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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응원 도중 계속 된 실점에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2:4로 패배했다.
▲ 전반 세골 실점 '말도 안돼'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응원 도중 계속 된 실점에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2:4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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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광화문 채운 월드컵 응원 인파 23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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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스코어 4:2. 대한민국의 완패였다. 경기 후반 10여 분 전, 손흥민과 지동원의 파울이 이어지는 등 패색이 짙어지자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모두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3일 한국시간 오전 4시께 시작한 대한민국 대 알제리 경기. H조 2차전, 피파랭킹 57위(한국) 대 22위(알제리)의 싸움은 어쩌면 처음부터 패배가 예견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민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 오후부터 서울 광화문과 인천, 울산과 대전 등 전국 거리에서 응원을 준비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3시. 광화문 광장 이미 응원을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거리는 온통 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단과, 태극기를 망토처럼 등에 걸친 시민들로 가득했다. 종로 경찰서 추산 4만 명이 광장에 모인 가운데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들도 출동했다. 중구 정동사거리에서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약 200m 도로에만 20여 대의 경찰 버스가 서 있었다.

한편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서명을 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오른쪽에서는 정토회 회원 20여 명이 시민들을 상대로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 촉구 등 천만인 서명'을 받고 있었다. 오전 2시부터 준비했다는 정토회 회원 노옥재(48)씨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두들 서명에 잘 동참해주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전반전] "아, 이렇게 어이없게 세 골이 먹히다니..."

오전 4시 정각,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북을 울리며 응원을 이끌었다.

전반 13분, 한국의 코너킥 찬스가 오자 골을 바라는 시민들의 함성소리가 광화문에 울려 퍼졌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노장명(41, 직장인)씨는 "앞에서 응원하려고 어제 오후 4시부터 와 있었다"며 "오늘 느낌이 좋다, 2:0으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 26분께,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왼발 슛으로 알제리 선수 이슬람 슬리마니가 첫 득점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먹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어 2분 뒤인 28분께, 선제골을 빼앗긴 아쉬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알제리 측에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한국 선수들의 수비가 뚫린 사이 알제리 선수 라피크 할리시가 헤딩슛으로 두 번째 골문을 흔들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첫 골 넣은지 얼마나 됐다고…." 질서 유지를 위해 대기 중이던 경찰들도 화면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응원을 나온 한 시민이 연속 2실점을 하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 연속 실점에 실망한 응원단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응원을 나온 한 시민이 연속 2실점을 하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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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거리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대표팀의 4번째 실점에 실망을 하고 있다.
▲ 계속 된 실점에 지친 응원단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거리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대표팀의 4번째 실점에 실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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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러다 한 5:0으로 질 거 같은데?"

그럼에도 시민들은 <오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 등 응원가를 목소리 높여 부르며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힘 빠진 한국 선수들을 위로하려는 듯 붉은악마 응원단은 처음보다 한층 커진 함성으로 응원을 계속했다. 하늘로 응원 나팔을 치켜들고 불며 힘을 불어넣는 모습도 보였다. 

약 10분 뒤인 전반 38분. 압델무만 자부가 세 번째 골을 넣자 시민들은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했다. 화면 안에 비친 알제리 응원단의 기뻐하는 얼굴과 광화문 현장 한국 응원단의 얼굴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너무 쉽게 세 골을 허용했다는 안타까움 때문인지 아예 응원을 멈추고 자리를 떠나는 시민들도 있었다. 20대 초반 하수빈씨는 "아무래도 질 것 같아서 집에 가려 한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후반전] 한국, 두 골 만회했지만... "수비가 너무 허술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만회골을 터뜨리자 응원단 사이에서도 "와아~"하는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뛰며 한국 팀의 알제리전 첫 골을 기뻐했다.

이어진 후반 11분, 박주영이 교체되고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응원단의 열기는 더욱더 거세졌다. 새로운 선수가 투입되고, 어쩌면 승리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그러나 약 15뿐 뒤인 후반 27분께 알제리의 네 번째 골이 들어갔다. 패배가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강성희·국강민(17) 학생은 "그래도 선수들이 협력해서 골을 넣으려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전반전에 너무 아쉽게 골을 먹었는데, 후반에 만회해서 다행"이라는 이들은 22일 오후 3시부터 응원을 위해 기다렸다고 말했다. 강씨는 "교복도 가방에 넣어서 왔다"며 "어제부터 우비쓰고 응원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해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후반 28분 구자철이 왼발 슛으로 추가 득점을 했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이어 김신욱 선수가 페널티로 얻어낸 헤딩슛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패색은 더욱더 짙어졌다. 응원을 멈추고 일어서는 시민들도 속출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최종 스코어 4:2,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응원단은 전반적으로 한국 대표팀의 수비가 허술했다고 평가했다. 신선경(20)씨와 배혜령(20)씨는 "패스 미스도 많고, 선수들이 우물쭈물해 했던 게 패배의 원인인 것 같아 아쉽다"며 "그나마 손흥민 선수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뿐, 다들 다른 때에 비해 공격도 잘 못하고 수비는 더 허술했다"고 말했다.

붉은악마 응원단의 이우현(21)씨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이씨는 "전반전에는 슈팅이 아예 거의 없었다"며 "역습도 느리고 전반적으로 너무 답답한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함께 온 박우현(21)씨는 "그나마 후반전에 의기투합한 게 다행"이라며 "오늘의 MVP는 손흥민 선수다, 오늘은 다른 때에 비해 조직력이 지나치게 낮았던 아쉬운 경기"라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거리응원에 나온 한 시민이 지친 모습으로 턱을 괴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우리는 언제 골 넣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전 거리응원에 나온 한 시민이 지친 모습으로 턱을 괴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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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내 내리다가 응원 내내 오지 않았던 비는 경기가 종료된 후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 6시께부터는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에 통제됐던 차량통행도 재개됐다. 시민들은 앉아 있던 자리를 정돈하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광장에 있던 쓰레기를 치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태그:#알제리전, #한국 패배, #월드컵, #한국 대 알제리,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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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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