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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시정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희망인천준비단(단장 최순자)'이 지난 11일 출범했다. 희망인천준비단은 오는 30일까지 활동하며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 체제를 준비할 예정이다.

유 당선인은 후보시절 '힘 있는 시장'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따라 민선6기 유 시장에게 쏠리는 시민들의 관심사는 '힘 있는 시장'의 시정 운영능력과 그 성과물이 될 전망이다.

'힘 있는 시장'론은 시정 운영의 목적이 아니라 업무 추진 능력이다. 그 중에서도 중앙정부와 협력해 국고보조금을 많이 받고 지역현안도 해결할 수 있다는 능력의 표현이다. 이 점이 향후 유 당선인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책과 비전이 아닌 과정을 전면에 내건 만큼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정복(가운데) 인천시장 당선인이 6월 1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사진 오른쪽 네번째)와 면담 후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정복 유정복(가운데) 인천시장 당선인이 6월 1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사진 오른쪽 네번째)와 면담 후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희망인천준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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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8조, 시비 9조, 민자 7조로 24조 원 마련"

인천은 12조 6400억 원 규모의 시 부채, 영종~청라 제3연륙교 건설, 서구 루원시티 개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연장 사용 논란, 송도 LNG인수기지 증설과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이하 인방사) 이전 논란, 인천항의 영·호남에 비한 역차별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모두 국·시비 재정투자 사업과 연관한 일이다.

유 당선인은 이 현안과 더불어 선거 때 인천발 KTX시대 개막,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 원도심(루원시티 포함)의 체계적인 활성화,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 교육예산 전체 시 예산의 10% 우선 확보, 특화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인천형 어린이집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유 당선인이 이 공약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약 24조 6000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유 당선인은 지난 9일 오후 <KBS> '시사진단'에 출연해 자신의 공약이 "현실 가능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비 8조 원, 시비 9조 원, 민(간)자(본) 7조 원으로 24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8년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사업은 국비와 시비 사업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인천시가 5000억 원 부담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사업 타당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은 인천발 KTX는 전액 국비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 당선인 "인천발 KTX는 수인선을 수원에서 KTX 경부선에 붙이는 것으로 1500억 원대에서 가능한 사업이다. 이미 기술·행정적 검토가 끝났으며, 정부 관련기관의 검토를 받아 시비 없이 국비로 전액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은 인천과 경기, 서울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으로 2016년 사용기한이 만료된다. 인천시는 그동안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2044년까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당선인은 지난 13일 <경기방송(FM99.9)>에 출연해 "더 이상의 연장은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 부채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경제를 활성화해야 재무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 뒤, 부채 전담 부시장제와 재무구조개선단 운영, 투자유치단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세제 개편, 공기업 책임경영을 통해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유 당선인은 희망인천준비단 발족 다음날인 12일 오후 내년에 인천시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 장관들을 만났다.

유 당선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한 면담에서 '2015년도 주요 현안사업 및 공약사업 지원건의' 자료를 건넨 뒤, "인천시가 요청한 국비 요청사항들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중앙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긴밀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또한 이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유진룡 문화체육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성규 환경부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박승춘 보훈처장 등을 차례로 면담했다.

국토교통부는 제3연륙교 건설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 지원, 국방부는 17사단과 인방사 이전, 교육부는 인천대 국비 지원, 문체부는 아시안게임 추가 지원, 산자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특화 산업단지(공약) 지원,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논란과 부평미군기지 오염 정화, 해수부는 인천신항 항로 수심 확대와 정부 투자 문제 등이 각각 연관돼있다.

이렇듯 유 당선인은 당선 직후 주요 부처를 만나 '힘 있는 시장'으로 시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조 원이 넘게 필요한 공약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국비를 많이 따오면 '힘 있는 시장'의 진면목이 발휘 되는 셈이고, 국비 확보가 더디면 '힘 있는 시장'는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을 게 자명하다.

"힘 있는 시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 공약 재점검 필요"

인천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정책이 실종된 채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났다. '힘 있는 시장'을 표방한 유 당선인과 '시민을 위한 시장'을 표방한 송영길 후보 간 득표율은 49.95%대 48.20%로 박빙을 기록했다.

4년 전에 비해 투표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인천은 투표율 53.7%로 17개 광역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투표율과 유효투표 중 득표율을 감안하면, 유 당선인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매우 낮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희망인천준비단이 발족하던 날 성명을 내고 "유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한계를 인식하고, 인천시민과 함께 제반 극복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며 "힘 있는 시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이다.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공약을 인천시민과 다시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당선인은 시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무구조개선단과 투자 유치를 도모할 투자유치단,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희망인천준비단에 정책팀과 국비확보팀 등을 설치했다.

이를 두고 인천경실련은 "인천아시안게임 국비 지원 형평성 논란과 인천을 희생양 삼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논란 해결, 송도 LNG생산기지와 영흥 유연탄화력발전소 증설 문제,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 등의 지역현안에 응답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한 "중앙 정부와 정치권이 고집하고 있는 투-포트정책(Two-Port, 부산·광양항 위주의 항만정책)과 인천의 공항·항만·경제자유구역 발전을 옥죄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런 뒤 "이러한 현안들은 인천 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안들이자 인천에 필요한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이 현안들이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결국 인천시민의 전폭적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만 '힘 있는 시장'의 역할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유 당선인의 공약은 인천시민들의 대표적 관심사들이다. 하지만 이 관심사들을 담은 공약들은 메니페스토(Manifesto)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힘 있는 시장'도 메니페스토를 빗겨갈 수 없다. 이에 당선인은 우선 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을 재점검하고 보완할 시민참여 거버넌스(=민관 협치)를 가동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종속된 관계로는 '인천 홀대' 문제 해결은 물론 인천의 정체성도 살릴 수 없다. 이에 재정분권을 중심에 둔 지방분권 실현에 민선 6기 시정방향을 맞춰야한다"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정복, #인천시장, #희망인천준비단, #지방분권, #민선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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