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1일 오후 8시 12분]
<중앙일보> 주필 출신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제와 관련해 "잘 모른다"고 재차 답했다.
문 후보자는 11일 오후 서울대에서 마지막 강연을 마친 뒤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책임총리 발언과 관련해 "말실수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답해 의문을 자아냈다.
문 후보자는 "책임총리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 책임총리라는 게 뭐가 있겠나, 나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책임총리 역할을 실현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책임총리제는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장하는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한 내용이다. 총리의 제청에 따라 국무위원을 임명토록 하는 게 책임총리의 핵심 권한이다. 앞선 후보자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책임총리제 구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에 비하면, 문 후보자의 발언에는 총리 권한 강화를 위한 적극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책임총리제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겠다며 만든 정치쇄신안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금태섭 대변인도 "문 후보자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또다시 대독총리 역할을 하려는 것인가"라며 "여론에는 귀를 닫은 채 청와대만 바라보고 해바라기 행보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보수색채 칼럼 논란 묻자 "그런 얘기 할 시간 없어"책임총리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문 후보자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말했다고 해명하며 "총리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현재의 정부조직법과 앞으로 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법안에 따르면 경제는 경제부총리, 사회문제와 교육은 사회부총리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맡도록 돼 있다"며 "총리는 이를 전체 입장에서 최종 조정하고, 나머지 국정전반에 대해서도 통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세월호 사건으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개조, 비정상의 정상화, 안전혁신, 공직개혁 및 인사혁신, 부정부패 척결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첫 출근한 문 후보자는 자신의 회색 제네시스 승용차를 직접 몰고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했다. 서울대 강연에 다녀올 때도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몸담은 사실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그런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써온 칼럼을 두고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시간이 없고, 이제 오늘부터 열심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현역 주필이라면 총리 인선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는 질문에도 "지금은 답변하기가 참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총리실은 인사청문회 관련 서류 준비를 오는 13일까지 마무리해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국회에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