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화려한 개막식은 없었지만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이 전국 최초로 지난 1일 개장식을 갖고 본격 피서객 맞이에 들어갔다. 올해로 59번째 개장이다.
하지만, '만리포해수욕장 개장식 준비위원회(비상대책위)'가 주관한 이날의 개장식과는 별도로 사단법인 만리포관광협회가 주최하는 또 다른 만리포해수욕장 개장식이 오는 20일 열릴 예정으로 만리포 주민들간의 그동안의 갈등이 이날 행사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들은 개장식 이전에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만리포관광협회의 두 단체간의 상처가 시급히 봉합돼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 마련 후 개장식을 가져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개장식에서 만난 한 관광객도 "오늘 개장식 말고 20일에 또 개장식 한다는데 무슨 일 있어요"라며 "개장식 두 번 하는 건 처음 보네요"라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개장식을 주관한 만리포수욕장 개장식 준비위원장인 정온영 위원장도 식사에 나서 두 번씩이나 "만리포관광협회가 주관해야 할 개장식을 개장식 준비위원회가 하게 돼 유감이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개장식이 어려움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만리포에 다시는 이런 행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주최측 "명품 해수욕장 거듭날 수 있도록 힘 합쳐달라"
만리포수욕장 개장식 준비위원회(위원장 정온영)는 지난 1일 만리포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개장식을 갖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과 함께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이 오는 14일 개장할 예정으로 충남에서도 가장 이른 개장이다.
이날 개장식에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총출동해 유세장을 방불케했으며, 지역원로와 사회단체장,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개장을 축하했다. 또한, 이날 개장식에서는 2007년 기름유출사고의 중심지역인 만리포해변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도 열려 또다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개장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반대세력인 만리포관광협회측 한 회원이 '음식은 맛있게 말아드시고 만리포는 말아먹지마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행사장에 계속 서 있어 자칫 일촉즉발의 충돌 가능성이 일기도 했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자가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자 반대측의 한 주민이 사회자를 향해 반발해 행사장이 일순간 썰렁해지기도 했다.
이날 만리포해수욕장의 개장을 선언한 정낙중 추진위 고문은 "때 이른 무더위와 기상여건을 감안해 조기 개장하게 됐다"면서 개장을 선언했다.
이어 정온영 위원장은 식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만리포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갖춰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곳"이라며 "만리포 주민들이 조금 더 신경써서 관리한다면 만리포는 명품 해수욕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부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해수욕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합쳐달라."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축사에 나선 김진권 태안군의회 의장은 "80년대 명성을 날렸던 만리포해수욕장이 지금은 3분1 수준으로 관광객이 감소한 건 일회성 행사로 시간떼우기식으로 일관해 온 행정의 잘못"이라고 지적한 뒤 "중장기 계획을 세워서 만리포가 4계절 해수욕장이 되어야 하며, 만리포 경제가 살아나면 곧 태안군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만리포관광협회는 최근 회장의 자격문제와 관련해 법정소송을 벌여왔으며, 지난 5월 15일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날 개장식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