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대강 사업 문제, 고리 원전 문제 등 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환경보전 혹은 생태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토목·건축개발과 핵발전소가 자연은 물론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간생태학, 생태경제학, 문화생태학 등 기존의 학문을 생태학적 관점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 경제, 문화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 <도시의 로빈후드>는 박용남이라는 시민운동가가 생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도시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자연파괴적인 도시개발이 가져올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생태적인 도시개발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어떻게 해야 도시를 생태적인 관점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자동차 없는 도시"자동차 교통량 증가가 마을 내에서는 물론 도시 전체 차원에서 보더라도 사람들의 고립을 부추기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행량이 적은 한산한 사로에서는 가정의 세력권이 길 양편으로 광범위하게 미치고, 중간도로에서는 그 크기가 거의 절반 이하로 줄지만, 통행량이 많은 복잡한 도로에서는 길 건터편 블로과의 사회적 교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세력권이 자신의 집에 국한할 정도로 급격히 축소되어 고립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126-127쪽)"따라잡을 수 없는 빠른 속도감에 몸을 맡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인에게 원활하고 신속한 교통이란 필수적인 요소이다. 속도에 안달하는 현대인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도시는 기존의 도로를 넓히고 새로운 도로를 뚫는다. 하지만 도시의 공간을 도로에 내어줄 수록 인간이 살아가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차에게 인간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도로에게 내어준 인간의 공간을 되찾고자 하는 여러 사례를 설명한다. 먼저 뉴욕의 로빈 후드라고 불리는 샤딕-칸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샤딕-칸은 "자동차가 교통 정체를 유발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경제에 큰 낭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인물로 뉴욕을 자동차 없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여러 실험을 감행했다. 샤딕-칸은 브로드웨이대로 프로젝트, 시티바이크라 불리는 공용자전거 시스템 등을 통해 교통 정체를 양산하는 비효율적인 도로를 걷어내고, 뉴욕 시민의 행동반경을 늘일 수 있는 여러 공공 공간을 창출했다.
저자는 연이어 자동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세계의 노력들을 제시한다.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속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고속도로를 폐쇄한 것이다. 단순히 고속도로를 폐쇄한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폐쇄한 고속도로에 시민들이 나와 교류하고 즐길 수 있는 놀 거리들을 제공하고, 공용자전거 시스템 또는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생활공간을 늘이고 많은 자동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동차로 인한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역시나 획기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도시에 안착시켜야 한다. 저자는 브라질 보고타의 사례를 통해서 첨단 대중교통이 꽤나 가까이 있음을 설명한다. 보고타의 시장 엔리케 페냐로사가 안착시킨 대중교통은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트랜스 밀레니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중교통 중에서 가장 적은 돈이 들면서 가장 효율적인 대중교통 수단이 버스라고 역설한다.
버스는 지하철처럼 신설하는데 많은 돈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배차에 있어서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버스 준공영제 혹은 공영제,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자가 자동차 없는 도시 만들기 사례, 첨단 대중교통 시스템을 설치해 효과적으로 교통량을 조절하는 사례 등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통문제의 해결이 단순히 도로를 늘리는 것에 있다는 생각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역발상을 통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 공간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국가에서 지역으로저자는 중점적으로 다뤘던 교통문제에 이어 지역공동체 형성과 지역사회의 특색에 맞는 도시정책을 통해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킨 사례들에 대해 소개한다. 식량권을 인정하고 시민들에게 식량권을 보장하고 있는 벨루오리존치, 파우마스 은행이라는 지역공동체 은행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린 포르탈레자 등이다.
이어 저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보다는 사회적 요구의 충족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좀 더 큰 가치를 두는(204쪽)" 기업을 뜻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이슈가 되어 수많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고 정부에서도 이를 다양한 방편에서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움직이기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 움직인다. 국가라는 큰 단위의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자본과 노동력이 드는 법이다. 그러나 지역적 단위에서 지역주민과 밀착한 사회적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결국 지역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 모여 국가 단위의 사회에 까지 기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에 이어 일본의 내생적 발전이라는 개념과 볼로냐와 라벤나의 보존하면서 개발한다는 개념, 스페인 몬드라곤의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지역에 특성화된 발전,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제 지역이다"건전한 지역 만들기는 서울의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는 지방을 구하고, 심각한 지역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자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이 지역 만들기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 성원 모두가 자연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헌신과 자기희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기존의 왜곡된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벼랑에 선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241쪽)"저자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지역공동체에 관한 것이다. 국가가 발전하면 지역에 까지 그 영향력이 미친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20세기형 자연파괴적인 개발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이제 지구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파괴를 통한 개발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제 파괴가 아니라 재생이다.
재생적 혹은 생태적 발전은 국가 단위의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소규모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모든 도시마다 지형 혹은 환경적 특성이 다르고,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가진 특징이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특색에 맞는, 지역 주민에 밀착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지역의 수장을 뽑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지역민들도 지역보다는 중앙을 바라보는 경향이 많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고, 때문에 선거에 참여하는 인원도 적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에 살고 있지만 그 이전에 한 도시 안에 살고 있다. 우리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지역의 수장을 뽑는 일이다. 대한민국 자체에 관심을 갖는 일도 분명 중요하지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수장을 뽑는 일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도시의 로빈후드>(박용남 씀 / 서해문집 / 2014. 4 / 17,0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