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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고별강의를 하기 위해 들어서며 학생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 박수받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고별강의를 하기 위해 들어서며 학생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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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반장선거 외에는 선출직에 나가 본 적이 없었어요. 반장도 못해서 부반장까지만 해봤는데, 교육감에 당선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11일 오전 10시 30분. 강연 시작 전부터 300여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학생들의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이 소감을 밝혔다. 객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교육감 당선으로 교수직을 사임해야 하는 조 당선인을 위해 성공회대학교가 퇴임식 대신 마련한 '고별강연'이었다.

"우정이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그리고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조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런 길로 들어서지 않으려 발버둥을 많이 쳤었다"라며 예비 경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에야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 당선인은 "예비 경선을 앞두고 삼사일동안 선거운동 준비를 해봤는데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아서 중단했다"라며 "후보 등록 후에는 아내와 예비 경선만 통과하면 만족하자고 했었는데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기존 교육 체계에 절망했고, 새로운 교육체제를 열망했다"라고 당선 이유를 밝히며 "이 열망을 어떻게 대안 교육으로 실현해 나갈지 과제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한편으로 무능할 수도 있고, 저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라며 "척박한 환경에서 올바른 교육적 가치를 유능하게 풀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당선인은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쟁'을 꼽았다. 그는 지금의 교육 경쟁을 "과잉경쟁을 넘어선 미친경쟁"이라고 표현했다. 경쟁 때문에 서로 노트도 빌려주지 않는 현실을 예로 들며 "모두가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경쟁은 학교 폭력과 자살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라며 "우정이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청중에게는 "여러분 기말고사 기간에 친구에게 기꺼이 노트를 빌려주는 학생이 됩시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고별강의를 마친뒤 학생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고별강의 마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고별강의를 마친뒤 학생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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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 고별강의 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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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임기 동안 어떤 정책을 실현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도 했다. 밤을 꼬박 새고, 오늘 새벽에 직접 썼다는 A4용지 7쪽 분량의 강의 노트에는 그의 '플랜'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조 당선인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며 "'혁신미래교육'을 실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미래교육'의 중요 조건으로 '창의성'을 꼽으며 "남들보다 빨리 정답을 암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 교실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세계화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 교육은) 단지 영어와 선진국의 문화를 습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전통과 문화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소한 국가주의를 넘어 다양한 민족과 공동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당선인은 이것을 "일본의 아베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열린 시민으로 키우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조 당선인, 계열 혁신학교 아이디어 제시

혁신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주의 이론의 전문가이기도 한 조 당선인은 혁신학교의 탄생을 민주주의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혁신학교가 교사와 학생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기존에 교육감-교장-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상명하복 관계를 뒤바꾸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혁신학교를 조 당선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반장을 뽑지 않고, 시험을 안 보는 등 교사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창의적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라며 "실제 혁신학교 수업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로 옮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혁신 초등학교 주변에는 전세값이 오르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혁신 초중고를 한 '계열'로 만들어 현재의 교육 체제로부터 아예 벗어난 '대안 교육의 긴 통로'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는 "대안 학교가 주류 학교를 변화하는 데 동력을 제공한 것처럼, 계열 혁신학교가 기존 교육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을 마치며 조 당선인은 당선 직후 자신에게 쏟아진 우려에 대해 "30년을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나름의 심지가 있다"며 "걱정하시 마시라"고 당부했다. 또한 인수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듣는다 희연샘 투어'를 소개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고 강조했다.

학술가로서 '거대담론'만 다루다, 이제는 '교육행정가'로서 현안을 살펴야 하는 그는 새로운 길 앞에서 긴장되는 마음을 전하며 "부족한 점을 느끼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 고별강의 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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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마친후 교정을 나서고 있다. 강의실 입구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정든 교정 나서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마친후 교정을 나서고 있다. 강의실 입구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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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희연, #고별강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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