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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분야에서 군 출신 인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공석 중이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내정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책임 회피 발언으로 김장수 전 실장이 물러났지만 그 자리를 대북 강경파인 김 장관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또 다시 군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게 되면서 외교안보 정책의 균형점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인기 책임론에도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국방부장관
 무인기 책임론에도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국방부장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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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책임론에도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육군사관학교 28기인 김관진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육사 1년 후배로 박근혜 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대북 '매파'로 손꼽힌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지난 3년 6개월의 국방장관 임기 중 '도발원점 타격', '지휘세력 타격' 등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무인기 사태로 안보 허점을 드러내 무능하다는 비판이 일었고,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야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안보 구멍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책임을 묻는 대신 도리어 외교안보 총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으로 발탁했다. 김 장관을 국방부에서 청와대 지근거리로 불러들이면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더불어 '무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돌려 막기' 인사를 통해 군 중심의 외교안보 및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또다시 군 출신을 기용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북일 관계 개선 조짐 등 변화하는 동북아정세에 대응하고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따른 남북화해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대북 대결주의에만 익숙한 군 출신이 과연 적임자냐는 것이다.

군 출신이 독점했던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외교·안보 정책은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장성 출신 3인방이 주도해 왔다. 특히 올 들어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신설하면서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까지 겸하게 되면서 국가안보실장의 위상이 훨씬 강화됐다.

그러면서 정부 내 통일·외교 라인의 목소리는 위축됐다. 군 출신 인사들의 대북 강경론과 정보 독점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존재감은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 하는 '온건파'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지난해 7월 개성공단 재가동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서호 남북협력지구단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또 지난 2월에는 대북 정책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천해성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내정 일주일 만에 사실상 경질 됐다.

군 출신의 독주로 대북관계는 더 꼬였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을 들고 나왔지만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본 궤도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좌초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NSC 위에 국가안보실이 있어 국가안보실장이 통일, 외교, 국장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일 관계 진전 등 동북아 질서가 변화하는 가운데 국가안보실장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북핵문제 해결 등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국방부 장관을 하다가 국가안보실장으로 가는 건 격에도 맞지 않고 이례적인 일인데 그만큼 쓸 사람이 없었던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 시절 한계가 드러난 김 신임 실장이 변화를 주도하기는 어렵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일·외교 모르는 국가안보실장... 컨트롤타워 역할 잘 할까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와 통일을 모르는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김관진 장관이 국방 분야의 대북 안보 태세뿐만 아니라 통일과 외교 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임동원 전 장관처럼 외국 대사도 하고 통일부(차관)를 경험을 한 경우가 아니라 한 평생 군인만 했던 이들은 남북 대결적 시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김장수 전 실장도 그랬던 것 아닌가"라며 "특히 북핵문제가 꽉 막혀있고, 북일간 움직임도 심각해지는 등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진 상황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넓은 시각을 가진 전략가가 필요한 데 정통 무인이라는 평을 듣는 김관진 장관이 그런 역할에 부응할 수 있을지 우려 된다"고 밝혔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관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 로열티가 없는 약점을 북한과 한판 붙는 열정을 과잉되게 표출하는 것으로써 메꿨다"며 "그의 단무지 같은 경력에서 복잡한 동아시아 외교·안보 문제와 남북관계를 통합 적으로 풀어갈 지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복잡해지기만한 동아시아 정세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식 선군정치를 바탕으로 지략없이 돌격 앞으로를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6·4선거전에 발표하는 것같이 안보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재주는 있지만 격동하는 동아시아 외교안보정세에는 무능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준 인사"라고 비판했다.


태그:#김관진, #박근혜,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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