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광화문 목요 낭독 공감'이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박재홍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도마시장>과 관련한 시 낭독회가 열렸다. 박재홍 시인은 대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으로서 이번 시집의 발간은 지역 문화의 활성화 차원에서 뜻 깊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행사는 방송인 이명순의 사회로 시작되었으며 국악 연주, <도마시장>에 대한 평론, <도마시장>에 대한 박재홍 시인의 설명으로 구성되었다. 대전연정국악원 단원인 이용무의 짧은 대금 연주가 끝나자 김래호 평론가의 발문이 이어졌다. 곧이어 박재홍 시인과 인연이 깊은 내빈들이 돌아가며 <도마시장>에 수록된 작품들 중 '송광사 일주문', '2014년 첫 매화', '도마시장36', '도마시장39', '떡국', '마흔해'를 낭독하였다.
낭독회가 끝나자 단국대학교 박덕규 교수가 다음과 같은 짧은 논평을 하였다.
"박재홍 시인이 포대화상(布袋和尙, 조선 중기의 화가 한시각이 포대를 메고 다니는 고승의 모습을 그린 선종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도마시장에서 매일 느끼고 그런 이미지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또 어디를 가든 편안한 곳이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했습니다. 그건 아마 우리 몸 안에 보편적으로 남아 있으면서 그 무언가가 함께하는 공간이란 고향의 이미지, 어머니의 이미지와 같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지역이 문학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으로 무진이 명소가 된 것처럼 도마시장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재홍 시인의 시집을 통해서 도마시장이라는 좋은 문학 공간을 발견하게 되어 기쁩니다."논평에 이어 <도마시장>에 대한 박재홍 시인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저는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자랐습니다. 그 시절 짱뚱어, 낙지 등 해산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란 생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날 것 그 자체 말입니다. 그래서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달고 싶지 않습니다. 펜 끝에 오로지 정신이, 화두가 맺혀있습니다. 그것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또 자신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올 곧게 지켜나간다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4살 때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목발로 직립 보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땅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 때 비로소 하늘을 보게 된 거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목발을 짚고 다닙니다. 시집 안에 '치영이 졸업을 보며'라는 시가 있습니다. 치영이는 고등학생인 제 아들입니다. 읽어 보겠습니다." 박재홍 시인은 시를 낭독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이 시가 바로 이 시집의 주제입니다." <도마시장>에는 이처럼 자신을 위해 목발을 만들어 주신 아버지의 사랑과 그 사랑이 여전히 자신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러한 흔들림 없는 정신이 그의 아들에게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삶의 터전이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광화문 목요 낭독 공감] 한국문예창작학회,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주관하며 2014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진행된다. 4월 24일(목)~12월 18일(목)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