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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개혁 투쟁 1년 평가 및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열렸다
 ‘갑을개혁 투쟁 1년 평가 및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열렸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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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와 주문 물량 조작, 그리고 영업사원의 폭언·욕설 사태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갑의 횡포가 큰 이슈가 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남양유업 사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등 의미있는 성과를 냈지만, '을'들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갑을개혁의 상징이자 결과물인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보호법)' 제정안은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고, 공정위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지 2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들도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다 대기업의 영업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완화뿐 아니라, 그나마 갑의 횡포를 막아주던 공정거래위의 모범거래기준 폐지 등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은 '을'들과 시민사회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갑을개혁을 불러일으켰던 편의점과 남양유업대리점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으로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외 나머지 업종에서 터져나온 갑을개혁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대기업들은 말바꾸기와 시간때우기로 이리저리 피해가며 최근 불어닥친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이번 규제완화 바람이 행여나 자신들의 갑질까지 무마시켜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을'들의 눈물은 뒷전인 채 말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는 참여연대와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유통상인단체들 주최로 '갑을개혁 투쟁 1년 평가 및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을'들은 "경제민주화 폐업 신고서를 낸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만 선포했다"며 다시 한 번 울분을 토했다.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이날 나온 '을'들의 목소리를 요약 정리한다.

아모레퍼시픽, 배상문제 외면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와 특정상품 구매강요, 영업지역 쪼개기 등을 일삼았던 아모레 퍼시픽 등 화장품업계의 대리점불공정거래의 배상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아모레퍼시픽 손영철 사장은 그간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시인하고 피해배상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여러차례 대회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30여 명의 피해 대리점주와의 문제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에뛰드 등 브랜드 가맹점을 둔 아모레퍼시픽은 최저가 판매와 1+1 경품행사 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3조8954억 원을 기록했으며, 서 회장은 연봉 19억에 주식배당만 155억을 챙겼다. 아모레퍼시픽 피해 대리점주들과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최근 열흘간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회사측이 성실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순당, 약속 뒤엎고 "나몰라라"

2009년부터 4년간의 목표 강제, 밀어내기와 영업지역 미보호, 냉동탑차 등 시설구입 강요로 인해 대리점주들의 손해가 꾸준히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순당은 'H-project'로 불리는 일방적인 계약해지까지 강행하는 등 매출 감소에 따른 다양한 패널티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국순당 배중호 대표는 불공정거래 시인과 피해 대리점주들과의 배상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순당 측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진행되던 교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법원에 중재신청을 낸 상태다. 이후 지난달 8일에는 국순당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되기도 했지만, 공정위의 전면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멕시카나, 가맹점주 형사고소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멕시카나 가맹점주들은 지난 1월 재료 임가공비 부당 책정 등 멕시카나 본사의 일방적인 거래조건의 변경과, 계약해지한 가맹점주들의 고객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한 점 등을 들어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지만, 공정위 심결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멕시카나 측은 현재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강행하고 있는 계약해지 된 가맹점주들과 현직 가맹점주들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까지 한 상황이다.

고물상 "시장 50% 이미 잠식"

자원재활용, 물자절약, 환경보호 등 자원의 순기능적 측면과 함께 생계형 고물상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고물상이 주거지역 가까운 곳에 들어올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고물상업에도 대기업이 이미 뛰어들어 시장의 50% 가량을 잠식한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고물상업을 직접 하려고까지 해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이들은 고물상업의 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기존 생계형 고물상, 폐지수집 노인 등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알뜰폰 '눈독'

알뜰폰 가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 점유율이 5%대에 육박하자, 이동통신 3사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에는 알뜰폰 28개 사업자와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진출해 있으며, 이동통신 대기업 3사로 재편된 통신시장에 중저가 요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 대다수가 이동통신 3사가 제조사들과 함께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통신요금을 대폭 인하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라며 알뜰폰 장악 음모를 즉각 중단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주 "집단교섭 중"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 판매점들 역시 대표적인 '을'들로서 이동통신 3사에 의해 많은 횡포를 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리점 및 판매점들에 대한 과도한 통제 행위, 소비자들에게 과다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행위, 판매목표를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시 각종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리점주들은 피해자모임, 대리점협의회, 이동통신피해자연대 등을 구성해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본사와 집단 교섭 중이다.

우체국택배 "수수료 인상, 거짓말"

우체국 택배기사는 전국적으로 183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와 소포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를 통해서 재위탁을 받아 1년마다 재계약을 체결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다. 그동안 건당 수수료 960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우정본부가 중량별(kg) 차등수수료를 적용해서 수수료를 인상했다고 발표한 이후, 이들은 5kg미만 소포의 비중이 크다보니 수수료 인상효과가 미미한데다가 실제 중량과 표시된 중량의 차이를 속이는 경우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수수료 체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정본부는 문제제기를 한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해고를 남발하고,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서 타 지역의 우체국과 정보를 교류하는 등의 불법까지 자행하고 있다. 우체국 위탁택배조합은 지난달 26일 '택배트럭 구입강제'와 '부당한 차량위탁관리비 지급 강요'등의 이유로 우정본부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대리기사, 손배소 계획

대리기사들은 대리운전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수료입금액 및 입금방식은 갑이 정하는 방식에 따른다'와 같은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해왔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터무니없는 요금경쟁을 부추겨서 비상식적인 요금을 책정했을 뿐만 아니라 콜을 받지 못하거나 목적지를 고의로 숨긴 콜을 대리기사들이 취소할 경우 그에 따른 각종 벌과금을 물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또 실제 납부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료를 징수하는 수법으로 이를 횡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대리기사협회, 협동조합 등은 지난 2012년 11월 공정위에 프로그램사와 대리회사들을 고발했다. 또 이들은 통신장애사고로 콜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 입은 영업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태그:#갑을개혁,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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