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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밭 곁에는 편백숲이 있다. 너무 밀식되어 간벌과 가지치기가 시급하다.
▲ 편백숲과 블루베리밭 블루베리 밭 곁에는 편백숲이 있다. 너무 밀식되어 간벌과 가지치기가 시급하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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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다. 일어날 시간이 되어도 집사람은 '비가 와서 할 일이 없다'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주변을 돌아봐야할 것 같아 비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텃밭을 돌아 집으로 올라와도 집사람은 거동의 기미가 없다. 다시 밖으로 나와 집 위로 걷다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블루베리 밭이 생각나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돌보지 못하고 차일피일하며 내팽개쳐 놓은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뤄 온 일이었다. 블루베리 밭에 이르러보니 잡초와 가시넝쿨이 서로 얽히고 우거져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서둘러 집으로 내려가서 숨 넘어가는 소리로 집사람을 깨웠다.

"여보! 블루베리가 잘 익었어. 한 소쿠리 정도는 충분히 딸 것 같아."

아니나 다를까, 집사람이 일어날 기미를 보였다. 집사람은 소쿠리만 들고 오면 되도록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할 연장인 낫, 호미, 삽을 들고 먼저 블루베리 밭으로 올라갔다. 집사람이 블루베리 수확보다 접근하기조차 힘들게 우거진 가시넝쿨을 제거할 일을 먼저 떠올려서는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고 있으니 집사람이 블루베리를 딸 그릇을 들고 올라왔다. 잘 익은 블루베리 나무를 보더니 "워매! 블루베리야 정말로 미안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너를 이 지경이 되도록 나뒀구나!" 집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이제부터는 집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집사람은 블루베리를 따기 전에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여 블루배리를 해방시켜야한다며 나는 안쪽부터 해오면 자기는 밖에서부터 하겠단다. 천둥과 번개는 잦아들고 빗줄기도 가랑비로 변했다. 땅이 젖어있어 잡초들이 잘 뽑혔다.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블루베리가 집에 온 사연

수확한 블루베리다. 친환경 과일이고 강한 항산화작용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있다.
▲ 식탁에 오른 블루베리 수확한 블루베리다. 친환경 과일이고 강한 항산화작용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있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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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연구원에 근무할 때이다. 특별성과급여가 300여 만 원 지급됐다. 나무는 세월이 기른다는 생각에 인터넷 종묘상에서 정원수와 과일나무를 주문하여 주말에 시랑헌으로 도착하도록 배달시켰다. 토요일 오후에 트럭이 나무를 싣고 도착했다. 배달된 명세서를 보니 A4용지로 3장이다. 집사람과 둘이서 분류한다고 했지만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는 나무도 상당했다. 큰 나무도 몇 그루 있지만 대부분이 묘목이다. 지금의 검화당 집터에 심기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 늦도록 심었지만 절반도 못 심었다. 나만 월요일 새벽에 대전으로 올라갔다.

나머지는 집사람이 남아서 인력회사에서 파견한 사람들과 심었다. 다른 일에 밀려 주말에도 돌보지 못해서인지 상당수의 묘목들이 고사했다. 대부분 말라죽은 나무들은 비싸고 귀한 나무들이다. 블루베리도 이 때 심었지만 몇 년 동안 간신히 생명을 유지했다.

다른 나무들은 집을 지으면서 길 건너 텃밭으로 옮겨지고 올봄 드디어 제 자리라고 생각하는 집 뒤 경사면으로 옮겼왔다. 블루베리는 소나무 숲 위에 포도밭을 만들면서 그 곁으로 옮기고 바닥에 잡초가 우거지지 않도록 그늘막용 비닐로 덮어줬다.

포도나무들은 3년 전 매우 추웠던 겨울에 모두 동사했지만 다행히 블루베리는 살아남았다. 매년 블루베리가 익은 철에 잠깐 짬을 내어 잘익은 열매를 따면서 방해가 되는 잡초와 가시넝쿨만 제거했었다. 매년 몇 그루씩 생존을 포기해버려 지금은 처음의 절반 정도인 30여 그루가 성장을 멈춘 채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다.

집을 짓는 일 중 가장 마지막이 정원을 꾸미는 일이다. 나무가 필요한 때이다. 이 때 나무를 구입하려면 부담스러울 정도의 경비가 필요하다. 정원수나 과일나무 묘목도 조건이 좋은 곳에서 10여 년 동안 잘 기르면 정원수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7년 전 시랑헌으로 시집온 나무들 중 절반정도가 죽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대로 생명을 유지하지만 '반송'과 '눈주목' 만은 성장을 계속했다.

50cm 크기의 반송 5그루는 지금 1.5m 크기로 자라 집마당의 곳곳에 버티고 있고, 10㎝ 눈곱만 했던 50그루의 눈주목들은 석축 바위틈에서 1m 이상 크기로 굳세게 자라나 석축의 품위를 유지하는 주인공이 되어있다. 반송과 눈주목 만으로도 7년 전 구입비를 충분히 벌충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베리 밭에 잡초와 가시 넝쿨을 제거하고 돌아보니 편백나무들 입이 쭈~욱 나왔다. 블루베리만 돌봐주고 자기들은 언제까지 방치해둘 것인가 하면서 삐진 모양이다. 그래 '이 할아버지가 올 가을부터는 너희들도 챙겨줄게' 하면서 편백나무들을 달랜다.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기 전 블루베리나무
▲ 잡초속의 블루베리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기 전 블루베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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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고나니 블루베리 나무가 세상밖으로 나온듯하다.
▲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한 후 블루베리 잡초와 가시넝쿨을 제거하고나니 블루베리 나무가 세상밖으로 나온듯하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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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초와 가시넝쿨들이 제거된 후 블루베리나무다. 1/3정도만 조생종인지 지금 잘 익었고, 1/3정도는 풋열매를 달고있고 너머지는 아직 열매도 달리지 않았다.

블루베리 유래와 효과

검화당에는 좋은 일을 해서 문헌에 남은 구황식물 2종이 자라고있다. 블루베리와 산마늘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이민간 사람들이 식량이 떨어져 아사지경에 이르렀을 때 인디언들이 무언가를 가져다 줘서 생명을 연명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블루베리다.

산마늘은 5년 전 50% 정부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추진할 때, 집사람과 같이 강원도 태백까지 가서 모셔온 귀한 나물이다. 울릉도가 원산지인 산마늘은 선조25년 울릉도를 개척하고자 이주시킨 500명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없게되자 눈덮힌 산야를 뒤지게 되었고 이 때 눈속에 새싹을 낸 산마늘을 찾았다고 한다. 산마늘은 그들의 생명을 구한 나물이 되어 명이나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제 검화당으로 귀촌하여 정착한 지도 2년이 되었다. 주변의 환경들이 많이 정리 되었지만 아직은 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집을 짓고 난 후에도 5년은 지나야 집이 안정된다는 동생 말이 실감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한 일들은 언제나 마음 설레는 희망이다.

지난 25년 동안 앓아 지병이 된 당뇨병과 합병증인 뇌졸중은 이제 목슴걸고 투쟁해야 할 적이아니다. 평생을 같이 살아갈 친구들이다. 이들과 화합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일체 약을 끊고 먹거리와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자연을 벗삼는 일을 하면서 혈당을 조절한다. 자식들이 걱정하고 의사가 만류한 25년 동안 복용해온 약을 끊은 일은 어찌보면 무모한 일 일 것이다. 그러나 당뇨약과 혈압약은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계속해야 한다. 즉 당뇨병과 고혈압은 약으론 못 낫는다.

어제 아침 공복 시 혈당은 103㎎/㎗이고 오늘 아침은 138㎎/㎗이다. 그제 저녁 때는 10월 17일에 떠날 히말라야 트레킹 훈련차 1시간 동안 걷기 훈련을 했고, 어제 저녁은 고로쇠 정제기 보관창고 문짝을 만들어 다느라 너무 늦게까지 일하느라 저녁 식 후 운동을 못 했다. 이게 섭리고 자연이다.


태그:#당뇨병, #정부흥, #불루베리, #지리산,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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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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