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베어링 강구(쇠구슬) 생산업체인 창원 케이비알(KBR) 사측이 '회사폐업'과 '해고예고'를 공고해 노동조합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에 따르면, 케이비알 사측은 지난 5일 '회사폐업과 해고예고 공고'를 했다. 사측은 공고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장기파업으로 인한 매출 시장 상실과 극심한 경영남에 따른 폐업"이라 밝혔다.
사측이 밝힌 폐업과 해고예고 일자는 7월 10일이다. 케이비알 사측은 밀양에 있는 공장으로 기계 반출을 시도하면서 노사 갈등을 빚었고, 지난 4~5월 사이 직장폐쇄와 파업을 겪기도 했다.
노사 갈등이 계속되자 사측은 지난 5월말 일간지 광고를 통해 "갈등의 모든 책임은 노동조합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2013년 임금인상' 요구에 '기본급 동결'을 주장하면서 "노동조합의 투쟁 때문에 임금이 오르면 버릇이 들기 때문에 절대 기본급을 인상해 줄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9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사측의 폐업과 해고예고는 노조를 극도로 혐오하고 스스로 돈 이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이를 철회하고 노조와 성실한 교섭을 통해 현상황을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KBR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평균근속이 17년을 넘어서고, 세계 4위 수준의 베어링용 강구를 생산하고 있다"며 "완성차에 납품을 받을 때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름을 적시해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노동자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노동자들의 기술력을 통해 성장해 온 회사는 '돈을 더 벌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기술력이 없어서 승인을 받지 않은 강구를 마치 KBR에서 생산한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KBR의 폐업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 아니며 회사가 노조에 대한 극단적 혐오로 이후 기업 상속 시 노조 없는 기업, 노조가 힘을 못 쓰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오로지 회사가 원하는 대로 돈만 벌겠다는 시대착오적이며 봉건적인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한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KBR은 위장폐업 철회하고 노조와 성의있는 대화와 교섭에 나서길 바라며, 정상제품을 생산하고 회사를 정상 운영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