 튀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이같은 점검 결과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센터가 의문을 제기한 '돌멩이 자국에 의한 파손'이라는 지적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열선이 있는 아래쪽 흠집 부위에만 금이 갔고 위쪽은 아무렇지 않고 멀쩡한데 서비스 측이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비자원은 차량 앞유리 열선부에 결로현상 등으로 수분이 유입되면 실런트와 열선의 화학적 작용으로 열선 표면이 손상돼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열선 과열이 일어나면 유리가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진향 소비자원 안전감시팀장 "열선 과열로 인해 유리에 금이 갔을 경우 내부든, 외부든 상관없이 무상수리 조치를 하도록 했다" 면서 "외부 흠집이 생겨 금이 발생했다면 예외 조항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쏘렌토R의 앞유리는 KCC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KAC)의 제품이다. 이 회사가 현대·기아차 주요 모델에 자동차용 유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흠집이 생겨 유리가 약해진 상태에서 열이 닿게 되면 쉽게 금이 갈 수 있다" 며 "소비자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자칫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부담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