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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4지방선거에서도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선거운동에 참여한 이력이 벌써 여러 번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민주세력 쪽에서 운동을 했으니 초지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의 6·4지방선거에서는 고장 야권 후보의 '후원회장'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여러 후보들과 선후배 동지들 앞에서 오랜 세월 고장에서 민주세력의 일원으로 살아온 내 과거지사, 인생역정의 단면들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선거 유세 2012년 제18대 대선 때도 선거유세에 참여했다. 안면도 승언리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 선거 유세 2012년 제18대 대선 때도 선거유세에 참여했다. 안면도 승언리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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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제13대 대선 때는 서산태안공명선거감시단 활동에 참여하여 태안군 대표로 고생을 했다. 태안성당 강당의 한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했는데, '가톨릭농민회' 태안분회를 창립하고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비디오를 입수하여 신자들에게 공개하는 일로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1992년 제14대 대선 때는 태안군 공정선거감시단을 결성하고, 구 버스터미널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활동을 했다. 당시 태안성당 주임신부님, 소원감리교회 담임목사님, 태을암 주지스님과 함께 공동의장단을 구성하고 내가 상임의장을 맡아 활동했다. 내 돈쓰고 온 종일 시간을 쓰면서 그야말로 공정선거를 위해 막강 여당의 선거운동 행태를 감시하며 동네 어깨들과 싸워야 하는 일은 한마디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겉으로는 공정선거를 위한 부정선거 감시활동이었지만, 속으로는 수평적 정권교체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두 번의 공정선거감시단 활동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나는 오늘까지도 그 활동들을 내 인생의 중요한 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앞장을 섰던 공정선거감시단 활동은 우리 지역의 자발적 시민운동의 효시가 되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1997년의 제15대 대선 때부터는 아예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당원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감격을 맛보았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기틀이 잡히고 시민정신의 싹이 트는 것을 실감했다. 민족통일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고작 10년이었다. 2007년 친일파 후손에다가 사대주의 화신인 이명박이 출현한 이후, 그리고 같은 뿌리인 박근혜가 집권하고 있는 오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행 현상을 겪고 있다.

나는 과거 우리 지역에서 한영수, 장기욱, 문석호 등 민주진영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영수는 후에 변절하여 '쓰레기정치인'으로 분류해놓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민주세력의 일원들을 국회로 보냈다는 사실은 고장의 명예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세력 출신의 국회 진출이 현재는 단절 상태라서 몹시 안타깝고, 창피하기도 하다.    

개표참관인 참여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개표참관인으로도 참여했다. 태안군 군민체육관 개표장에서의 모습이다.
▲ 개표참관인 참여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개표참관인으로도 참여했다. 태안군 군민체육관 개표장에서의 모습이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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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든 이후 오랜만에 충청남도 지사 자리를 민주세력의 일원인 안희정 지사가 연거푸 차지하여 위안이 된다. 하지만 우리 고장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에서 민주세력이 승리하지 못해 핍진함을 감내하고 있다. 언제쯤 가야 우리 고장에서도 민주세력이 깃발을 올리게 될 지, 조금은 암담하기도 하다.  

나는 저 1970년대부터 사용해왔던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이라는 말을 지금도 애용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이라는 말 대신 '진보진영'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와 '양심'이라는 단어를 '진보'라는 단어가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양립 구도는 온전히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의 하나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란 없다. 있다면 기득권 수호세력과 수구세력일 뿐이다. 저 친일세력으로부터 연유하는 사대주의 숭미주의 세력과 분배정의를 부정하는 탐욕 세력이 결코 보수일 수는 없다.

진보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다. 어떤 상황에 따라서는 보수의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진보다. 나 역시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와 보수를 절충하는 가운데 대의와 상식과 합리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보수와 진보의 구도는 온전한 것이 아니며, 진보가 민주와 양심의 자리를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본다.

늘 이런 견해들을 지니고 있기에 나는 내가 진보이기보다는 여전히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의 일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좌파라는 지목도 받고 비판이나 규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용어들을 혐오한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며, 진실과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그리스도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의 눈물겨운 항쟁으로 민주 발전을 이룩하고 과거 10년 동안 민주주의 기틀과 시민정신의 싹을 체감했던 우리는 오늘 경제제일주의 풍토 속에서 심각한 민주주의 퇴행 현상을 겪고 있다. 저 친일파로부터 유래한 반민주 독재세력이 창궐하여 우리나라를 유신시대로 되돌리려는 일에 광분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그것의 실례를 일일이 적시할 수는 없지만, 온갖 불합리와 몰상식과 몰염치가 '박근혜김기춘정권'하에서 자행되고 있다.

신유신정권인 박근혜김기춘정권이 계속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퇴행시키는 행위를 계속하는 한 민주세력과 양심세력의 존재와 그 용어 사용은 더욱 유효하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6.4지방선거#공정선거감시단#민주세력#양심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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