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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 사는 여성 학부모가 대뜸 나에게 묻는다.

"우리 동네 시의원은 누구를 찍어야 돼요?"

이 여성 유권자는 투표를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모임에서 삼삼오오 모인 유권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찍을 사람이 없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의 경우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정말로 맘에 드는 후보자가 없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하여 입후보를 못 한 경우이다. 평소 전자는 소극적, 후자는 적극적 투표 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번 선거에서 두 층들은 투표참여에 대한 동기부여가 급속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국민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배가 되면서 역대 최저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각 정당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불협화음과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자격미달 공천 후보자들의 면면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투표 포기는 국민으로서 직무유기요 방조죄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악의 후보자는 피해야 한다. 2012년 대선이 한 참 진행 중일 때 SBS드라마 <추적자> 대사처럼 "선거는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정성평가다

평가 방법 중에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라는 게 있다. 정량평가는 이미 확보된 수치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아주 쉬운 방식이다. 즉 높은 점수를 확보한 사람이 이기는 경우다. 대학 입시에서 학력고사 나 수능을 생각하면 된다. 높은 점수를 받은 순으로 합격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정성평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평가 대상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평가자 임의대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정성평가가 합격의 주요 변수가 되었다. 올 해 자연계 수능 전국 수석이 서울대 의대에 불합격 한 이유가 바로 정성평가에서 합격선 안의 점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성평가를 하기위해서는 먼저 피 평가자들이 납득할 수준의 정성평가 평가자를 확보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인사담당자들이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평가자들이 정성평가를 진행할 땐 먼저 평가항목과 각 항목에 따른 평가 준거를 설정한다. 쉽게 말해 시스템에 의한 객관적인 정성평가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용이하고 공정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선거는 정성평가다. 나는 딱히 찍을 만큼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면 유권자들이 수준 높은 평가자가 되어 정성평가를 진행했으면 한다. 비록 감정적으로 누군가를 뽑으려고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채점표를 만들어 점수를 매겨보는 것도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만의 평가표를 만들자

대학입시에서 평가항목은 주로 크게 인성과 전공적합성으로 나뉘고 보통 인성은 각 대학의 인재상에 따라 다르지만 봉사성, 성실성, 창조성, 도전정신, 공동체의식 등으로 세분 할 수 있다. 전공적합성의 경우엔 지원동기, 학업열정, 학업계획 등으로 대표 될 수 있다.

또한 각 항목에 따른 평가 준거를 설정한다. 가령 봉사정신에 대한 평가항목의 경우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하였는가?' 가 평가 준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서류평가와 면접을 통해 각 준거에 따른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후보자들을 평가할 때도 이런 평가표를 대입시켜 보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 보다 쉽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평가항목은 크게 인성과 의정적합성으로 분류하자.

후보자가 갖추어야 할 인성으로는 봉사정신, 도덕성, 성실성으로 보면 어떨까한다. 의정적합성은 의정활동기본능력, 의정활동계획, 전문성 등으로 정해보자. 그리고 선거홍보물과 주변 여론, 언론 평가 등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후보자 선택이 어려울 땐 자신만의 채첨표를 만들어 점수를 매겨보자!
 후보자 선택이 어려울 땐 자신만의 채첨표를 만들어 점수를 매겨보자!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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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을 후보가 없다는 것은 보통은 감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들은 말이나 사회 전반에 만연된 정치혐오에 동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아무리 찾아보아도 소중한 한 표를 줄 후보자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이나 회사는 지원자가 미달이더라도 일정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선발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과락은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악은 피한다는 심정으로 투표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사건이 일어난 근본 원인도 어쩌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뽑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면 자신만의 채점표를 만들어 최고점을 받은 후보에게 투표하자!


태그:#6.4 지방선거, #후보자 평가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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