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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정박해 있습니다. 이걸 본 사장님의 속도  타들어갑니다.
 보트가 정박해 있습니다. 이걸 본 사장님의 속도 타들어갑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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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기자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청평쪽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청평호수를 비롯해 자연휴양림, 청평캠프타운이 있어 예년 같으면 손님이 끊이지 않을테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며 사징님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여름 초입인데도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낮 기온이 한여름에 가까운 30도를 오르내린다. 아침 일곱시 상봉터미널에서 춘천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평일인데도 등산차림의 손님이 많다. 조용히 산으로 간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가는 동안 신록으로 덮여가는 산천을 보며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세월호 사건만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온통 산과 들이 푸르름으로 기득하다. 서울 근교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신록에 취해 있는 동안 집이 일산이라는 박모 할아버지(83)가 연신 자기 자랑을 한다. 형압과 당뇨가 있다지만 아주 건강해 보인다. 외모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큰 삿갓에 굽은 지팡이를 들고 쌍안경까지 어깨에 메고 있다. 사진을 찍자고 하자 폼까지 잡아준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젊은 아이들이 아깝지 머"하고 대답한다. 자녀가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3남 3녀라며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란다. 기자가 딸을 두면 비행기 타고 여향다닌다고 했더니 "그건 어쩌다 한 번 뿐"이라며 씩 웃는다.

기자의 요구에 폼까지 잡아 준다. 새월호에 돌아간 젊은사람들이 아깝다며  어른들의 잘못을 나무란다.
 기자의 요구에 폼까지 잡아 준다. 새월호에 돌아간 젊은사람들이 아깝다며 어른들의 잘못을 나무란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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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운영하는 청평캠프타운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인이 운영하는 청평캠프타운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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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주고 받는 동안 기차는 청평역에 도착했다. 박옥태래진 시인이 마중을 나왔다. 시인이 운영하는 청평캠핑타운으로 들어가는 길은 산과 강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지만 손님은 없다. 세월호 여파 때문이 란다.

녹차로 목을 적시니 어제 마신 술 때문에 피로했던 몸이 산뜻하게 맑아진다. 청평에는 청평호수를 비롯해, 청평자연휴양림, 수상스키를 줄길 수 있는 호반수상레저, 등산할 수 있는 호명산(632.4미터)등 가볼곳이 많이 산재해 있다.   

한 바퀴 둘러 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큰길 가에 꼬리곰탕집이 있어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다. 단체 손님들이 많다. 식당 한쪽에 있는 가마솥에 장작불이 훨훨 타고 있다. 국물을 내기 위서란다. 생생정보통에 보도 되었다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구수한 꼬리곰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시인과 함께 길을 나섰다. 청평호 주위를 둘러 보기 위해서다. 먼저 들린 곳이 수상스키를 줄길 수 있는 호반수상레저를 들렸으나 한가하다. 시인이 운영하는 청평캠프타운과 연계해 싸게 보트를 즐길 수 있단다.

사장님을 소개하는 데 젊은 분이다. 물위 보트 정착장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만치 보트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사장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예전에 비해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이역시 세월호 사건 때문이란다.

이번에는 호명산으로 오르는 길을 나섰다. 호수를 끼고 돌자 시원한 호수바람이 더위를 한껏 식혀준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잠시 셔터를 눌러 본다. 호수 건너 편 군데군데 별장이 보인다. 왜 저런 아름다운 곳에 별장을 짓게 한 것일까. 생각해 본다.

길을 떠나기전 녹차로 간밤에 피곤을 말끔하게 날려버린다.
 길을 떠나기전 녹차로 간밤에 피곤을 말끔하게 날려버린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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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 5일장인데도 사람은 별로 없다. 선거관리사무실에서 나왔다며 투표에빠지자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청평 5일장인데도 사람은 별로 없다. 선거관리사무실에서 나왔다며 투표에빠지자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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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끼고 호명산 언덕을 오른다. 도로 주변에는 붉은 장미가 만발하여 나그네의 마음을 잠시 달래 주는 듯하다.  차창박으로 밀려가는 주위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구비구비 돌며 산을 오를 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잠시 산을 오르니 산 중턱에 외국 마을 같은 곳이 보인다. ''별에서 온 그대'라는 간판도 있다. 이곳은 한국 안에 있는 작은 프랑스 문호마을 쁘띠프랑스라고 한다. 그 안에는 유렵 인형의 집이며 생텍쥐페리 기념관이 있다고 하니 볼만한 곳이다, 시간이 없으니 지나친다.

산을 오를수록 점점 울창한 숲이 나온다. 호명산으로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 하여 가는 동안 점점 흥미롭다. 군데군데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인은 가을에는 불을 지른 듯 단풍으로 호명산이 탄다고 하니 금년 가을에는 꼭 한번 와 보고 싶다.

산 중턱에 이르는 곳에 귀곡산장 등 음식점이 보인다.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귀신이 나와 음식 주문을 받는다고 하니 꽤 흥미가 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방법으로 사업하는구나 느껴진다.        

산을 오르는 동안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는 산 중턱을 깍아내어 벌건 살점이 여기저기 들어난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식당이거나 별장을 짓는 모양이다. 돈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 놔두면 얼마나 좋을까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날 여행은 호명산 정상 까지는 오르지 못해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정상에 큰 호명호수가 있다고 하니 이번 가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단풍도 구경하고 호명산 호수도 구경하기로 마음을 다져 먹는다. 산을 내려오며 가을의 호명산을 기대해 본다.

한국안에 작은 프랑스문화 마을 쁘띠프랑스, 유럽의 다양한 문화채험과 공연을 즐길수 있다.
 한국안에 작은 프랑스문화 마을 쁘띠프랑스, 유럽의 다양한 문화채험과 공연을 즐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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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는 장미가 활짝 피어 고단한 나그네를 반기고 있다.
 길가에는 장미가 활짝 피어 고단한 나그네를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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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운영하는 청평캠프타운으로 돌아왔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흐르는 강물과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시 더위를 시킨다. 바람 소리를 들으니 더위는 물론 마음 속에 쌓였던 피로가 말끔하게 씻겨 나간다. 서을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청평 5일장이 열리고 있어 들려 보았다. 시장을 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사업하는 분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전 같으면 선거를 앞두고 소란스러울 테지만 조용하다. 선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모습만 보인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에서 안전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고양버스 터미널 사건, 전남 장성 요양원 사건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어 아침에 눈을 뜨기가 겁이 난다는 요즘이다. 하루 속이 이런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경춘선은 이 외에도 많은 관광지가 역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다. 휴일이면 경춘선을 이용해 하루의 피로를 불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태그:#청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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