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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 책표지
 <죽음의 식탁> 책표지
ⓒ 판미동,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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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에서 일명 '농약 급식'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학교급식 안전 문제가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 많은 어머니들은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 등 다양한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당국은 복잡한 계산식과 통계자료를 들이밀며 이 정도의 잔류량은 인간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며 농약 등의 화학물을 사용한 농축산물의 유통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품기업들은 이런 화학물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전처럼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들의 말은 옳을까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식탁 위 먹거리는 안전할까요? 프랑스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마리 모니크 로뱅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 책 <죽음의 식탁>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식탁, '죽음의 식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양의 농산품을 더 적은 노동력으로 얻기 위해 다양한 화학합성 비료와 농약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요? 농약은 원래 생명을 죽이기 위해서 개발됐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삽니다.

기업형 농장 운영이 보편화된 서구의 여러 농장은 많은 농약을 살포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독성 때문에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독성을 평가하는 법칙 중에 '하버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이는 '미량의 독가스에 장시간 노출돼도 다량의 독가스에 짧은 시간 노출되는 것과 똑같은 피해를 낳는다'는 사실이 발견돼 성립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종 소비자인 우리들에게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침묵의 봄>의 저자인 레이첼 카슨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그리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생물종을 없애버리겠다고 인간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위협하며 환경 전체를 오염시키는 방법을 쓸 수 있었을까?" - <죽음의 식탁> 69쪽에서 재인용

우리 식탁에 오르는 또 다른 죽음의 물질은 주로 공산품에서 발견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무설탕 음료에 첨가되는 '아스파르탐'을 아시나요. 설탕보다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내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설탕의 유해성이 논란이 된 뒤 대체제로 등장했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까지 두통, 현기증, 구토, 구역질, 복부 경련, 시력장애, 설사, 간질 발작 등 91가지 부작용이 보고됐습니다.

또한 부엌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 랩, PVC, 통조림 캔, 세제, PFOA(과불화화합물) 코팅된 프라이팬과 냄비 등에서는 '비스페놀A'라는 물질이 검출된다고 합니다. 이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분류됩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생명체의 호르몬과 똑같은 수용체에 들어가서 특정 기능을 시작하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1950년대 임산부의 입덧을 완화해준다는 약품 '탈리도마이드'는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여 명이 넘는 선천성 기형 아기가 태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이 물질은 즉각적인 기형을 유발하지 않다가도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낳습니다. 이런 약물의 유해성을 잊어선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식탁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본적으로는 유기농 채소를 섭취하고 유해성이 확인된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공산품을 선별해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유기농·무농약 표시가 된 식재료의 품질을 검증하고, 제품성분에 표시되지 않은 채 첨가되는 화학물의 독성을 분석하고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이 정상화돼야만 이 방법이 유효하겠지요.

저자는 책을 통해 '규제기관의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제품의 독성을 분석하고 연구할 기관에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자본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여전히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업이 제품의 독성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전술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을 만드는 기업의 거짓말을 쉽게 눈감아 버리는 유력 학술 기관이나 정부 기관이 그것을 이어받기 때문이다."(본문 233쪽)

많은 기업들이 '화학약품을 금지하는 조치가 농산물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등의 경제적 재앙을 부른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런 화학약품의 독성으로 인해 입는 피해액을 감안하면, 되레 더 많은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1992년에 수행된 연구는 미국에서 연간 농약 노출에 지출되는 보건 비용이 7억87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조심스럽게 추산했다. 15년 뒤에 유럽에서 이뤄진 비슷한 연구는 가장 위험한 농약만 금지해도 연간 260억 유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본문 560쪽)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독성학자 재클린 베렛은 "규제 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 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 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라면서 "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규제기관의 밀실 행정과 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경고를 보내는 과학자'들의 소중한 연구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켜야합니다.

덧붙이는 글 | [서평] <죽음의 식탁> (마리 모니크 로뱅 씀 /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04 / 2만8000원)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mimisbrunnr.tistory.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판미동(2014)


태그:#죽음의 식탁, #마리 모니크 로뱅, #농약, #판미동, #규제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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