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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도 치러진다. 지역주민들의 삶이 지방행정 책임자 선출결과에 달려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는 교육감 선거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도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초중등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이야말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교육감 선거를 별도로 치르는 것은 교육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교육감직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의 법체계와 선거제도는 교육감이 이런 전문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에서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공무원의 정치행위를 금하고 있다. 교사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교사는 이 법에 따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정당가입과 선출직 출마는 말할 것도 없고 일체의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것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할 때 그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첫째,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을 막기 위함이다. 국가 권력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정치적 공정성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둘째, 국가기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를 강요당할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들의 존재조건은 업무의 성격과 조직 위계상 행정권력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선거에서 개인의 정치적 의지와 무관하게 행정권력과 그 정치적 파트너인 여당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하게 만든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이 두 가지 위험을 방지하는 것일 때만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은 직을 이용한 업무 연관성이 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넓게 해석되어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정치활동 금지규정은 교사가 자신의 직을 이용하여 어린 학생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편향성을 주입하거나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할 때 의미가 있다. 어린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교사의 업무 특성과 관련한 교단에서의 정치적 중립을 넘어서 학교 밖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하는 정치활동마저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기본권 침해다.

백번 양보해 교사가 지자체장이나 국회 혹은 시의회 의원으로 출마하거나 그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교사가 교육감에 출마하거나 전문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교육계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현행법에 의하면 교사가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는 위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사표를 내고 교직을 그만둬야 한다. 교육계 비례대표 역시 현장교사만큼의 전문성을 가진 적합한 이들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교육의원 제도가 없어져 특정정당의 후보로 나서야만 하는 교육계 비례대표 출마는 논외로 치고 교육감 선거에만 국한해 얘기해보자.

교육감직은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자리라 특정 정당과의 연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는 본질상 정치적 중립성이 관철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 선거와 관련해 교사들의 출마나 선거운동 참여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선거 1년 전에는 정당 가입조차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색을 띠는 것을 금지하여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을 요구하는 교육감 선거에 유독 교사의 참여를 정치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는 것은 법 논리상으로도 모순되는 일이다. 정당과의 연계를 엄격히 금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선거라면 교사들의 출마나 선거운동은 오히려 법으로 보장되고 참여의 기회가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초중고 대상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수반을 뽑는 교육감 선거는 후보자의 전문성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의 전문성이 필수불가결하게 요구된다. 교육현장을 가장 잘 알고 교육문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는 이들 중에 교사만한 이들이 또 있을까? 교사의 교육감 출마와 선거운동 참여마저 제한하는 것은 교육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육감 선거 자체가 실질적인 정책선거로 치러지는 길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것만큼 우리 사회의 전문역량이 제대로 활용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비유컨대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데 외국인만 출마 자격을 주고, 외국인만 공약을 만들고, 외국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도 한국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가 있을 수 있고 한국사람 못지않게 한국에 애정을 느끼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고, 한국사람 놔두고 나라 밖에서 그런 사람을 찾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진 외국인 후보조차 한국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금지된 선거에서 얼마나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진단과 해법이 나올 것이며, 얼마나 전문성 있는 지도자가 뽑힐 수 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선거란 일상적인 시기에 가려져 있던 현안들이 전면화 되고 그것을 해결할 방도를 찾는 사회적 학습의 장이자 사회적 문제해결과정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국가권력의 주체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이고 전 국민의 지혜가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집약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야말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제의 진단과 해법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 사회는 선거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하고 비약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따라서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교육감선거 출마와 교육감 선거운동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기발목잡기다.

나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내가 학교현장에서 20년 넘게 교육을 담당하면서 체득한 교육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교육감 선거를 통해 반영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이를 금지하는 참으로 후진적인 법 때문에 단 한마디도 얘기하지 못 한 채 꿀 먹은 벙어리로 교육감 선거과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할 뿐이다.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 가는 시간이다. 아마도 이런 심정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이 시간 우리나라 모든 교사들의 심정이 아닐까?

우리는 최근 전 국민이 TV를 통해서 3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멀쩡하게 손 놓고 지켜보아야만 하는 야만의 시간을 겪었다.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은 지금 우리에게 이런 야만의 시대와 분명하게 결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거나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야만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사건은 단번에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교육정책의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잘못된 교육정책은 우리 곁의 아이들을 서서히 고통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진보교육감이 이끌었던 지역에서 교육계 밖 출신 교육감들에 의해 올바른 교육정책 방향이 자리 잡고 의미 있는 성과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확신컨대 그 분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면 아마도 더 뛰어난 성과와 진전들을 이루어 냈을 것이다.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막아 놓고 굳이 돌아가야 하는 길을 강요하는 것이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다.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기를 원한다면, 그리하여 그 아이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 미래가 행복해지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교사들의 입과 손발을 묶고 있는 교사의 교육감 출마와 교육감 선거운동 참여를 금지하는 법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고통이 교사인 내게는 너무나 아프다. 그리고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교육감 선거 참여권만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외쳐야 하는 대한민국 교사의 오늘이 너무나 우울하다.


#교육감 선거#교사의 정치활동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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