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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공백 최소화, 국정운영 효율화. 이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고심한 결과가 이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 그에 대해 당사자가 제대로 반론권도 행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심적 괴로움….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정홍원 총리의 유임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정치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의 행간엔 어떤 뜻이 숨어 있을까요? 대략 이런 것 같습니다.

청와대 판단으로는 공직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해서 추천했지만 득달같이 이어지는 검증 과정에서 양파껍질 벗듯 허접한 허물들이 계속 쏟아지니 지금과 같은 인사청문제도가 있는 한 그 벽을 통과할 인물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고백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건 윤 수석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친박계 인력 풀이 상당히 부패했거나 매우 부도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친일이나 독재 등 사상적으로 편향돼 있어 여론의 뭇매를 피해갈 수 없다는 뜻도 됩니다. 손에 쥔 인명록을 탈탈 털어봤으나 끝내 적당한 총리감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건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를 방문한 이완구(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를 방문한 이완구(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그래놓고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내부 인사시스템에서 찾지 않고 국회 인사청문 제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현재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를 '신상털이식'이라고 비하하면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성 검증만 공개로 하자는 이원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요.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직접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하면서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만나 ▲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진사퇴에 따른 인사청문회 개선방안 ▲ 정무장관 신설 필요성 ▲ 향후 법안처리 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습니다.

새누리당 당권에 도전한 인사들도 앞다퉈 인사청문 제도의 변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영우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위원으로 지정된 인사를 무조건 낙마시켜야 한다는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업무수행 능력, 가치비전 검증은 철저히 공개해야 하지만 부인이나 남편, 아들 딸들에 대한 검증은 비공개로 해서 한평생 살아온 가족의 삶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청문보고서 채택에서 명확한 증거와 기준을 갖고 결과만 발표하면 된다"며 "지금의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그 동력을 상실한다"고 강조했지요.

이완구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은 인사청문회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정도"라며 "야당과 생산적인 인사청문회 제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테스크 포스(TF)팀을 즉각 구성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결론은 분명합니다. 다소 도덕적 흠결이 있더라도, 부패하고 비리에 가담했더라도 사상적으로 친일이거나 편향돼 있어도, 고위공직자로서 스펙을 갖췄다면 국회의원들간 비공개 논의를 통해 고위공직자로 추천하자는 뜻이 됩니다.그래도 될까요?    

참여연대는 왜 인사청문회법을 국회에 냈나

여기서 잠깐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0년 6월입니다. 16대 국회 때지요. 이완구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와 같은 인사청문회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정도"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토록 엄격한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하게 됐을까요?

참여연대는 2000년 6월 1일 국회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및 인사청문회의 운영과 절차에 대한 법안을 입법청원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의 임명이나 선출 이전에 고위공직자 부패를 예방하고 능력부족에 따른 국정파행을 막고 고위공직자의 투명성과 공정성, 국민의 신뢰도를 평가할 구체적 운영 및 절차의 지침이 마련되지 못해 수많은 고통의 대가를 치러왔다. 고위공직자들의 과거 행적, 경력, 자질, 인격 등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직의 투명성과 도덕성, 공직자로서의 직무적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주장이 틀린 것일까요? 1998년 IMF 이전부터 우리 사회엔 특권층과 결탁한 부정부패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태수 한보비리를 필두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뇌물사건은 국민들을 그야말로 정치에 신물 나게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국가를 썩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컸습니다.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엄격한 제도가 도입된 것입니다. 물론 현재도 손봐야 할 허점도 많지만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고위공직후보의 도덕적 흠결을 감싸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서는 본래 이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없습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관피아는 지금만 있는 게 아니었다"며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도입된 제도를 거꾸로 돌리려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과거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와도 멀어지는 주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수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장상 총리 후보자가 2002년 7월 31일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국적포기 등으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도 2002년 8월 28일 위장전입 및 부동산의혹 등으로 임명동의안 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정부 때도 낙마사례는 있습니다.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코드인사 논란으로 2003년 9월 26일 국회 본회의 표결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후보자도 2006년 8월 8일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부동산 의혹),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자녀 이중국적 등),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부동산 의혹 등), 천성관(스폰서 의혹과 거짓말), 총리 후보자였던 김태호 현 새누리당 의원은 박연차 회장과 관계 논란, 부인 관용차 전용 등으로 인해 청문회 후 사퇴했습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스폰서 의혹,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투기의혹으로 사퇴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있지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3월 22일 KMDC와의 관계 의혹으로 청문회 후 사퇴했고, 안대희 총리 후보자도 지난 5월 28일 전관예우 논란으로 청문회 전 사퇴했습니다.

김영록 "국회마저 깜깜이 인사 들러리 세울 셈인가"

야당은 새누리당의 인사청문제도 변경 추진 움직임에 적극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무총장, 대변인이 번갈아가면서 이구동성으로 왜곡보도, 낙인찍기 탓이라면서 인사청문회법까지 손보겠다고 청와대까지 가서 다짐을 했다고 한다"며 "이는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벗어나는 후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회마저 깜깜이 인사의 들러리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지요.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청문회를 신상털기로 비난하는 건 몰염치의 극치"라며 "필요하면 인사청문회법도 검토해야겠지만 그 전에 청와대의 인사시스템과 인적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만 21번을 경험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저서 <인사청문회와 그들만의 대한민국>을 통해 "명예는 밀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자고 하면 의혹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보도자료도 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공개에 합의했으니까"라며 "그럼 보도도 없고 국민들도 모른다. 밀실에 있는 국회의원을 국민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자문했습니다.

그는 또 "내 기억에 근거 없는 비난으로 낙마한 사람은 없었다"며 "범죄가 곧 특권이 되는 사회, 고위공직자가 이것을 만든다는 것은 나라를 말아먹을 일이다. 범죄로 올라간 사람은 그 범죄를 척결할 대안을 만들기는커녕 합리화하는 일을 하게 된다. 고위공직자 자리는 전리품이 아니다. 표 안 나게 밀실에서 나눠먹자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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