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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친구 태조산을 내려오며 즐겁게 환호를 하고 있다
고향친구태조산을 내려오며 즐겁게 환호를 하고 있다 ⓒ 임재만

초록이 짙어가는 5월 17일, 천안에 위치한 태조산으로 옛 친구들이 모였다. 초등학교에 같이 다닌 친구들이다. 벌써 30년이 넘게 흘렀다. 애경사로 가끔 만나는 친구도 있고, 처음 보는 친구들도 있다.

친구들은 용호 문주 두 개의 마을에만 거주하는 학생들이 주로 다니었다. 따라서 한 학년에 한 학급으로 학급인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용호 4회 친구들만 55명까지 다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때는 전학을 오가는 친구들이 많아 학생 수가 일정하지 않았다. 다만 졸업할 때는 4회 친구들도 50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드디어 아침이 밝아온다. 아침 빛은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방안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방안의 어둠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어둠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방안의 사물이 또렷이 나타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오전 6시다. 창문을 열어 젖혔다. 해가 힘차게 솟아오르며 눈부신 햇살을 마구 쏟아낸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생각에 잠을 좀 설쳤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침 일찍부터 카톡이 울려 된다. 멀리 사는 부지런한 친구들의 출발신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모임장소로 가는 동안 친구들의 안부가 쏟아진다. 카톡은 길을 묻는 친구들에게 내비게이션을 대신하여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아침부터 약소 장소로 이동하며 친구들과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니 마라톤 중계를 보는 듯 생동감이 있다. 현대문명은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사랑방으로 옛 친구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태조산 공원 모임장소로 들어섰다. 공원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들어 서 있고, 나무들은 푸른산 빛으로 치장을 하고 친구들을 반기고 있었다. 안산에서 제일 먼저 온 친구가 길목에 자리 잡고 손을 흔들어 준다. 학교 운동회 때 펄펄 날던 달리기 선수다. 청백전 계주가 시작되면 모든 친구들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응원을 펼치었다. 그래서 인지 모든 친구들이 몰라보는 사람이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향친구 친구들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만나 정담을 나누고 있다
고향친구친구들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만나 정담을 나누고 있다 ⓒ 임재만

서울에서 대전에서 하나둘씩 모여들고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오랜만임도 어색함이 없다. 다정한 눈빛이 넘쳐 인사에서부터 장난기가 느껴진다.

"야! 너 거시기 아녀."
"뭐여 임마!  엉아를 보면 인사를 해야지."
"너 학교 다닐 때 몇 번이었냐? 자식아!"
"그거 몰라서 묻니? 이놈아!"

그렇다. 우리 친구들은  대부분 반 번호를 줄줄 외웠다. 6년 동안 한반이었기 때문에 늘 담임 선생님이 부르던 출석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출석번호는 생년월일이 빠른 순으로 되어 있어 출석 번호만 알아도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산에도 올라가기 전에 우리는 가방에 담아온 김밥과 막걸리를 풀었다. 아침을 미쳐 못 먹고 온 친구들을 위해 준비해온 것이다. 김밥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으로 건배를 하자 만남의 즐거움이 막 살아 난다.

친구들은 한 사람도 늦지 않고 모두 약속 시간에 와 주었다. 그래서 지체하지 않고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훌륭한 친구들이다. 오늘 이 시간이 천금같이 중요한 것임을 아는 모양이다. 시간이 금이라 했지만 금중에서 제일 비싼 금은 지금이 아닐까!

고향에는 아직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먼 길을 마다하고 고향친구들을 위해 매번 집에서 기르는 오골계를 잡아 가져오는 정성을 보여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시골 친구 집에는 여러 종류의 가축을 키우고 있는데, 언제든지 고향에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과 오골계를 잡아주기도 한다. 고향 친구들에게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늘 느끼게 해주는 참 고마운 친구다.
  
친구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학년 때부터 한 학급으로 줄곧 다니었다. 따라서 대부분 친구들은 출석번호를 구구단 외듯이 외운다. 언제나 만나면 그렇듯 한 친구가 장난기가 발동하여 출석을 부르기 시작한다.

"1번 장경훈, 2번 임면수, 3번 강영규. 4번 이청권..."

어릴적 유행가를 듣는 것처럼 익숙할 뿐 귀에 거슬림이 전혀 없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군사들을 훈련시켰다하여 붙여진 태조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가방을 하나씩 둘러맨 친구들은 발에 날개를 달은 듯 걸음이 가볍다. 어떤 친구는 오늘 산행을 위해 금연까지 했다고 자랑을 한다. 옛 친구들과 함께 하려는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친구들의 뒤태를 보니 허리도 통나무처럼 굵고 머리도 희끗희끗하다. 전형적인 중장년의 모습이다. 세월이 30년 이상 흘렀으니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의 무상함을 아니 느낄 수 없다. 모두 치열한 생활전선에서 저마다의 삶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온 삶의 흔적이 깊게 느껴진다.   

언제 보아도 오월의 나뭇잎은 참으로 싱그럽고 아름답다. 그 숲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예전에 강에서 미역을 감던 이야기부터 과일서리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그렇다. 지금처럼 TV도 없었고,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친구들은 골목에서 또는 산과 들에서 매일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놀았다. 그러하니 친구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다. 푸른 신록은 안중에도 없다. 친구들은 오랜 기억 주머니에서 꺼내 놓는 옛날의 추억 이야기에  웃고 또 웃었다.

태조산은 이름에 비해 높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고향의 뒷동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숨 한번 고르자 정상이 코앞이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남다르다. 왠지 무언가를 해낸 뿌듯함과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크게 소리라도 외쳐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리고 또 멋지게 폼도 잡고 사진 한 컷도 남기고 싶다. 모두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듯 친구들의 등산복 차림은 화려하다. 어렸을 적 소풍날만큼이나 멋지고 예쁘다.

언제 먹어도 산에서 먹는 김밥은 맛있다. 친구들이 내어놓는 김밥과 막걸리, 그리고 오골계를 나뭇잎 위에 펼쳐놓으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술 한 잔씩 잔에 부어 건배를 하자 산행의 즐거움이 막 살아난다. 그 즐거움을 벗 삼아 산상회의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한마디씩 쏟아낸다. 

"앞으로 금강산도 가고 백두산도 가야지."
"거! 좋지."
"모두 친구들 건강할 떄 가야 하지 안어!"
"그렇지! 우리 친구들이 아직 아픈 사람이 없는 거 같은데, 내년에라도 추진하는 것이 어떤가?"
"굿! 아주 좋은 생각이다..."

옛친구들 찻집에서 앉아 시간가는 모르고 정담을 나누고 있다
옛친구들찻집에서 앉아 시간가는 모르고 정담을 나누고 있다 ⓒ 임재만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어 한참 후에나 끝났다. 하산하려 일어서자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버스를 놓쳐 원주에서 청량리를 거쳐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오고 있다는 친구의 전화다. 산행은 함께하지 못해도 저녁이나 함께하고 싶으니 꼭 기다리라는 얘기다. 그 친구의 열정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상을 밟은  친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고 말았다, 그 친구는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며 오후 5시가 넘어 드디어 마지막 주자로 나타났다.

큰 박수와 함께 반가움에 야단이 나고 모임은 절정을 이루고 말았다.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어느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그렇다. 꽤 벗고 미역도 함께 감고, 저녁마다 모여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함께 자란 고향친구는 역시 남다르다. 먼 길을 마다않고 하루 종일 달려오고 귀한 음석을 친구들을 위해 밤새 준비해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가슴속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오늘 옛 친구들과 만나 오래된 추억을 하나씩 꺼내가며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친구가 있어 너무 행복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고향친구#태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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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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