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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연이 닿은 지인만큼 소중한 존재도 드물다.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연이 닿은 지인만큼 소중한 존재도 드물다. ⓒ 김종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 주는 대신 질투하고 시기함을 이르는 말로 최근에는 '열폭'이라고 하는 인터넷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주변인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에 대해 반가워하지 않는 이른바 '놀부근성'은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 악습처럼 존재하는 듯 싶다.

질투의 일종일 수도 있고, 열등감일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실체는 정확히 구분짓기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맞다! 사실 세상에서 누군가가 잘된다면 그것이 바로 '나'였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열거하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누군가 멋진 이성을 만난다면, 누군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내가 주인공이길 바라는 마음이 든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로또복권 당첨자를 보면서도 '왜 하필 내가 아닌 저 사람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도 끊임없이 질투를 느껴본 것이다.

남자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성을 만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까지 이어지면 주변에서 흔하게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도둑놈'이다. 도둑이라는 것은 함부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몰래 가져가는 것인데 도대체 뭘 훔쳤다는 것일까? 마음? 하지만 비슷한 연배의 여성을 만나는 남자에게는 그런 단어가 좀처럼 붙지 않는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잦은 연애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만날 때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이성들을 만난 적이 많았다. 모두 띠동갑을 넘어갔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크기는 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장난스레 농담조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짜로 그 상황을 싫어해서 그러는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신기했다. 본래가 남의 사생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해당 이성들을 만난 이유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 아닌 서로 정서적 공감대가 맞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이 차이는 났다 해도 해당 여성이 나를 허락해주고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서로 연인이 된 게 아닌가. 그런데 직접적으로 관련도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 안타까워서 저럴까 이유가 궁금했다.

여성분들은 이해한다거나 별반 신경안쓴다는 반응이었지만 유독 같은 남성들의 반발(?)이 거셌다. 주로 나와 비슷한 또래보다 훨씬 윗 연배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자주 경험했다.

어떤 선배는 본인 역시도 여성편력이 심하고 그런 쪽으로 할 말이나 자격이 전혀 없음에도 단지 내가 나이어린 여성과 사귀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나이차에도 서로 연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 선배에게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는 나쁜 놈일 뿐이었다.

또 다른 어떤 선배 같은 경우는 도대체 나같이 나이 차이나는 남자를 왜 만나냐고 여자친구에게 집요하게 물어봤던 황당한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 그 선배에게 왜 여자친구에게 그런 질문을 자꾸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두 사람을 위해서 그랬다는 이상한 괴답변만 들었다. 같은 답변만 늘어놓는 선배에게 "만약 선배님의 아들이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는데, 중간에 내가 끼어서 그런 말을 했으면 어떠셨을 것 같아요?"라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질문을 던졌지만 자꾸 말을 딴데로 돌리던 기억이 난다.

연애문제에 대해서만 말했지만, 사실은 다른 쪽에서도 이런 다소 이해가지 않는 상황은 정도의 차이만 날 뿐 흔치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안타깝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 아닌 이상 나보다 더 잘된 이들을 보며 '저 사람이 나였으면…' 하는 마음이 합쳐진 질투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주변 사람들에게만큼은 마음자세를 바꿨으면 한다.

그런데 상당수 사람들은 멀리있는 사람들보다는 지척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런 감정을 더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 바로 글 첫 번째에서 언급한 속담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리석다고 생각된다. 가까운 사람,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잘되서 나한테 나쁠 게 뭐가 있을까? 구태여 지인들과의 아름다운 관계같은 다소 추상적인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실용적으로만 생각해도 득이 되면 됐지 실이 될리는 없을 것 같다.

나와 관계없는 성공한 사람들은 그냥 쳐다만보는 존재지만 가까운 이가 성공하면 급할 때 돈이라도 빌릴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안 좋은 일을 겪거나 감정적으로 슬플 때 최소한 하소연이라도 들어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였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왕지사 관계있는 사람들이 잘되는 게 좋은 것이다. 주변에 성공하거나 좋은 일을 겪은 이들이 많을수록 나한테도 비빌 언덕이 많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주변인들이 잘되는 것에 대해서 질투를 느낄게 아니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는게 나한테도 좋은 것이다. 친한 사람들은 시기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힘이다. 내 힘을 왜 스스로 뿌리치는가.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는 말이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노총각일기#세상살이#서로돕기#질투보다는 축하#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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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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