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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걸음걸이에 날쌘 움직임, 눈(目) 싸움의 절대강자 고양이는 어딘가 비밀스럽고 묘하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이보다 한수 위, 다른 이름을 세 개나 갖고 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1년 중 가장 특별한 밤,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이 열린다. 축제 자체가 아무리 즐거워도 내가 즐기지 못한다면 말짱 '꽝'인 법, 젤리클 고양이들과 한 판 신나게 놀기 전 알아두면 좋을법한 '흥(興)' 레벨 업 팁을 전수한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군무 장면
 젤리클 고양이들의 군무 장면
ⓒ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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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감동과 짜릿한 경험의 공존

6년만의 내한 소식에 '젤리클 볼' 고정팬들의 지갑은 일찍이 얇아졌다. 그러나 뮤지컬 <캣츠>를 풍문으로만 전해들어온 예비관객들은 '특별한 하루'를 위해 지갑을 열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게 현실! 보자니 부담되고 안보자니 궁금하다.

그러나 아예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안보면 '궁금'을 넘어 속된말로 '찝찝'할 것 같은 마음의 단계까지 이르렀다면, 일단 관람을 권한다.

누더기 코트조차 가까스로 걸친 그리자벨라의 애절한 '메모리'를 듣는 순간 밀려오는 울컥한 감동과 객석을 무대 삼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젤리클 고양이들과의 짜릿한 만남은 무대가 아니라면 어디서도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일 테니 말이다.

뮤지컬 <캣츠>의 등급별 좌석배치도(좌)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층 좌석배치도
 뮤지컬 <캣츠>의 등급별 좌석배치도(좌)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층 좌석배치도
ⓒ 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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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보다 가까이, 더 자주 만나는 방법

젤리클 고양이들을 만나기로 작정했다면 더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젤리클석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름부터 흥미로운 이 좌석은 '젤리클 캣츠'를 사랑하는 이들이 필사적으로 사수하려 애쓰는 특별석으로, 위에 보이는 등급별 좌석 배치도에서 짙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젤리클석이다.

보다 알짜좌석을 원한다면, 젤리클석 중에서도 8열을 추천한다. 8열은 좌우에 위치한 1번과 6번 게이트가 무대에 근접한 출입구이기 때문에 고양이들의 깜짝 등장 확률이 다른 좌석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자유분방한 젤리클 고양이들은 무대와 객석을 종횡무진 활보하며 노래하다 가끔은 짓궂은 장난과 애교로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허나 아무리 가깝게 느껴지더라도 그들을 만지려 손을 뻗거나 말을 걸어선 안 된다. 젤리클 고양이는 예민한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로 말을 할 줄 모른다. '미아오(야옹)'면 모를까!

귀족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와 다른 고양이들
 귀족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와 다른 고양이들
ⓒ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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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클 볼'의 하이라이트

뮤지컬 <캣츠>에는 각양각색의 29마리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책임감 강한 멍커스트랩, 지혜로운 올드 듀터러노미, 여름날 장미처럼 매혹적이던 과거와 달리 늙고 초라한 그리자벨라, 해보고 싶은 건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반항아 럼 텀 터거,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외에도 도둑 커플, 철도역의 기차차장, 부자, 악당, 철학자, 신사 등 직업도 성격도 모두 다른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노래한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많은 고양이가 있는 반면 무서워 나타나기 무섭게 숨어버리는 고양이가 있고, 산만하게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는가하면 움직이기보단 책읽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다.

이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만 다를 뿐 아니라 얼굴과 털의 색, 머리 모양 심지어 사용하는 향수도 다르다. 캐릭터별 특성을 고려한 제작진의 디테일한 준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왼쪽부터 럼 텀 터거, 그리자벨라,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왼쪽부터 럼 텀 터거, 그리자벨라,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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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에 따라 눈길이 더 가는 고양이와 그렇지 않은 고양이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유독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능한 고양이들의 등장신은 '젤리클 볼'의 하이라이트와도 겹친다.

한 번의 스치는 손길만으로 뭇 고양이들을 픽픽 쓰러뜨리고, 범상치 않는 골반놀림으로 매력을 맘껏 발산하는 럼 텀 터거, 공중에서 180도 다리 찢기는 기본인데다 연속 턴의 고난이도 안무를 연이어 선보이며 동공확대를 절로 불러일으키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가 그들이다.

그리자벨라는 단연 엄지, 잔뜩 움츠러든 어깨에 불편한 다리를 끌다시피 등장해 부르는 '메모리'는 최고의 박수를 이끌어낸다. 1막도 1막이지만, 2막은 체감의 온도와 수준이 다르다.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빛바랜 추억상자를 연 느낌이랄까. 반짝거리던 지난 시간들과 지금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쓸려나간다. 아직도 주저하는가? 개성만점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 캣츠, #블루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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