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월 6일부터 8일까지 공연되었다.
2013년 하반기에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오페라 <리골레토>를 성황리에 공연해 호평을 받은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은 이번에 <카르멘>을 들고 왔다.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과 그녀를 너무 사랑해 결국은 죽이게 된 호세의 이야기다.
메조 소프라노의 굵직하고 관능적인 목소리와 정열의 춤, 막마다 다채로운 무대와 무엇보다도 조르쥬 비제가 만들어낸 주옥같은 선율의 아리아로 이루어진 오페라 <카르멘>에서 제일 관심가는 것은 누가 카르멘을 맡았느냐 하는 것이다.
6월 6일과 8일 공연에서 카르멘을 맡은 주인공은 전 세계 극장에서 카르멘 전문 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니노 슈굴랏제였다. 그 누가 봐도 '카르멘의 환생'이라고 여길 정도로 매력 넘치지만 운명을 개척하는 여장부 스타일의 카르멘을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상대역 스테파노 쎄코 역시 유럽 무대를 석권한 성악가로,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사랑을 죽여 버리는 군인 돈 호세에 딱 걸맞는 연기를 펼쳐보였다.
'카르멘 서곡'이 울리면서 시작한 1막 무대는 세비야 광장이다. 군인들과 담배공장 여공들이 무대가득 채우고 그 중에 흰 색 드레스의 카르멘이 '하바네라(사랑은 자유로운 새)'를 부르며 매력을 발산한다. 정숙한 고향처녀 미카엘라는 그녀와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뜻을 호세에게 전하지만 호세는 점차 카르멘에게 마음을 뺏긴다. 호세는 담배공장에서 동료를 다치게 해 감옥에 갇히게 된 카르멘을 그녀의 간교한 농간으로 풀어주게 되고 그 벌로 두 달간 영창에 다녀오게 된다.
이번 공연의 1막에서 특별한 점은 카르멘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세 여신들을 새로이 설정한 점이다. 마리오 데까를로(Mario De Carlo) 연출은 카르멘을 성모 마리아, 요부, 뮤즈로 보고, 그것을 세 '운명의 여신들'로 캐릭터화해 서곡과 4막에 등장시켰다. 카르멘의 어린시절이 1막에 등장하게 되며 그녀에게 운명의 여신들이 금단의 꽃을 건네주는 장면으로, 극 전체를 관통하는 카르멘의 복합적인 성격과 상징을 보여주었다.
2막 '파스티야의 술집'이 되면 무대가 갑자기 위쪽으로 움직이면서 아래쪽 지하가 1층높이로 올라온다. 즉, 지하와 지상을 반반씩 갈라 보여줌으로써, 파스티야의 술집 지하세계를 실감 있게 표현한다. 카르멘은 다른 집시여인들과 함께 나른한 느린 템포로 시작해 점점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집시들의 노래'를 부르는데, 니노 슈굴랏제는 카르멘이 환생한 듯 집시춤까지도 완벽하고 매혹적으로 소화했다.
이 때 에스카미요 역의 제짐 미쉬케타가 강렬하고 화려한 음색으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2막에서는 카르멘과 집시 친구들이 '여자들이 없으면 (밀수)일을 못한다'는 내용으로 코믹하고 경쾌하게 노래하는 집시들의 5중창이 극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한편, 돈 호세 역의 마리오 말라니니는 '꽃노래'에서 카르멘에게 매료된 마음을 낙천적이고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음색으로 잘 노래해 관객으로부터 브라보를 받았다. 귀대시간을 놓친 호세는 결국 카르멘 일당의 밀수업에 가담하게 된다.
3막은 카르멘과 집시 일당들의 밀수 장면이다. 객석에서 밀수업자 행렬이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었다. 카르멘의 두 집시친구 프라스키타(파올라 산투치 분)와 메르세데스(이레네 몰리나리 분)가 카드점을 보며 미래를 점치는 장면도 두 소프라노 가수의 독특한 표정과 열창으로 보고 듣는 재미를 주었다.
미카엘라 역의 나탈리에 아로얀은 집시들의 동굴에 호세를 찾아와 부르는 '이젠 두렵지 않아'라는 아리아에서 청순함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미카엘라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카르멘은 호세에게 집시생활이 맞지 않다고 여겨 고향에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미카엘라의 말에 호세는 고향에 돌아가면서, 카르멘에게 돌아갈 것을 다짐한다.
4막은 투우장을 배경으로 카르멘과 에스카미요가 등장하고, 에스카미요는 '카르멘, 그대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이라는 사랑 노래를 바친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호세가 카르멘 앞에 나타나 에스카미요를 사랑하냐고 묻는다. 투우장을 암시하듯 두 남녀주인공을 원형조명이 에워싼다. 4막 연출의 또 다른 점은 카르멘이 호세의 손에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두 팔 벌려 호세를 향해 달려가 그의 칼에 찔려 죽었다는 것이다. '너에게 속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유다!' 카르멘이 원했던 것은 끝까지 집시의 정신, 자유였던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은 만족하고 훌륭한 공연에 팔을 높이 들어 서로 맞잡고 인사했으며, 특히 카르멘 역의 니노 슈굴랏제는 한쪽 무릎을 굽혀 깊이 인사하며 만족을 표현했다.
창단 5주년 만에 우뚝 성장한 수지오페라단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오페라 대중화와 고급화에 힘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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