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여동재개발지구는 이제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더 많은 듯하다. 골목길을 걷다가 사람의 기척이 들리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니, 참으로 많은 이들이 떠난 것이다.
빈 집은 길고양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들이나마 있어 쥐가 들끓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문이 살짝 열려있길래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보니 빈 집이다. 그 빈 집에 발을 들여놓는 마음은 살짝 두렵기도 하다.
빈 집을 사진으로 담는데 누가 날 지켜보고 있다. 순간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고, 고양이는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 나간다. 자기를 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모델도 되어주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
개들이 생각보다 많다. 순한 개들은 밖에서 묶어 키우고 애완견이거나 조금 사나운 개들은 집 안에서 키우거나 사람들이 뜸하게 다니는 곳에 기른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집 안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집 밖에 목줄을 건 개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 그래도 밖에 묶어 놓은 개들은 순한 것들이다.
그렇다. 이곳에 처음으로 터전을 잡고, 밀리고 밀려 이곳으로 들어와 삶의 터전을 만든 이들은 순둥이처럼 순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이 나라는 투사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골목길 붉은 깃발에는 '재개발 반대' '투쟁' 이라고 하얗게 쓴 선명한 글씨가 습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