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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책 표지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책 표지
ⓒ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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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니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제 상관 안 해. 갈 데까지 한 번 가보자."

MBC에서 지난 2007년 2월부터 8월까지 방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이선미, 장현주 극본, 이윤정 연출)에서 최한결로 나온 공유가 던진 멋진 말이다. 난 이 말을 그대로 써먹고 싶어졌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니가 핸드 드립이든 에스프레소 머신 작품이든 상관 안 해. 갈 데까지 한번 가보자."

하하하. 참 맛난 말이다. 어느 결엔가 커피 마니아가 되어있는 나로선 그야말로 그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확 뱉어놓은 쓰디쓴 커피든, 지극 정성을 다하여 핸드 드립으로 고이 내린 좀 쓴 커피든 상관 안 한다.

이젠 자칭 커피 마니아에서 커피 책 마니아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혹 이러다 커피 책 읽는 마니아가 아니라 커피 책 쓰는 마니아로 갈 수도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커피 책을 섭렵하고 있다.

커피 선생님, 이동진의 맛깔 나는 한 수

이번에 내 손아귀에 들어온 책은 자신을 '꿈공장장'이라 자칭하는 이동진의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I LOVE COFFEE AND CAFE)>이다.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고은찬(윤은혜 분)의 커피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탔다.

"원두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핸드 드립 시 얼마나 잘 부푸는가를 보는 것이다. 원두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서 거품이 나듯 보글보글 부풀어 오르는 것은 신선하다는 증거다.

원두가 부푸는 것은 원두 안의 가스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볶은 후 날짜가 지날수록 가스의 양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볶은 지 2주 이상 지난 원두에서는 부푸는 현상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다. 이 가스 때문에 에스프레소용은 일주일 정도 지난 원두를 쓰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강한 증기압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원두에서 가스가 발생하면 오히려 추출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25쪽)

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커피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간 신선한 커피에 대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어찌하든 산패(유지를 공기 속에 오래 방치해 두었을 때 산성이 되어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나빠지거나 빛깔이 변하는 것-두산백과-)가 되지 않게 하려고 밀봉하는 팩을 사용하고 있다.

원두를 볶아 놓으면 겉면에 반지르르한 윤이 흐른다. 그게 바로 식물성 유지(乳脂)다. 우유는 맛있지만, 유해균이 번식하여 부패한 우유는 어떤가? 산패된 원두는 그와 같다. 그간 부풀어 올라야 신선한 원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부풀어 오르는 건지는 몰랐다. '커피 선생님'이 명쾌하게 짚어주어 고맙다. 책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신선한 커피콩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시작하여 환상적인 시크릿 레시피까지 말해 준다. 보너스로 잘 나가고 있는 카페들까지 일러준다.

커피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고수

기본적으로 커피는 두 종류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그것이다. 리베리카종도 있지만 우리가 거의 만날 수 없다. 로부스타는 주로 인스턴트커피에 사용한다. 그러니까 원두는 거의 아라비카라고 할 수 있다. 아라비카도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책은 아주 상세하게 그 맛의 차이를 짚어준다. 커피 선생님이 짚어준 맛의 미묘한 차이는 아래와 같다.

생산지와 종류에 따른 커피의 맛
에티오피아 시다모- 꽃향기가 나고 카페인이 적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열대과일의 향기가 진하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깔끔하고 와인의 풍미가 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개성이 강하고 블랙초콜릿의 달콤 쌉쌀한 맛과 연기 맛이 난다.
케냐- 강렬하고 상쾌하며 신맛이 어우러져 가벼우면서도 풍부한 맛이 난다.
콜롬비아- 달콤하면서 호두향이 난다. 수프리모는 최고급 원두다.
하와이 코나- 약간의 신맛에 상큼한 파인애플 향이 난다.
브라질 산토스- 쓴맛이 적고 부드러워 브랜딩(종류가 다른 커피를 섞는 것)의 기초가 된다.
자메이 블루마운틴- 영국 왕실에 납품되는 신맛과 초콜릿 맛이 나는 커피다.
예맨 모카- 항구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향을 가지고 있다.

사향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원두를 잘 정제하여 만든다는 카페 루왁을 마신 적이 있다. 원두 100g에 30만 원을 호가하니 참 귀한 몸이다. 지인이 내민 루왁 커피에서 박하 향을 맡은 적이 있다. 그 맛을 이야기하니 지인은 '커피 맛을 볼 줄 안다'고 칭찬했었다.

'커피 선생님'이 책에서 짚어 준 커피 맛은 조금 애매한 데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가벼우면서도 풍부한 맛",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향"이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언젠간 케냐AA와 모카에서 이런 맛을 체험하리라 상상해 본다.

커피 선생님의 비밀스러운 레시피

'커피 선생님'이 굳이 '시크릿 레시피'란다. 이미 다 밝혀놨으면서. 기본적인 레시피와 독특한 레시피 만을 간단히 요약하여 도표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기본 레시피에서 고급 레시피까지
♥에스프레소- 물을 먼저 부어 잔을 뜨겁게 하고 곱게 간 원두 7g을 다진 필터를 장착하여 기계에서 뽑아낸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 1샷(30ml)을 데운 잔에 담고 뜨거운 물 150~200ml를 부어낸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에스프레소 1샷 한 잔에 벨벳 거품의 스팀밀크를 잔의 80%까지 채운다. 거품을 스푼에 떠 살짝 겉에 올린다.
♥캐러멜 마키아토- 잔 바닥에 캐러멜 소스를 넣은 후 에스프레소 1샷을 붓는다. 스팀밀크를 천천히 붓고 끝이 뾰족한 소스 병에 담긴 캐러멜 소스를 부어 원 3개를 그린다. 가는 송곳으로 바깥에서 안쪽으로 선을 그어 국화모양을 만든다.
♥카푸치노, 골드 카푸치노- 따듯한 잔에 에스프레소 1샷을 붓고 스팀밀크를 천천히 붓고 그 위에 나머지 거품을 스푼으로 봉긋하게 올리고 계피가루를 뿌린다. 계피가루 대신 먹는 금을 올리면 골드 카푸치노
♥시트러스 커피- 원두를 중간으로 분쇄하여 드립으로 내려 잔에 담고 레몬즙을 몇 방울 떨군 후 레몬 껍질을 얇게 썰어 잔의 둘레에 장식한다.
♥에그노그- 진하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에 우유, 생크림, 설탕, 달걀노른자를 넣고 거품기로 혼합하며 데운다. 식기 전에 잔에 담아낸다.
♥카페 로열- 핸드드립 커피를 잔에 담고 작은 스테인리스 잔에 각설탕을 올리고 브랜디를 붓고 불을 붙인다. 설탕이 녹아내려 커피에 떨어지게 한다.
♥커피 칵테일- (아이리시) 핸드드립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 한잔 넣고 거품 낸 후 휘핑크림을 얹는다. (깔루아) 잔 주위에 레몬즙을 묻힌 후 설탕을 담은 접시 위에 잔을 뒤집어 놓아 잔 주위에 설탕을 묻힌다. 커피를 잔에 붓고 깔루아 한 작은 술을 첨가한다. 베일리스를 첨가하면 베일리스 커피가 된다.
♥커피젤리- 판 젤라틴을 찬물에 5분 불렸다 뜨거운 물에 담가 녹인다. 진하게 내린 뜨거운 핸드드립 커피에 젤라틴을 넣고 설탕과 녹인다. 냉장고에 넣어 1시간 이상 넣었다 굳으면 떠먹는다.

그 외에도 선식 카푸치노, 카페라테, 메이플 라테, 마시멜로 라테, 하트 라테, 강아지 라테, 초콜릿 라테, 카페모카, 마일드 커피, 스트롱 커피, 아이스 커피의 다양한 레시피, 건강 모닝커피, 이포가토 등 다양한 레시피를 알기 쉽게 가르쳐 주고 있다.

성공한 레시피, 실패한 레시피

아쉬운 대로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수동 거품기로 데운 우유에 기포를 내어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 모카포트 아쉬운 대로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수동 거품기로 데운 우유에 기포를 내어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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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지 못한 터라 그가 알려주는 고급스러운, 비밀스러운, 그만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들을 다 해보고 싶은데 할 수가 없으니 참 아쉽다. 그리고 욕심이 난다. 그저, 에스프레소 머신을 조만간 구입하게 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쉬운 대로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수동 거품기로 데운 우유에 기포를 내어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커피 선생님'이 책에서 가르쳐준 대로.

우유빛깔 선명한 순하고 착한 카페라테는 목 줄기를 타고 내 몸 구석구석으로 내려와 참한 행복을 나른하게 전달해 준다. 이래서 자꾸 커피의 수렁에 빠져드는지 모른다. 수렁에 빠져들고도 행복한 수렁, 그게 바로 커피 수렁이다. 하하하. 독자들도 한번 빠져보시면 어떠실지?

아이리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주류 파는 곳에 갔다. 술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또 비싼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거금 9천 원을 주고 조그만 병에 담긴 보드카를 샀다. 그러나 위스키를 쓰는 아이리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레시피대로 보드카를 부으니 영 맛이 나지 않는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책 뒤에는 이태원의 T8, 서교동의 kkoomm, mellow, 상수동의 wisdom rabbit, 소격동 coffee bangatgan, 부암동의 stammtisch, 합정동 사이매 등 유명 카페들을 그 특징과 성공 포인트까지 세세히 짚어주고 있다.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부분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이동진 지음/ 동아일보사 간/ 2008년 초판/ 12000원



I LOVE COFFEE and CAFE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 친절한 바리스타C 커피를 부탁해

이동진 지음, 동아일보사(2008)


태그:#I LOVE COFFEE AND CAFE, #이동진, #커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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