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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중앙)가 20일 부평 사무실에서 한국노총중앙위원회 임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회의석상에 김영곤 청와대 행정관(맨 오른쪽)이 배석해 있다.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중앙)가 20일 부평 사무실에서 한국노총중앙위원회 임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회의석상에 김영곤 청와대 행정관(맨 오른쪽)이 배석해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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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2일 오후 5시 35분]

청와대가 6·4 인천광역시장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는 지적이 거세다.

청와대는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와 한국노총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곤 전 청와대(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 관권 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김영곤 전 행정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유정복,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거짓해명 논란까지

지난 20일 오후 유정복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한국노총중앙위원회 임원들과의 면담 자리에  청와대 김영곤 행정관이 배석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유정복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직접 방문, 공식일정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공직선거법 제85조는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후보 측은 "같은 날 한국노총 인천본부에서 자체 행사가 있었고, 행사 후 노총 임원 등 100명 정도가 유 후보 선거캠프를 방문했다"며 "마침 한국노총을 찾은 청와대 행정관이 함께 온 것 같다. 유 후보는 한국노총 행사에 청와대 행정관이 초청받아 왔다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김 행정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문제가 있지만, 선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선개개입 논란이 제기된 지 6시간 만에 김영곤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박병만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20일엔 한국노총 차원의 어떤 공식 행사도 없었다"며 "청와대 행정관이 일반 노동 행사에 오는 일이 한 두 번 정도 있었지만 사적인 이유라도 이같이 민감한 시기에 찾아온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영곤 행정관이 한국노총 인천본부의 자체 행사가 참석했다가 휩쓸려서 유정복 후보 선거사무소까지 왔다는 유 후보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은 유 후보 측의 거짓해명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행정관 사표 수리는 직접 선거 개입 자인한 꼴"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 선대본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정복 후보 일정에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의 사표 수리에 대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

송영길 선대본부는 "청와대 행정관이 유정복 후보 캠프에서 열린 면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선거 행위 금지를 노골적으로 무시, 위반한 것"이라며 "김 행정관의 사표 수리는 청와대가 직접 선거 개입을 자인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기문란 관권 선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선관위의 강력한 진상조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의 불법 선거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면접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임종훈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도선관위에 따르면 임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중이던 지난 1월 수원시 영통구 한 식당에서 새누리당 수원 영통당원협의회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 지역 시·도의원 출마예정자 15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고 경선 참여자·배제자를 결정한 혐의를 받았다. 임 전 비서관은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전임 당협위원장으로서 조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도 선관위는 "임 전 비서관이 조언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사람과 빠질 사람을 가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차원의 관권선거 우려는 줄곧 제기돼 왔다. 그 백미는 지방선거 관리 주무장관이었던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인천시장 선거 차출이었다. 유 후보가 출마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잘 되길 바란다"는 발언으로 청와대 선거 개입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임종훈 전 비서관에 이어 김영곤 전 행정관까지 선거개입 논란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를 떠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법과 원칙' 이미지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할 때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정작 청와대 참모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행동에 앞장선 것이다.

"박근혜, 선거중립 의지 있다면 김기춘부터 해임해야"

특히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이 총동원된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총체적 관권부정 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22일 성명을 내고 "반복되는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은 당사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무마될 수 없으며 김기춘 비서실장을 해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국민적 공분이 이처럼 큰 상황에서도 청와대의 선거개입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에 6.4 지방선거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서를 보냈지만, 이런 경고들도 완전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정당성이 훼손된 채 시작했다"며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가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문제가 된 개인의 사표수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에서 벌어진 반복된 선거개입의 책임을 물어 김기춘 비서실장부터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에 따른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김영곤 전 행정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유 후보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발언에 이은 관권선거 시리즈의 연속"이라면서 "청와대가 김 전 행정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해 신속한 꼬리자르기의 진수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3월 유 후보가 이른바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활용한 우회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죄로 유정복 후보를 고발한 바 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어느 청와대 행정관이 법에 금지된 행위를 윗선의 승인 없이 감히 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조직적으로 유정복 후보를 도우라는 지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무능과 독재로 국민의 심판대에 놓인 정권이 부정한 관권선거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은 아닌지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이날 오후 김영곤 전 행정관과 유정복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태그:#6.4지방선거,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청와대선거개입, #김기춘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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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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