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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후,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정치 이벤트는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다. 현재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김무성 의원의 빅매치가 예상되고 있다. 애초 지방선거의 승패에 따라서 친박계와 비주류의 기세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었지만, 한 쪽의 승리라고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성적표가 나와서 섣부른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

원래 선거 전의 판세는 친박계에게 어려운 모양새였다. 광역단체 17개 중에서 친박계 후보가 공천을 받아 나선 곳은 단 5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수도권인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비박계인 정몽준, 남경필에게 빼앗겼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친박계 황우여 의원이 비박계 정의화 의원에게 밀린 바 있다. 그야말로 '완패'였다.

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이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며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청하고 있다.
▲ "기자들은 이만 나가 주세요" 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이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며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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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 이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내세운 여당의 정치 마케팅은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두었고, 결국 세월호는 한국의 '카트리나 모멘트'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수세에 몰린 듯 보였던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은 큰 자산을 얻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친박계의 서병수 후보와 유정복 후보가 나섰던 부산과 인천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중점적으로 나서서 지원했던 경기도와 인천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도 큰 위안거리다.

그렇다고 김무성 의원이 그리 수세에 몰린 것은 아니다. 대박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은 했다는 평가다. 부산 출신 5선 의원인 김 의원의 가장 큰 호재는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뽑혔던 부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오거돈이라는 강적이 등장한 만큼 서병수 당선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여당에게 기회를 준 부산시민들 덕에 김무성 의원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양 진영이 입은 타격도 있다. 일단, 서청원 의원에게는 친박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추세'가 가장 큰 적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친박의 권력 구도에는 이미 금이 가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이것을 막을 대안이 뚜렷이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이 리더로 등극했을 때 전반적인 '쇄신' 이미지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당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한 서 의원이 진두지휘한 충청권에서의 패배도 악재로 기능할 수 있다.

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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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의원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참패'로 인해 비주류의 결집력과 돌파력이 풀어졌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뽑힌다. 또한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등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당내 평가로 인해 '박근혜 정부 성공론'이 몰아닥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가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금은 '쇄신'보다 당 운영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로 나온다면, 의미 있게 먹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비주류의 약진은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지방선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했던 당의 정상화, 7·30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 2016년 공천권 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해 내야 한다. 즉, 여당의 전당대회는 당내의 권력 지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청 관계와 차기 대권 구도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 친박계가 장악해 왔던 새누리당의 노선투쟁이 격화될 것인가도 정국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옆집과의 싸움은 끝났고, 이제 잠시 조용했던 집 안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과연 새누리당의 새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태그:#지방선거, #새누리당, #전당대회, #서청원,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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