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을 맞아 청와대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월호 관련 집회를 경찰이 전부 불허했다. 경찰이 금지를 통고한 집회 장소는 61곳이나 된다. 최근까지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열리던 장소도 이번에는 틀어막았다. 집회를 신고한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10일 "6월 항쟁 27주년을 기념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청와대 만인대회'를 열기로 했다"며 "청와대·경복궁 인근 61곳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미리 신고했지만 전부 금지 통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만인대회를 기획한 단체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침묵행진', '거리기도회', '길거리 토크콘서트', '추모대회' 등을 곳곳에서 열 계획이었다. 6월 항쟁을 기념해 집회 장소를 61곳으로 정했다. 신고 인원은 10~500명 정도로 소규모였다. 하지만 경찰은 한 곳도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금지 이유로 ▲ 주거 지역 ▲ 학교 시설 주변 ▲ 교통 소통 방해 등을 언급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 따라 불허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청와대서 300m 떨어진 곳도 "집회 안 돼"그러나 단체들이 집회를 신고한 장소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경복궁 인근 옥인교회, 광화문광장 북쪽 등은 최근까지도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를 할 수 없다'는 집시법 규정을 어긴 신고 장소도 없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만인대회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여는 집회"라며 "사고 초기에도 청와대 인근에서 추모집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까지 집회를 막으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명숙 활동가는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까지 포함되는데도 전부 가로막혔다"며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여파가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집회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기본권 보호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어디서 할 것인지 누구나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불허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청와대 만인대회를 진행한다. 이들은 오후 8시 '청와대 앞 길(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브라질대사관까지)'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오후 10시 '청와대로 입구 바리게이트(브라질대사관 앞)'에서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