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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양말을 꿰맸다 양말에 구멍이 나도록 신었으면 버림직한데,  뀌매 신고 다니는 우리 집 사람
구멍 난 양말을 꿰맸다양말에 구멍이 나도록 신었으면 버림직한데, 뀌매 신고 다니는 우리 집 사람 ⓒ 이월성

우리 집 사람은 지금도 1945년에 사는 사람이다. 2천원이면 5켤레씩 하는 보기 좋고 질긴 양말을 신다가 구멍이 나면 버리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집 사람은 요즘 사람 같지 않게 구멍이 난 양말에 다른 천을 덧대고 바느질을 하여 촘촘히 꿰매고 신고 다닌다.

"구멍 난 양말은 버리고 새 양말을 신지?" 내가 말하면 "양말을 꿰매 신을 수 있는데 어째서 아깝게 버리느냐?"고 되묻는다.

나도 해방되던 때에는 할머니를 따라 구멍난 양말에 백열등 전구를 넣고 흰 실이나 색실로 꿰매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는 나일론이 없던 때라 면 양말을 하루만 신어도 구멍이 났다. 지금은 혼방 섬유가 나와서 같은 면 양말이라도 6개월을 신어도 구멍이 나지 않는다.

집사람은 반찬을 만들어도 식사를 하고 남은 김치라든가 찌개 같은 것을 버리는 법이 없다. 꼭 더 조그만 그릇에 담아 놓고 다 먹을 때까지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자연히 냉장고는 꽉 차 있고 김치냉장고도 대형이 2개나 있다.

우리 집 사람의 옷사랑은 특이하다. 처녀 시절부터 사 모은 옷들이 12자 장에 가득하고 다른 6자 장에도 꽉 차 있다. 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한번 만져보지도 않는 옷들이 행거에 백 여벌이 걸려 있다. 옷 욕심은 대단해서 형제들이 준 옷을 얻어 와서는 입어보고 거울에 비쳐보다가 나보고 "좋아 보여요?"고 묻는다. "신데렐라 같네?" 내가 맞장구를 쳐주면 집사람은 행복해진다.

해방 때 너무 어렵게 살았던 추억이 살아나서 생활의 여유를 느껴야 할 지금까지도 생생이 기억되는 것 같다. 집사람이 구멍난 양말을 꿰매신고 다니는 이유다.

섬유공업이 발달했던 영국에서는 신사들이 할아버지가 입던 외투를 실로 꿰매어 실밥이 보이는 옷을 입고 외출한다는 글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집사람의 절약 생활을 따라가려고 나도 겨울 옷 6벌과 캐주얼 10벌, 여름옷 2벌과 캐주얼 5벌을 장롱과 행거에 걸어두고 집에서는 쫄바지에 노타이셔츠를 걸친다. 양말은 구멍이 나면 옷 수거함에 버린다.


#꿰맨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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