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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끌어내서 죽이라고 해라. 우리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그것을 바라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구간 철탑(아래 밀양송전탑) 공사장 부지에서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하는 주민들이 행정대집행 소식이 알려지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밀양시와 경찰은 11일 오전 6시 행정대집행에 나선다. 밀양시는 각 부서별로 공무원 호출을 요청해 놓았고, 경찰도 대규모 인력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에 있는 '127번 송전탑' 현장에 주민들이 움막농성장을 지어놓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에 있는 '127번 송전탑' 현장에 주민들이 움막농성장을 지어놓고 있다. ⓒ 윤성효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철탑),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철탑), 부북면 위양마을(127번 철탑),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철탑)과 화악산 입구인 부북면 장동마을에 움막을 지어놓거나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송전탑 부지 현장에 움막을 설치한 때는 지난해부터였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10월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자 이곳 주민들은 움막을 짓기 시작했다. 127번과 129번 현장의 움막 앞에는 구덩이를 파놓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곳에 기름통, 가스통을 갖다 놓았다. 또 주민들은 움막에 쇠사슬을 매달아 놓았는데 강제철거할 경우 몸을 묶어 저항하겠다는 태세다. 밀양시와 경찰이 움막 강제철거에 나설 경우 불상사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밀양시와 경찰이 5곳의 움막을 동시에 행정대집행에 나설지, 아니면 한두 곳부터 먼저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밀양시와 경남지방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은 10일 오전 대책회의를 통해 강제철거 대상과 방법 등에 대해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움막농성장마다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들 지키고 있어

움막농성장마다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지키고 있다. 행정대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려진 뒤 지난 주말부터 움막농성장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움막마다 적게는 10여 명부터 많게는 30여 명이 지키고 있다.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01번 철탑 현장에 움막 농성장을 만들어 놓고, 철야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101번 철탑 농성장에서 바라본 100번 철탑 공사 현장(원안)으로, 헬기가 장비를 내리고 있는 모습.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01번 철탑 현장에 움막 농성장을 만들어 놓고, 철야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101번 철탑 농성장에서 바라본 100번 철탑 공사 현장(원안)으로, 헬기가 장비를 내리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특히 천주교 신부·수녀들도 동참했다. 조성제 신부는 지난 4월 13일부터 용회마을 산에 있는 101번 철탑 현장의 움막을 지키고 있다. 또 지난 주말부터 수녀와 수사들은 129번 철탑 현장의 움막에서 지내고 있다.

129번 철탑의 움막을 지키고 있는 한옥순(66·평밭마을)씨는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다"며 "주민뿐만 아니라 연대단체 회원들도 있는데, 주민들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용회마을 구미현(66)씨는 "며칠 전 사복경찰들이 움막에 왔더라. 지난해 12월 유한숙 어르신 음독자살 뒤 시민분향소를 밀양 시내에 차리려고 했을 때 경찰이 강하게 막아서 못한 적이 있었는데, 움막에 온 사복경찰을 보니 그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경찰도 강하게 치고 올라올 것 같아서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101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는 구덩이를 파놓지 않았고, 공무원과 경찰이 우리를 끌어내면 움막에 매달아 놓은 쇠사슬에 몸을 묶어 버틸 것"이라며 "우리는 나름대로 장치를 다 해놓았다"고 말했다.

고답마을(115번 철탑) 한 주민은 "9일까지는 주민들이 당번을 정해 움막을 지켰는데 10일부터는 모든 주민들이 모일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움막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화악산 중턱에 있는 127번 철탑의 움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서종범(54)씨는 "결국 행정대집행을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힘은 부치지만 하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수(59․골안마을)씨는 "한전은 필요도 없는데, 재벌한테 돈을 벌게 해주기 위해 송전탑을 짓고 있다"며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우려가 큰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는 15명의 인권현장 지킴이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에 있는 '127번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들은 움막농성장을 지어놓고 있으며, 그 앞에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에 있는 '127번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들은 움막농성장을 지어놓고 있으며, 그 앞에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다. ⓒ 윤성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0일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행정대집행 시도에 즈음한 호소문을 통해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우리에게 제발 사람대접을 해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행정대집행 시도에 즈음한 밀양 주민들의 대국민 호소문

지금 우리의 마음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햇수로 10년입니다. 현장에서 싸운 시간만 햇수로 4년쨉니다. 그 동안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요? 그동안 우리가 당해야 했던 수치와 모욕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우리는 위정자들이 지난 수십년간 '떠나라, 떠나라' 했던 이 농촌을 떠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흙 파서 한평 한평 재산을 일구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아픈 몸을 고치기 위해, 남은 생애 노년의 다복한 정을 자연 속에서 누리고 싶어 스스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왜 이런 모습으로 몇 달씩 움막에서 먹고 자며, 수천명의 경찰과 공무원들에게 끌려나갈 시간을 받아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우리는 10년 동안 주장했습니다. 정말 이 765kV 송전탑이 필요한 것인지, 노선이 왜 이렇게 그어져서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도록 그어졌는지, 이 노선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수는 없는지, 고리의 노후 원전 1,2,3,4호기를 연장가동시키지만 않더라도, 신고리 원전을 증설만 하지 않더라도 이 밀양 송전탑은 필요하지 않으니 그 계획을 수정할 수는 없는지, 전압을 낮추어 지중화할 수 없는 지, 사람보다 전기가 중하냐고, 사람 목숨보다 돈이 중한 거냐고, 우리는 수없이 물었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지난 10년간 단 한뼘도,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돈으로 마을 공동체를 파탄냈습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고소 고발을 당해서 경찰서를 들락거려야했는지, 얼마나 많은 어르신들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지금도 앓고 있는지, 아십니까?

이제 우리는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데가 없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행정대집행을 중단해 주십시오. 정치권과 종교계의 어른들이 나서서 중재의 마당을 열어 주십시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우리에게 제발 사람대접을 해 주십시오!

2014년 6월 10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 송전탑#한국전력공사#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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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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